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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1부 9장(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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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밤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서울에선 볼수 없는 무수히 많은 별.
낮에는 덥지만 스산한 바람이 불어 기분

을 상쾌하게 해주는 날씨하며....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술한잔 기울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훈은 그런 감상

에 젖을 시간이 없었다.아니...정확히 말하면 젖을 상황이 아니라고 해야 옳았다.

 

"스릴있지 않나요?이런곳이 더..."

 

차윤정이 지훈을 끌고 온 곳은 비상구 계단이었다.
콘도에는 총 네 개의 비상구가 있었고,공교롭게도 둘이 있는곳은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강당과 상당히 가까웠다.

 

"취하신거 같은데...그만가요."

 

"아뇨?난 취하지 않았어요..걱정말아요 지훈씨.내가 유진씨에게 말할까봐 그런가요?"

 

"그런 말은 한적 없어요.그것보다..이건 아닌거 같아서.."

 

윤정은 고양이처럼 웃었다.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지금까지 자신이 유혹해서 넘어가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물론 지

훈도 넘어오고 있었지만,부하직원인 유진때문에 망설이고 있는거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심기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는 뭐죠?"

 

"그...그건.."

 

지금까지라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지훈은 말을 잃고 있었다.첫 회식때 윤정을 따라가지 말았어야 하는데...수없이 후

회하는 지훈이지만 솔직히 윤정의 유혹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윤정의 혀가 지훈의 입술로 파고들어왔다.달콤한

향기...언제나 지훈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잘라버리는 윤정의 향기는 오늘도 지훈을 괴롭히기 시작했

다.

 

'헉...'

 

지훈의 눈이 크게 흡떠졌다.어느새 윤정은 지훈의 지퍼를 내리고 얼굴을 묻고 있었다.벌써부터 불룩해진 자지는 순

식간에 윤정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아...안돼..'

 

후회해도 늦은 일이었다.윤정의 부드러운 혀는 벌써부터 지훈의 자지 구석구석을 훑어가며 애무하고 있었다.쪼그려

앉아 있는 그녀인지라 가슴계곡이 훤히 보였다.

 

츄읍...쪼옥,,

 

묘한 소리가 함께 들려오며 윤정의 머리도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어느새 지훈은 윤정의 몸을 원하고 있었다.
오늘

도 그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었다.지훈은 윤정을 일으켜 코너로 몰아 붙였다.
윤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훈이 이성을 잃은 순간 만큼은 지훈은 자신의 것이었다.윤정은 늘 그럴때마다 승리와 기쁨에 찬 미소를 짓곤 했

다.

 

"으응.."

 

지훈의 손이 거칠게 윤정의 가슴을 움켜쥐었다.한손은 치마속 팬티위를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윤정은 쾌감에 찬 신

음을 뿌리며 지훈의 목을 끌어앉았다.
비상구 계단인지라 윤정의 신음은 계단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항..아하앙.."

 

윤정의 팬티위도 촉촉히 젖어들기 시작했다.지훈의 손이 윤정의 티셔츠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원체 글래머러스한 

그녀의 가슴도 지훈의 큰 손에 의해 우악스럽게 뭉게지고 있었다.

 

띠리리리

 

갑자기 울려대는 전화벨에 짐승처럼 엉켜붙던 둘의 움직임이 일시에 정지했다, 차윤정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

다.지훈과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신경질적으로 치마주머니안의 핸드폰을 꺼냈다,.

 

"무슨일이죠?"

 

"아...팀장님이 안보여서..요..."

 

술을 마시고 있는 직원들중 한명의 전화였다.그도 차윤정의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냉랭함에 전화건 사람도 자신도 모

르게 수그러든 모습이었다.

 

"바람쐬러 나왔어요.들어가죠."

 

윤정이 전화를 끊었을때는 지훈이 모두 심신을 추스린 뒤였다.윤정은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근데 왜이렇게 화가 나지....저사람하고의 시간이 방해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윤정도 자신의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훈의 눈이 이성적으로 돌아온데다가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는

것이 몹시 서운하기 까지했다.

