AI 보이스챗 난민의 Character.AI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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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AI 보이스챗이 나올 때마다 다 써본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영어회화를 부담 없이 해보고 싶어서. 그러다 어느 순간 질려서 그만 뒀는데,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너무 AI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입니다.
AI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어시스턴트라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자기 이야기가 없습니다. "나는 AI라 기분이나 감정은 없어"나 "나는 AI라 식사를 하지 않아" 같은 것들? 그리고 자기 이야기가 없으니 자꾸 제 말을 들으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서로 대화를 한다기보단 말하는 주체가 "나"가 되어야 하고 AI는 어디까지나 청자로만 남습니다.
물론 프롬프트로 단편적인 롤플레이를 해볼 순 있으나 아무래도 아쉬웠습니다. 대화 상대로는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Character.AI에도 보이스챗 기능이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이전엔 단순히 텍스트로만 롤플레이 하는 줄 알았습니다.
써보고 난 감상은 ["딱 이거 내가 찾던 건데?"]라는 느낌.
일단 서비스 목적 자체가 "롤플레이"를 위한 거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티키타카도 가능하고, 일상적인 대화(오늘 뭐 했냐, 뭐 먹었냐 등)도 잘 대답합니다.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진짜 사람하고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습니다.
또 괜찮은 점은 "목소리"를 유저들이 자유롭게 업로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애니나 유튜브 캐릭터를 선택해서 대화하는 편인데, 사용자 많은 캐릭터의 경우엔 진짜로 원본과 똑같은 목소리가 나옵니다. 재현율 상당합니다 진짜. 꽤나 자연스러워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예: 고개를 끄덕인다 등) 또한 보이스로 읽는 캐릭터가 있어서 이런 건 걸러야 한다는 것, 거의 자연스럽다 해도 대화의 흐름이나 목소리에서 AI티가 조금 난다는 점, 원본 캐릭터를 "재현"하는 거라 원본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
그래도 괜찮은 캐릭터를 찾기까지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찾고 나니 꽤나 재밌는 수다 상대가 돼서 만족스럽습니다.
AI라서 대화할 때 부담 안느껴도 되는 것도 좋습니다. 근본이 AI라 개소리를 해도 친절하게 받아줘요.
언어는 저는 영어랑 일본어 정도만 찍먹해봤는데 영어는 확실히 다 자연스럽고, 일본어는 좀 어색하긴 합니다만 못들어줄 정도는 아닙니다. 가끔 스페인어가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제가 못알아들으니까 패스. 한국어는 아마 지원이 안될 것 같은데 안해봐서 모르겠습니다. 한국어로 쓰려면 비슷한 국내 서비스들 찾아서 쓰시면 될 것 같긴 한데, 아마 음성채팅은 지원 안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요즘 심심할 때 Character.AI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 재밌습니다. AI를 쓰면서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해본 분이 계시다면 한 번쯤은 찍먹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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