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5편 (5/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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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5편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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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앞으로 해륭도에서 온 놈들에게는 접대를 이런 식으로 하라." 그가 해륭도에서 온 자를 향해 걸어갔다. "으으으... " 해륭도에서 온 자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담익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로 해륭도에서 온 자의 미간을 겨누었다. "네 주인에게 전해라.
한 번 더 이따위 수작을 걸면 다음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해륭도 놈들은 장강 근처에만 얼쩡거려도 죽여 버리겠다!" 그가 칼을 휙 내던졌다.
칼이 탁자에 꽂히며 핏방울을 튀겼다.
담익이 등을 휙 돌렸다.
그가 향화각을 성큼 걸어나갔다.
담청이 그를 후다닥 따라갔다.
그녀가 담익의 소매를 세차게 끌어당겼다. "무슨 짓이에요? 해륭도와 사이가 틀어져 좋은 일이 어디 있다고? 만약 그들이 이번 일로 만로방과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어쩔 셈이에요?" 담청이 화를 냈다. "왓하하! 으하하하하!" 담익이 눈물이 맺힐 정도로 미친 듯이 웃었다.
그가 눈물을 닦으며 담청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누이, 그래서...
그래서 누이는...
흥악을 총채주가 되게 해 달라고 해륭도주에게 부탁해 볼 참인가?" " .... " 담청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백흥악(白興岳)! 담익의 조카이자 첫 번째 생일을 맞는 그녀의 아들이었다. "누이, 우리는 서출이라 정말 힘겹게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힘겹게 살아갈 것 같구나." 담익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등을 돌렸다. "어디를 가세요?" 담청이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영빈각을 나서던 담익이 문득 발길을 멈추었다.
그가 문설주에 얼굴을 기대며 담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분간 총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천태산(天台山) 돌다리나 찾아보아야겠어." 담익이 흥얼거리듯 말했다. "오라버니, 가지 마세요.
지금 제가 기댈 곳은 오라버니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담청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안하다.
지금은 나도 누군가에 기대고 싶다.
나를 대신할 다른 버팀목을 찾아라.
수하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무일, 그 놈이 온다는 것을...
그놈에게 부탁해 보려무나.
놈은 네 말이라면 태산(泰山)이라도 옮기려던 놈이었으니...
핫하하!" 담익이 휘청거리며 영빈각을 빠져나갔다.
녹두활어(綠豆活魚)도 부드러웠고 앵앵(櫻櫻)의 몸도 부드러웠다.
담익은 촉촉한 앵앵의 꽃잎 속에서 자신의 몸을 뺐다.
그가 앵앵의 몸 위에 누워 장포를 뒤적였다.
담익이 장포에서 꺼낸 것은 거무틱틱한 철패(鐵牌)였다.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다.
이것은 너에게나 어울리겠구나." 그가 둥근 철패를 앵앵의 가슴에 올렸다.
앵앵이 아미를 찌푸렸다.
철패는 그녀의 가슴을 얼릴 정도로 한기(寒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앵앵이 철패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철패의 전면에 그려진 것은 승천하는 용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후면에는 '반(返)'이라는 단 한 글자만이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이 까짓 것이 무엇 대단하다고." 앵앵이 입을 삐죽이며 철패를 내던졌다. "후후후! 맞는 말이다.
장강수로연맹 총채주라는 자리는 대단한 자리가 아니지." 담익이 실소를 흘렸다.
앵앵이 기방(妓房)의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철패...
반령패(返令牌)! 담익이 잠시 보관하는 물건으로 장강 열여덟 물길을 호령하는 총채주의 신물(信物)이었다. "앵앵, 나는 죽고 싶다." 담익이 앵앵의 목을 감았다.
그가 그녀의 꽃잎 속으로 다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제 3 장.
동정호(洞定湖). - 소영주께서 놈들에게 대대적인 타격을 입힌 후, 주황은 잠시 주춤하는 듯 싶었습니다.
성급히 평화를 이야기하는 동도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주황이 물길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놈입니까? 주황의 만로방 놈들은 소영주께서 사라진지 몇 개월 후, 진강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진강의 채주가 급히 원군(援軍)을 요구했고 영주께서는 총채주를 모시고 진강으로 달려갔습니다.
단도에서 대접전이 벌어졌지요.
결과는 대패(大敗)! 비세로 허덕이던 주황이 감히 싸움을 걸어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도의 접전에서 놈들은 다량의 화약(火藥)을 사용했습니다.
정객(政客)들을 통해 환관들로부터 화약을 공급받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어쨌든 그 싸움에서 영주께서는 폭사(爆死)하셨습니다.