 

"먼저 가있을게요..."

 

윤정은 멍하니 계단을 오르는 지훈을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도 풀어해쳐진 옷가지를 바르게 정리했다.

 

'난 사랑보다 성욕이 큰걸까..?'

 

솔직히 유진을 좋아하는 마음은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윤정의 유혹은 정말 참을수 없는 것이었다.앞으

로도 계속 유혹해 온다면...? 지훈은 피할 자신이 없었다.

 

"지훈씨! 마침 잘왔어요...수연씨가.."

 

"에에?"

 

다시 돌아온 강당엔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있었다.
지훈의 눈에 테이블에서 잠든 수연이 보였다.역시나 술을 먹고는 

잠들어 버린 모양이었다.공교롭게도 몇안되는 남자직원들도 술에 취해 헤롱거리는 상태였다.
여직원의 눈은 지훈이

수연을 업어 객실까지 데려다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으윽...할수 없군.'

 

지훈이 한숨을 쉬며 쪼그려 앉자 여직원이 수연을 의자에서 부터 지훈등으로 옮겨주었다.
본이 아니게 오늘 두명이

나 여자를 업는 지훈이었다.

 

'확실히 누나보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가볍군.'

 

다행히도 수연은 바지로 갈아입은 상태라서 지훈이 업기에 편했다.유진은 애인이라 허벅지에 손이 닿아도 상관없었

지만 수연의 경우는 조금 지훈도 망설여지기 때문이었다.지훈이 수연을 옮기는 동안에 술판은 조금씩 정리가 되고

있는 상태였다.

 

"에휴...하루에 두명이나 뻗다니.."

 

지훈은 유진이 누운 침대에 수연을 나란히 눕혔다.미인 둘이 잠든 모습은 꽤나 보기좋은 모습이었다.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음..이런 구경은 아마 하기 힘들거야...'

 

지훈은 한참동안이나 쎄근쎄근 잠든 두명의 천사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유진과 오래 함께하진 못했지만, 지훈이 

참가한 첫 워크샵의 밤은 조금씩 깊어가고 있었다.

 

 

 

 

 

김부장은 조금씩 초조해하고 있었다.예상 대로라면 지훈이 곧 나타나야 정상이었다.하지만 약속시간이 20분이 넘어

가도록 지훈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저.그냥 갈까요?"

 

"아...죄송합니다..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김부장의 앞에는 입술을 꽉 물고 그를 노려보는 한 여인이 있었다.짧은 커트머리에 흰 피부.
약간은 짙은 화장을 한

탓에 상당히 도시적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치마 밑으로 길게 뻗은 다리만 봐도 그녀의 몸매가 훌륭함을 알수 있게

했다.성숙미를 뿜고 있었지만 그녀는 올해 22살의 소녀였다.

 

"아!저..저기 오네요.."

 

커피숍문이 열리며 정장을 입은 지훈이 들어왔다.

김부장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듯 지훈을 향해 달려갔다.

 

"왜이렇게 늦게 왔어요.,,"

 

지훈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일방적으로 잡은 거잖아요.게다가 전 워크샵다녀와서 잠도 못잔 상태인데.."

 

"아무튼 이리로 오세요."

 

덩치가 큰 김부장인지라 지훈을 질질 끌다싶이 하여 의자에 앉혔다.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가득찬 지훈의 표정

을 보며 오늘 지훈과 선을 보게될 여자도 상당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자..이쪽은 한강건설 서사장님 따님인..유리양입니다.이쪽은 저희 회장님 아들 유지훈군이구요."

 

"안녕하세요.서유리에요."

 

유리는 지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인사했지만 지훈은 마지못해 살짝 목례로 답했을 뿐이었다.김부장은 그런 지훈을 보

며 멋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두분 오늘 즐거운시간 되시구요."