총채주를 향해 날아오는 비폭뢰(飛爆雷)를 영주께서 당신의 몸으로 막았다고 하더군요.
영주께서 비폭뢰를 막기는 했지만 폭발의 여파로 총채주께서도 화기(火氣)에 부상을 당했습니다.
결국 사오 개월 여 뒤에 총채주도 돌아가셨지요.
영주도, 총채주도 돌아가시고 수로연맹이 입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물론 우리 호반영채였습니다.
연맹의 안전한 퇴각을 위해 퇴로를 책임졌으니까요.
영주의 사망, 소영주는 종적은 묘연하고...
가장 고초를 겪었던 분은 대부인이었습니다.
대부인께서는 저의 해골선단에게 소영주를 찾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저와 수하들은 대부인의 명을 쫓아 사방으로 소영주를 찾아다녔지요.
호반영채의 겁화는 작년 시월 경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때 소영주를 찾아 파촉(巴蜀)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영채 동도들, 대부인과 같이 죽지 못한 것이 뼈저린 한입니다.
쟝건디루봉(姜根迪如峰)의 빙하(氷河)가 녹아 타타하( 河)를 이루고 타타하의 물이 당곡하(當曲河)와 합쳐 통천하(通天下)를 이룬다.
통천하는 불경을 얻기 위해 천축을 향하던 삼장법사(三藏法師)가 거북이 등을 타고 건넜다던 바로 그 강이다.
초원(草原)을 지난 통천하의 물은 다시 청해(靑海) 옥수(玉樹)에서 금사강(金沙江)을 만난다.
금사강의 거센 물살은 의빈(宜濱)으로 흘러 촉도(蜀都)를 달려온 민강(岷江)과 합류하고 금사강과 민강, 수천 갈래의 지류(支流)를 받아들인 물줄기는 어느 틈에 대하(大河)를 이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 千里長江似練(천리장강사련) 천리를 굽이치는 비단 같은 강...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중원의 역사(歷史)...
장강(長江)! 타강( 江), 가릉강(嘉陵江), 오강(烏江)을 연이어 끌어들인 장강은 거친 삼협협곡(三峽峽谷)을 넘으면 이미 대해(大海)다.
지강(枝江)에 이르러 장강은 형강(荊江)으로 이름을 바꾼다.
형강이 끝나는 곳에 쟝건디루봉을 쉬지 않고 달려온 물줄기가 비로소 잠시 몸을 쉬는 곳이 있다.
상강(湘江), 자수(資水), 원강(沅江), 예수의 물과 금사강, 민강을 흐른 물을 한 품에 담아 장강의 물굽이를 조절하는 곳.
돛을 달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 물나라가 아득하구나.
뱃길이라 강 건너기를 다투는 마음 바람과 조수에 맡겨 두노라.
묻노니, 나는 지금 어디 가는가 천태산 돌다리를 찾는 길이다.
창파(蒼波) 속에 모든 것이 정적(靜寂)으로 움직이고 뱃사공들은 한가하게 노래를 불렀다.
망망대해(茫茫大海) 동정호(洞定湖)! 위무일은 그 물줄기에 발을 적셨다.
물살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을 비쳤다.
짙은 검미, 꽉 다문 입술! '네 아버지를 빼 닮았구나.' 어릴 때부터 곧잘 듣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너무도 달랐다. '총채주를 대신해 비폭뢰를 안다니...
당신다운 죽음이었습니다.' 풍덩! 위무일이 동정호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무려 일 각 이상을 동정호에 얼굴을 묻고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후, 그가 긴 숨을 들이키며 얼굴을 들었다.
머리칼을 타고 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그의 장포를 적셨다. '동정호....' 그가 팔짱을 끼고 오연(傲然)히 동정호를 바라보았다.
한순간의 꿈과 한순간의 좌절이 짤막짤막하게 그의 뇌리를 스쳐 갔다.
그가 이마를 좁히며 눈을 감았다.
찰박! 물살이 그의 형상(形象)을 흩트렸다.
그의 뒤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엽광! 엽광이 수건을 들고 그를 향해 걸어왔다. "소영주, 동정호에 베인 피를 절대 잊지 마십시오!" 그가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위무일은 실소를 흘렸다.
엽광의 말은 맞았다.
그가 동정호에서 품어야 할 마음은 단 한가지뿐이었다.
피의 보복(報復)! 그러나 그의 마음은 한가지 생각으로만 머물고 있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께 끝까지 불경(不敬)한 놈이군.' 위무일이 동정호의 물을 꽉 움켜쥐었다.