 

김부장이 자리를 비웠고 지훈은 고개를 들어 유리를 바라보았다.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잡은 선자리..물론 지훈은 전

혀 나오고싶지 않았다.
그도그럴것이 지훈에게는 유진이라는 애인이 있기 때문이었다.
의외의 미인이라 약간은 놀

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나온 기분이 사그러 들진 않았다.

 

"나오기 싫었군요?"

 

유리의 냉랭한 목소리에 지훈은 살짝 한숨을 쉬었다.

 

"네.별로..."

 

"그래도 늦은건 사과해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당돌한 유리의 말에 지훈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건 잘못한거겠죠.늦은건 죄송합니다."

 

"저역시 나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빠말을 안들으면 피곤해지거든요."

 

"그래요?"

 

지훈은 몹시 반가웠다.내심 이 선자리가 진지해질까봐 걱정이었는데 상대도 나오기싫었는데 억지로 나온거라니...

그렇다면 한결 부담은 없었다.그저 이렇게 둘다 시간을 때우고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아버지의 말

이 권위적인 것 역시 공통점이라는게 느껴지자 동병상련의 느낌도 들었다.

 

"몇살이에요?"

 

"저요?스물넷이요."

 

유리는 고개를 숙이더니 지훈을 한참이나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유리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자가 한참을 바라보자 지

훈은 약간 부끄러움이 느껴져 시선을 살짝 피했다.

 

'꽤 괜찮게 생겼네?'

 

'뭐....나름 미인이군....'

 

둘은 각자 비슷한 생각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나보다 오빠네요.전 스물두살이에요."

 

"엑?"

 

"왜...놀라죠?"

 

물을 먹다 깜짝 놀라는 지훈을 보며 유리는 기분이 나쁜듯 인상을 찌푸렸다.

 

"전...저보다 누나일줄 알았는데.."

 

"뭐라구요?"

 

사실 지훈의 오해도 무리는 아니었다.유리가 삭아 보이는게 아니라 지나치게 성숙해 보였다.짧은 커트머리에 도시적

인 미모...그리고 잘뻗은 몸매...누가 22살의 소녀로 보겠는가?

 

"나쁜뜻이 아니에요...음..뭐랄까...성숙한 느낌이랄까?"

 

지훈의 해명에도 유리는 찡그린 인상을 풀지 않았다.

 

'뭐 이런게 다있어? 처음 보고 지보다 누나일줄 알았다니 참내..'

 

유리는 자신처럼 마지못해 나왔다는 부잣집 도령을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마음에만 들면 약

혼을 추진할거 라고 했었다.
유리 자신도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나오긴 했지만 자신의 맘에 안드는 남자와 약혼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뭐..칭찬이라고 생각해두죠."

 

"칭찬이에요.처음 봤는데 욕할리는 없죠."

 

유리는 지훈의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묘하게 재미있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맞선자리와 자신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말투하며 전혀 집중을 하지않고 딴청을 피우다가도 일일이 대답은 다 하는 모습이 참

우습게 보였다.지훈의 표정에서는 자신에 대한 관심은 조금도 없었다.

 

"여자친구 있어요?"

 

"네?아..네.있어요."

 

"어머..그럼 여긴 왜나왔죠?바람이라도 피고 싶었나요?"

 

"아버지가 강압적으로 시킨 거니까요.
그쪽도 그랬잖아요?거절하면 피곤해 진다고...같은 원리죠 뭐."

 

"흐음..그래요?"

 

유리는 순간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남자의 여자친구가 누군지 상당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지훈이 처음 늦을 때만해

도 짜증이 밀려와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왠일인지 모르게 지나치게 성의 없는 지훈의 모습을 보자 오

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재미없고 매력없는 여자가 되는것이 왠지 기분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억지로라도 오늘 하루 나와 놀아줘요."

 

"네?"

 

지훈은 멍하니 유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지훈을 잡아 끌었다.

 

"밥먹으로 가요.식사 전이죠?"

 

일어서는 바람에 유리의 복장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짧은 미니스커트에 굽낮은 샌들을 신었지만 약간키가 있는 탓

에 작아보이지 않았다.위에 입은 브라우스는 몸에 딱 붙어 그녀의 몸매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당돌한

성격을 보여주는 복장이었다.

 

"아..아니..이게 무슨..."

 

"싫어요?그럼 늦은건 뭘로 보상하려구요? 나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에요."

 

지훈은 한참이나 유리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끌려나온이상 아버지의 부하직원 누군가가 감시를 할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내가 잘못한게 있으니...오늘은 제가 낼게요."

 

한국에 와서는 돈한푼 원조 못받은 지훈이지만,오늘은 아버지가 데이트비용을 하라며 꽤 두둑히 용돈을 주었다.

 

'아버지는 이 여자 아버지와 사돈을 맺고 싶어 하는 모양이군..'

 

지훈도 대체적으로 감이 잡혔다.하지만 지금 머릿속에 가득한건 유진뿐이었기에, 지훈은 대충 하루만 어떻게 잘 때

울 심산이었다.

 

"점심 뭐 사줄거에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아..네..맛있는거라면요."

 

"좋아요.따라와요."

 

지훈은 커피숍을 나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었다.유리는 지훈의 뒤를 따르면서 의외로 키가 큰 지훈에 적잖이 놀라

고 있었다. 

 

'그래도...지가 먼저 리드해서 데려간다니 제법인데?'

 

유리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지었지만,지훈입장에서는 애인인 유진과 데이트를 할때처럼 세심하게 상대방 의사를 묻

지 않은것뿐이었다.
하지만 유리의 근처에 접근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유리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었다.뭘

먹을지부터 어떤영화를 볼지...자신에게 맞춰주려고 늘상 세심한것 하나하나 물어보는 무리들뿐이었기에 유리는 항

상 지겨울 뿐이었다.지훈이 앞장서서 가는 길을 즐겁게 뒤따를수 밖에 없었다.

 

"에에?여...여긴 뭐에요.."

 

고급레스토랑에 익숙해 있던 유리에게 지훈이 데려간 곳은 충격그자체였다.허름한 골목에 허름한 간판.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마져 드는 곳이었다.

 

"뭐긴요.여기가 얼마나 맛있는데.일단 들어와봐요."

 

"이..이봐요.."

 

지훈은 게의치 않고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갔다.
곱게만 자라서 레스토랑에 익숙해진 유리가 '돼지껍데기'

라는 음식을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다.

 

"여긴 말이죠.제가 고등학교때 밴드연습하면서 친구들과 자주 왔던 곳이에요."

 

"뭐...뭘 파는건데요.."

 

둥근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당에는 낮시간인데도 손님으로 가득했다.곱창과 돼지껍데기가 내뿜는 연기에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이모!여기 돼지껍데기 2인분 주세요!"

 

"네~~~"

 

'돼....돼지 껍데기???'

 

유리의 눈이 크게 흡떠졌다.태어나서 그런 음식은 들어본적도 없었다.곱창이 내뿜는 냄새는 유리에게 있어서 역한 

냄새일 뿐이었다.

 

"난...이런거 못먹어요."

 

"왜요?얼마나 맛있는데.."

 

"먹어본적 없다구요 이런거..우웁,,"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입을 가리고 있는 유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지훈은 열심히 돼지껍데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런걸 먹어줘야 몸속에 있는 먼지가 가라앉는 다니까요?"

 

유리는 잘사는 집 도련님중에서...아니...여태까지 자신과 데이트했던 남자중에서 지훈과 같은 남자는 처음이었다.

어느정도 친해져도 이런곳에 자신을 데려왔던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던 것이다.첫날부터 돼지껍데기라는 희안한

음식을 사주는 사람은 단연컨데 지훈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다 익었다..이거 한입먹어봐요."