물줄기가 그의 손을 매끄럽게 빠져 나와 원래 자리로 뚝뚝 떨어졌다. "이제 가시지요.
총채의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소영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엽광이 말했다.
철벅! 철벅! 위무일이 호변을 걸어나왔다.
호변에는 네댓 명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해골선단 소속의 무사들로 엽광과 함께 그를 찾아 중원을 누비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위무일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악양(岳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무일이 엽광과 영채의 수하들을 앞세운 채 대낮인데도 술냄새와 지분(脂粉)냄새로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산고가 그 뒤를 촐랑대며 따랐다. * * * 악양은 수륙교통(水陸交通)의 요지(要地)로 각지의 문물(文物)이 줄줄이 모여드는 호남(湖南) 최대의 성시(盛市)다.
악양루(岳陽樓), 점장대(點將臺)...
규중(閨中)의 선녀(善女)와 문사(文士), 금의(錦衣)를 두른 중년인과 기녀(妓女)....
시절은 막바지로 치닫는 성하(盛夏)라 악양의 호변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남녀(男女)로 붐볐다.
그러나 악양의 선착장(船着場)은 기이할 정도로 한산했다. "저쪽으로 가시오." "배는 저기요!" 오륙 명의 장한들이 선착장으로 향하는 유객(遊客)들의 발길을 막고 있었다.
그들은 동정호의 사공들이었다.
사공들에게 떠밀려 가던 유객들이 선착장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고개를 뽑았다.
선착장에는 한 떼의 무사들이 시립해 있었다.
흑색(黑色) 경장에 가슴에 '총(總)' 자를 새긴 무사들이었다.
군산에는 장강을 호령하는 대채(大寨)가 있다.
장강 총채! 장강십팔수채(長江十八水寨)를 전신(前身)으로 한 장강수로연맹(長江水路聯盟)의 총채.
가슴에 '총' 자를 새긴 무사들은 장강 총채의 무사들이었다.
장강을 끼고 사는 자라면 누구라도 장강 총채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사공들은 장강 총채의 무사들이 선착장에 도열해 있는 것을 보고 총채에 중대한 일이 있음을 미루어 판단 유객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중이었다.
장강 총채 무사들의 선두에 선 자는 미간이 좁은 중년인과 관자놀이가 불쑥한 중년인이었다.
탁! 탁! 금의를 입은 중년인이 장심뢰(掌心雷)로 손바닥을 치며 좁은 미간을 더욱 좁혔다. "비켜라!" 서너 명의 무사들이 칼을 철컹거리며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무사들이 유객과 사공들을 헤치며 중년인과 관자놀이가 불쑥한 중년인 앞에 섰다. "깃발이 올랐습니다.
지금 오는 모양입니다." 무사 한 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관자놀이가 불쑥한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박도(朴刀)를 치켜들자 총채의 무사들이 일제히 신형을 꼿꼿이 세웠다.
그들이 안광을 형형 하게 빛내며 전방(前方)을 주시했다.
이십 여장 밖에 몇 명의 무사들이 호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선착장의 뱃머리에는 커다란 유선(遊船) 한 척이 떠 있었다.
우당탕탕! 박도가 올라가자 유선에 탄 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 역시 장강 총채의 무사들이다.
그들이 장강 총채의 영기(令旗)가 달린 창(槍)을 꼬나 들고 뱃전에 도열했다.
유선과 일장 여를 격한 곳에는 또 한 척의 배가 강바람에 출렁이고 있었다.
오색 깃발로 장식한 작은 화선(花船)! 파르르...
바람에 깃발이 꼬리를 떨고 있는 화선에는 두 명의 사공과 삼남일녀(三南一女)가 타고 있었다.
삼남일녀는 모두 약관으로 화려한 복장에 신색이 과히 출중했다.
그들의 시선은 저 멀리서 선착장을 향해 걸어오는 자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자는 넓적한 얼굴에 사자코를 자랑하는 청년이었다. "대단한 환대(歡待)군.
집사당주(執事堂主)는 물론 묵룡당주(墨龍堂主)까지...
소강(小江)의 채주(寨主)들이 부임(赴任)을 알리려 올 때에도 이만한 환대는 하지 않았잖소?" "후후후...
소강의 채주들? 그는 마타룡일세.
마타룡!" 눈초리가 지나치게 치켜 올라간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 수 있는 청년이 쌍심지를 모으며 중얼거렸다. "어떤가? 변한 곳이 좀 있는 것 같은가?" 선착장을 주시하던 사자코 청년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변하면 얼마나 변했겠어? 변해 봐야 타룡이지." 뱃전의 우측 끝에 선 땅딸한 청년이 경망스럽게 소리쳤다.
화선에 탄 자들의 시선을 끄는 자는 위무일이었다. "칼도 차고 다니지 않는 군.
그 사이 무공이 더 늘어난 모양이야." 사자코 청년이 탄식을 터뜨렸다. "무공이 더 늘어난 것 같다구? 아이고! 도대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야? 그러잖아도 아버님은 항상 무일, 형님과 나를 비교하며 밥만 축내는 놈이라고 욕하는데... " 땅딸한 청년이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구지요?" 몽롱한 눈빛에 교태로운 몸짓, 유난히 입술과 뺨이 붉은 여인이 물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여자는 산고였다. "호오! 괜찮은데.
갑자기 왜 사라졌는가 했더니 여자를 얻으러 떠났었군." 땅딸한 청년이 산고의 미모에 감탄을 터뜨렸다. "저 여인이 위(魏) 오라버니의 연인(戀人)이라...
위 오라버니의 취향이 변했군요." 여인이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웃었다. "객고(客苦)를 풀기 위해 거둔 여자겠지.
해해해...
매끌매끌 한 것이 올려놓기만 해도..." 땅딸한 청년이 음소를 흘렸다. "언젠가는 돌아오리라 생각했지.
그런데 생각 보다 빨리 돌아왔군.
화인이 걱정이다."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청년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화인, 형님이 왜?" 땅딸한 청년이 물었다. "그 어린 핏덩어리에게 수로연맹의 미래를 맡길 셈인가?"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청년이 돌연한 질문을 던졌다. " .... " 그의 물음에 화선에 탄 자들이 입을 굳게 닫았다. "몇몇의 채주들이 화인을 총채주로 옹립(擁立)하려 함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화인은 그만한 자격이 있지." 사자코 청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곤룡 천화인! 금사강의 소채주로 역시 장강사룡 중의 한 명이다.
천화인은 장강에 자신의 실력을 선보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장강의 동도들이 그를 주목하는 것은 그는 십팔 수채 중 가장 강성한 힘을 가진 금사강의 소채주였고 더해서 든든한 사문(師門)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성파(靑城派)! 구름 속에 숨어 반인반선(半人半仙)으로 검선(劍仙)의 길을 가는 자들...
그들은 좀체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강호의 일에 간섭을 않았다.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도 출가(出家)를 결심한 자가 아니면 꺼렸다.
그럼에도 천화인이 청성파의 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금사강의 천 채주가 청성파에 선단(仙丹)을 만들 수 있는 신약(神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천화인은 청성파의 제자로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장강의 동도들이 천화인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위무일, 담익이 활약할 당시 천화인은 청성산(靑城山)에서 무공을 배우던 중이었다.
그런 까닭에 군웅들은 마타룡과 곤룡의 무공을 비교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천화인의 하산(下山), 마타룡의 재등장으로 그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말 많은 자들은 벌써 그들을 저울대에 올려놓고 무공의 우열을 논하는 터였다. "위씨(魏氏) 집안의 백씨(白氏) 집안에 대한 충성을 모르지는 않겠지? 만약 무일이 그 핏덩이를 총채주로 옹립하려 한다면 화인도 곤란을 면치 못할 것이야."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청년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단심호 어른께서 호반영채를 세우고 총채에 충성을 맹세한 것은 수룡왕에게 진 은혜 때문...
그 은혜는 이미 그가 자신의 목숨으로 갚았다.
무일은 단심호 어른과 다를 것이다.
자네는 무일이 한 대(代)가 지난 은혜를 위해 백씨 가문에 충성을 바치리라 생각하는가?" 사자코 청년이 목소리를 높였다. "바치리라 생각해요.
백씨 집안은 몰라도 총채에는 담청이라는 여자가 있잖아요." 여인이 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청년들의 눈길이 일제히 여인에게 쏠렸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는 물음이었다.
여인이 뱃전에 가슴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청년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물살만 찰랑거렸다. "우해해해!" 땅딸한 체구의 청년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가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들께서는 마타룡을 너무 얕보는군.
총채주가 될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춘 자가 누구지? 내가 무일, 형님이라면 총채주 자리는 당연히 나의 것이다!" 땅딸한 청년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사자코와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청년의 안색이 일제히 굳었다.
그들이 해쓱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마타룡! 그가 총채주의 자리를 원한다면...
위무일은 총채주 자리에 오를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자자! 이제 무일, 형님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하자구.