 

"시..싫어요..치워요.."

 

가게안에 손님들은 돼지껍데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의 두 남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보기드문미녀가 이런

음식을 먹으러 오다니?하면서 놀라는 표정들이었지만 유리의 표정은 거부감으로 찡그려져 있었다.

 

"아..그러게 한입만 먹어보라니까요?보기와는 다르게 맛있어요.얼마나 고소한데."

 

"시..싫다니까요?"'

 

약간 두툼한 쥐포처럼 보였지만 유리에게는 그저 '징그런'음식일 뿐이었다.지훈은 그런 유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쌈

장까지 찍어 후후 불어가며 연신 쩝쩝 거리고 있었다.

 

"내가 맛없으면 안권해요.딱!한입만 먹어요.
맛없으면 다른데 가서 먹을게요,"

 

"저...정말이죠?"

 

지훈은 유리의 앞에 젓가락을 내밀고는 히죽 웃어보였다.유리는 한참이나 역한 표정을 짓더니 눈을 질끈 감고 지훈

이 내민 음식을 입에 넣었다.

 

"자자..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봐요.그래야 맛있다니까.."

 

유리는 마치 사약을 먹는 사람처럼 눈을 질끈 감고 돼지 껍데기를 씹기 시작했다.한참을 씹더니 유리는 감은 눈을 

풀고 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때요?괜찮죠?"

 

"의..의외로 괜찮네요.고소하기도 하고."

 

"그쵸? 자자.이제 익은거 먹어요.내가 뭐랬어요."

 

유리는 생전처음 먹는 이 음식의 의외의 맛에 약간은 망설이더니 젓가락을 들었다.
지훈은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맛있게 입에다가 우겨넣고 있었다.

 

'나쁘지 않네...'

 

 

 

 

지훈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데이트를 계속했다.
어쨌든 늦은것은 자신의 잘못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리의 요청에 따라

영화도 같이 봐주었다.
코메디 물이었기에 지훈도 간만에 낄낄대며 웃을수 있었다.
몇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지훈

을 보는 유리의 시선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칵테일 먹고 싶은데...어때요?"

 

"뭐..괜찮겠죠"

 

이번에는 유리가 지훈을 끌고 칵테일바로 들어갔다.
술은 마시고 싶은데 지훈에게 맡겼다간 왠지 이름 모를 허름한

막걸리집에 갈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역시나 유리가 데려간 곳은 고급 칵테일바였다.
칵테일과는 전혀

친하지 않은 지훈이었기에 주문역시 유리가 대신해 주었다.

 

"오빠라고 불러도 되나요?"

 

"에?좋을대로 하세요.그래봐야 오늘은 다 지나갔는 걸요뭘."

 

오늘만 보면 어차피 안볼 거라는 의미였다.유리는 왠지 그말에 살짝 서운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그래도 사람일은 모르는 거 아닌가요?"

 

"아..뭐...그렇죠."

 

유리에게 있어서 지훈은 너무나 신선한 존재 였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대했던 남자들과는 백퍼센트 달랐다.무엇보다

전혀 관심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표정.
언제나 자신에게 굽신굽신하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차가움에 인정하긴 싫지

만 지훈에게 조금씩 끌리고 있었다.

 

"자 그래도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건배해요...오빠."

 

"하하..좋아요."

 

처음으로 칵테일을 맛본 지훈은 술이라기보다 맛있는 음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친군...어떻게 만났어요?"

 

"아...그냥 뭐..일하다가..."

 

"일이요?무슨일을?"

 

"아버지 호텔에서 일해요.1층에서."

 

유리는 지훈의 말에 적잖이 깜짝 놀랐다.지훈은 대한그룹의 외동아들이었다.그런 그가 경영진에서 일하는것도 아닌

호텔 1층에서 일을 한다니...유리의 상식에서는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유리씨는 학생인가요?"

 

"아..네...의상디자인과 다녀요."