못 다한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면 되잖아! 이봐! 그만 노닥거리고 배를 저어!" 땅딸한 청년이 사공들에게 소리쳤다.
사공들이 물살을 갈랐다.
화선이 동정호의 수심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갔다. "젠장! 모처럼 총채를 찾았는데 대접해 주는 사람은 없고 객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니...
이번에는 어떤 술을 뜯어볼까?" 땅딸한 청년이 술독을 뒤적였다.
그의 이름은 이만(李滿)으로 한수의 소채주다.
사자코 청년은 진강의 소채주 오권(吳權)),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청년은 가릉강의 소채주 도신행(都信行)이라는 자였다.
그리고 여인.
그녀는 상강 채주의 여동생으로 이름은 담향(譚香), 장강 총채의 안주인인 담청의 이복 동생이기도 했다.
그들은 장강 총채의 소주인인 백흥악의 첫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가 위무일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총채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 * * "엽 선주, 먼길에 수고 많았소." 장심뢰를 든 중년인이 엽광에게 포권을 했다. "예의를 찾을 요량이면 나보다 먼저 소영주께 찾으시오." 엽광이 위무일에게 눈길을 돌렸다. "위 공자, 꼭 삼 년만에 뵙는군요." 장심뢰를 든 중년인이 위무일에게 깊게 머리를 숙였다. "좋은 소식으로 만나지 못해 부끄럽소!" 광대뼈가 불쑥한 중년인도 우렁찬 목소리로 성큼 한 발짝을 걸어나왔다. "하(河) 당주, 손(孫) 당주, 오랜만이요." 위무일도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장심뢰를 든 중년인은 와룡전(臥龍殿) 소속 집사당주 하빈(河彬), 광대뼈가 불쑥한 중년인은 승룡전(乘龍殿)의 묵룡당주 손중보(孫衆補)라는 자였다. "호반영채는 가보셨습니까?" 집사당주 하빈이 위무일에게 물었다. "물론!" 엽광이 대신 대답했다. "태부인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시지요." 하빈이 장심뢰로 손바닥을 탁탁 치며 위무일과 엽광을 인도했다.
그들이 나룻배를 타고 유선에 올랐다.
ㅊ! ㅊ! 건듯 부는 강바람을 타고 유선은 경쾌하게 악양의 호변을 지나고 있었다.
선실에서 집사당주가 권하는 철관음(鐵觀音)을 한 잔 마시고 난 위무일은 뱃전으로 걸어나왔다.
엽광, 산고, 집사당주, 묵룡당주가 그를 따랐고 유선에 탄 모든 자들의 시선도 그를 따랐다.
위무일은 선미(船尾)를 찾았다.
선로(船 )에 이른 그가 한 쪽 발을 걸치고 가슴을 폈다.
새털구름에 청풍(淸風), 동정호는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잔잔했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엽광이 마시고 있던 술을 건넸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엽광이라 하나 때도 없이 마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정호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감회(感懷)를 느끼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
꿀꺽! 위무일이 연이어 세 모금의 술을 들이키고 호로병을 집사당주와 묵룡당주에게 건넸다.
집사당주는 술로 입술을 적시는 것만으로 만족했고 바위처럼 우직하게 보이는 묵룡당주는 술을 완고하게 거부했다.
산고가 남은 술을 뺏듯이 앗아들고 마셨다.
호로병의 술은 금방 바닥을 보였다.
그녀가 호로병을 거꾸로 들고 툭툭 쳤다.
집사당주 하빈이 수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수하 한 명이 한 동이의 술을 들고 쪼르르 달려왔다.
상품(上品)의 죽엽청(竹葉淸)! 집사당주 하빈은 총채의 모든 잔무를 처리하는 자 답게 엽광이 차(茶)보다 술을 좋아하며 술 중에서도 특별히 죽엽청을 좋아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위무일과 엽광, 산고는 선로에 서서 술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며 술동이를 비워 갔다. "위 공자, 술이 많이 늘었군요." 하빈이 이마를 좁히며 말했다.
원래 위무일은 그가 아는 한 술을 즐기는 자가 아니었다.
위무일이 술잔을 돌리며 하빈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가 보란 듯이 술잔을 기울였다. '호반영채의 겁화, 단심호의 죽음...
마타룡도 결국 술을 찾는군.' 하빈이 장심뢰로 이마를 툭툭 쳤다.
마타룡은 그 누구에도 의지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전신(戰神)! 위무일의 독행(獨行)과 무심함은 장강의 모든 동도들이 알아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술에 기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충격이 컸겠지.
그도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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