 

대답을 하자 말이 없어지는 지훈을 보더니 이번엔 유리가 묻는다.

 

"여자친구는 어떻게 생겼어요?"

 

호기심어린 유리의 질문에 지훈은 피식 웃었다.하지만 곧 기분좋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유진의 모습

을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긴 머리에...눈이 이쁘고...키가 크고...입술은 반짝반짝 하고...."

 

"풉.,..그렇게 좋아요?"

 

유리의 말에 지훈은 멋적은 듯 살짝 웃었다.

 

'왜지...왜이렇게 질투가 나는거지?'

 

유진을 상상하는 지훈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깊은 애정.
유리는 딱봐도 지훈이 유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

었다.하지만 왜 자신이 그모습을 질투가 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알수 있는 것은 지금 앞에 있는 지훈에게

무의식적으로 관심이 가고 있다는것 뿐이었다.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네?"

 

"오빠 동생사이로 말이에요.핸드폰 번호 가르쳐 줄수 있죠?"

 

망설이고 있는 지훈이었지만 유리는 어느새 지훈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지훈은 멍하니 그런 유리

를 바라보았다.

 

"자..저장 됐어요.
억지로 나왔다지만...오빠 동생사이는 괜찮잖아요?"

 

"그거야...뭐...그렇죠."

 

지훈도 씩 웃었다.의외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유리도 의무적으로 나왔다는 느낌이 들은데다가 그렇게 나쁜아이 같

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리와 지훈은 드디어 말문이 많이 트인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아까봤던 영화이야기부

터 학창시절이야기...유학이야기...그리고 자신의 꿈이야기 등등..
말솜씨가 없는 지훈이지만 유리는 뭐가 재밌는지

연신 웃고 있었다.유진만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둘다 이야기가 끊기는 일없이 계속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아..늦어 버렸네요."

 

"그러게요.벌써."

 

한참을 떠들다보니 시간도 꽤 지나 있었다.
내일출근을 해야 했기에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낼게요.오늘은 내가 늦어서 사는거니까."

 

지훈이 계산을 했지만 왠지 자꾸 의식적으로 데이트를 끝내는 것 같은 느낌에 유리는 약간 마음이 상했다.

 

"저는 여기서 조금만 가면 되요.잘가요 오빠.그리고 이제 말놔요.불편하잖아요."

 

"아...그..그래."

 

유리는 살짝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었다.지훈은 유리를 바라보더니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빠!"

 

다시 부르는 유리의 목소리에 지훈은 고개를 돌렸다.

 

"연락...자주해도 돼?"

 

"그래.자주해."

 

지훈의 대답에 유리는 살짝 웃었다.
간만에 자신의 레이다에 새로운 남자가 등장했다.
유리는 지훈에대한 호기심으

로 가득찬 시선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그렇지...여자를 바래다 주지도 않냐...'

 

 

 

 

아무리 유리와의 데이트를 서울에서 했다고 하더라도,지훈의 집까지는 걸어가기엔 꽤 멀었다.차로 가면 금방이었기

에 지훈은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유진에게 서울 교통이용법 특훈을 받은것이 꽤나 성과를 발휘하는 순간

이었다.

 

'이틈에 문자라도 보내봐야지!'

 

사실 오늘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유진에게 거짓말을 한 지훈이었다.원치않는 맞선이지만,유진에게는 너

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유리가 의외로 편한 오빠동생사이가 좋다하니 그도 꽤나 마음이 가벼

웠다.
아직도 한국핸드폰 메세지보내는것이 서툰 지훈이 떠듬떠듬 한글자씩 찍고 있을때 뒤에서 요란한 클락션 소리

가 들렸다.

 

빵!빵!

 

뒤를 돌아본 지훈의 눈이 커졌다.많이 본 외제세단차량...웃기게도 아버지의 차였다.
살짝 열리는 창문으로 아버지

의 기사얼굴이 보였다.타라고 손짓하는 모습에 지훈은 의외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뒷자석 문을 열었다.

 

"잘 만나고 왔냐?"

 

역시 뒷자석에는 아버지인 유회장이 시트에 몸을 기대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회장도 지훈을 만난것은 의외

의 우연이었다.

 

"아 뭐...그렇죠.."

 

지훈이 타자마자 그들을 태운차는 천천히 지훈의 집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유회장은 자신의 옆에탄 아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어떤거 같냐? 여자아이는?"

 

"어떻다고 할건 없어요.그냥 좋은 아이 같아요."

 

"그럼 계속 만나봐야지."

 

"아버지.저 여자친구 있어요."

 

지훈의 말에 유회장이 몸을 천천히 일으키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기사는 천천히 뒷좌석의 창문을 내려주었다.

 

"미래를 잘 생각하고 있다면, 그아이를 진지하게 만나봐라."

 

"아버지."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대신 결혼은 안된다.
오늘 내가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내가 서사장

딸을 며느리로 찍어놨기 때문이야.무슨뜻인지 알겠어?"

 

지훈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여태까지 아버지의 말은 거역해 본적이 없었다.아니,거역할 용기가 없었다고 해야 옳

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저도 지금 여자친구랑 결혼한다는 말은 한적 없어요.얼마 되지도 않았고...하지만 원치않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

아요."

 

"너도 곧 알게될거다.
성공하고 싶다고 했었지?"

 

"..."

 

"그럼 하나 묻자.
이 애비를 등에 업고 성공하고 싶은거냐?"

 

"그건 아닙니다."

 

"남자라면 성공하기 위해서 자기 아내감도 냉정하게 고를줄 알아야 하는거다.니가 니 힘으로 일어서고 싶다면.서 사

장 딸을 어떻게 해서든 니 여자로 만들어라."

 

"시...싫습니다."

 

처음으로 거부의 반응이 나온 아들을 보며 유회장은 뒷좌석에 있는 재털이에 담배를 비벼끄고는 시트에 다시 몸을 

묻었다.

 

"그럼 하나만 묻자...호텔 직원이냐?"

 

지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러지 않다고 하기에는 요새 지훈의 스케쥴은 호텔과 집일 뿐이

었다.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아버지는 어떻게든 알아낼수 있는 힘이 있었다.

 

"....네."

 

어느덧 둘을 태운차는 지훈의 집 마당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왔다.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미선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더이상 강요는 하지 않으마.하지만, 니 대답은 못들은 걸로 하겠다.언젠가 너도 깨달을 날이 올지도 모르니

까.."

 

"알겠습니다."

 

유회장은 지훈의 대답을 듣고는 문을열고 앞장서서 집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식은땀을 훔쳐 내었다.

 

'아무리 아버지 말이지만...유진누나와 헤어질수 없어.'

 

비록 짧은기간에 생긴 연인이지만 윤지라는 그늘을 완전히 제거해준 여자였다.지훈에게 있어서 지금이 삶의 낙을 

잃어버릴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그렇지만 아버지의 마지막말은 의미심장했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유리를

며느리로 낙점지어 놓을 거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아버지랑 왠일로 같이 왔어?"

 

"아...앞에서 만났어..나좀 들어가 쉴게 누나."

 

미선은 힘이 없는 지훈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지만,이내 집에 오면 늘 차를 마시는 유회장을 위해 부억으로 들어가

그가 즐겨 마시는 차를 꺼내 쟁반에 담았다. 

 

'저녀석..아버지랑 같이 왔는데 왜저렇게 힘이 없지...무슨일이 있었나..'

 

미선은 쟁반을 들고 유회장의 방문앞에 섰다.막 노크를 하려던 찰나, 유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부장과 통화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통화를 하는 유회장의 목소리를 들은 미선의 눈이 크게 떠졌다.

 

 

"김부장.나야.명동지점에 지훈이 녀석 애인이 누군지좀 알아봐.최대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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