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19편 (19/20)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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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19편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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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버스에서 내리면, 거기에 커다란 해바라기가 피어있고요, 그 옆에 이런 모 양을 한 문이 달린 집이 있는데, 그 곳을 똑바로 지나쳐서, '모리가나 호모 우유' 라는 간판을 왼쪽으로 돌아서, 하는 식으로 지나치게 꼼꼼히 그리게 된다.
원고 청탁이라면, "지금은 좀 바빠서 미안합니다"하고 거절할 때라도, 이런 것만은 시 간을 들여서 꼼꼼히 하니까, 바쁘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지도도 역시 잘 그리고 못 그리 는 사람이 있다.
제대로 못 그리는 사람이 그리는 지도는 재앙이라는 말 이외에 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못 그린 지도의 세 가지 요소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즉, 도로의 폭이라든가 거리 같은 것의 상대적인 비율이 엉터리다.
(2)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음, 두 번째 오른쪽이었던가, 세 번째였던가 하는 식이다.
(3) 포인트가 결여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기 쉬운 표식이 전혀 그려저 있지 않다.
이런 지도를 손에 들고 미지의 고장을 찾아 헤매는 날은 도저히 견딜 수 없 다.
혼자 걷고 있으니까 그나마 괜찮지만, 콜럼버스였다면 부하들이 반란을 일으 켰을 거다.
매번 이런 생각이 드는데, 세상에는 펜습자 교실이나 서예 학원같은 겉들이 넘쳐흐르고 있어니까, 개중에는 지도 그리기 교실 같은 게 하나 정도 있어도 좋 지 않을까? 그러한 곳에서 제대로 지도 그리는 법을 배운 아가씨가 회사에 들어 가서 무엇인가 그런 지도를 그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 면 총무과의 아무개 씨에게 부탁하면 되네.
그녀는 지도 그리는 것만큼은 굉장 히 잘하니까"하는 식으로 칭찬받는 장면을 상상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 진다.
나는 비교적 편견에 찬 사고방식의 소유자라서, 그다지 일반적인 감각이라 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도를 잘 그리는 아가씨가 만일 근처에 있다면 나도 모르게 사랑을 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언젠가 가공의 도시의 지도를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소설을 쓴 일이 있는데, 굉장히 즐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 -나는 옛날에,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술집 비슷한 것을 경영했었는데, 그때는 단 순하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붙였었다 나는 물건에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새로 개점하는 가게라든가, 새 로 발간하는 잡지라든가, 그러한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 렇지만 이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야, 어때? 괜찮지?" 라든가, "그런 이름을 어떻게 붙이냐? 촌스럽게!"하면서 떠들어대는 게 좋다는 거지, 아주 진지하게 "무라카미 씨, 우리 가게의 이름을 좀 붙여 주십시오"하는 부탁을 받게 된다면, 그건 사양하고 싶다.
나는 옛날에, 소설가가 되기 전에 술집 비슷한 것을 경영했었는데, 그때는 단 순하게 예전에 기르던 고양이의 이름을 붙였었다.
이런 것은 너무 깊이 생각하 지 말고,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난뒤에 우연히 눈에 띄는 것을 얼른 붙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이름을 붙이면, 손님 쪽에서 아 무래도 답답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는 다음에 술집을 차리게 되면 '캥거루 구경'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생각했었으나, 가게를 할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단편집의 제목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다.
술집 이름을 책 제목으로 써먹었어니까 말이다.
워싱턴 D.C에 '원 스텝 다운'이라는 이름의 재즈 클럽이 있다.
나는 처음 이 가게 이름을 보았을 때부터 이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하고 굉장히 마음에 걸렸었 는데, 어느 날 밤, 마크 머피라고 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있 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주인이 있으면 붙잡고 이 가게 이름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것이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런 질문을 할 필 요가 없었다.
문자 그래도 가게에 한 발을 들여놓으면 그 유래가 확실해지게 되 기 때문이다.
요컨데 문을 열고 발을 한걸음 내디디면, 그 곳이 한 계단 낮아지 는 것이다.
덕택에 나는 보기 좋게 넘어지고 말았다.
ㄱ런 것은 가게 이름으로 하기 보다는 문에다가 팻말을 붙여서 주의하게 하는 편이 손님들에게는 훨씬 도 움이 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 '원 스텝 다움'은 좁고 지저분해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편안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재즈 클럽이었다.
자못 까다로워 보이는 주 인 아저씨가 굉장히 재미었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스탠드 안에서 샌드위치를 만 들고 있었다.
마크 머피의 파이브 콘서트를 실컷 듣고, 맥주를 두 병 마셨는데도 12달러밖에 안 나온 것도 신바람 나는 일어었다.
욕실 속의 악몽 -자주 '방심'상태에서 빠져 덤벙대는 내가 소설을 쓰는 건 하나의 구원이다 나는 학생 때 동급생한테서 "너는 언제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하는 말을듣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나는 교실 안에서 생각에 감긴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니까, 그 무렵부터 나의 '방심(방심)' 상태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아니 전보다 한층 더-나는 자주 '방심' 상태에 빠진다.
타인과 함께 있 으면 긴장하고 있으니까 그러한 일이 거의 없지만, 혼자 있게 되면 몇 분 간이 가 의식이 전혀 없는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히 욕실에서 심한데, 무엇인가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헤어 브러시에 치약을 얹어서 이빨을 밖고 있기가 일쑤고 칫솔에 샴푸를 짜서 묻힌 적도 있다.
세 번에 한 번은 린스로 머리를 감은 뒤에 샴푸를 사용하고, 셰이빙 크림을 얼굴에 칠하기는 했으나 수염을 깎지 않고 말끔히 씻어 낸 뒤에 그대로 외출한 적도 있다.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착각해서 목욕을 할 생각으로 옷을 전부 벗어버린 일도 있다.
그것도 한참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가 없는 것을 무 의식적으로 뚫어질 듯이 응시하는 일도 있다.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아니, 왜 내가 이런 것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을까?' 하고 이상스럽게 생각하지만, 보고 있을 ㄸ는 전혀 그런 의식이 없다.
이전에 지하철에서 쉐이프 팬츠 따위의 포스 터를 뚫어질 듯이 몇 분씩이나 들여다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로 창피했 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난처한 일이다. "하루키 씨는 덤벙겨려서 귀여워요!"하고 젊은 아가씨에게 말을 정도라면 괜찮지만-그런 말을 들은 일은 없다-나이를 먹 고서도 이런 짓을 한다면 완전히 치매에 걸린 노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나는 일단 소설을 써서 생계를 꾸려 가고 있으니까, 이러한 일종으 비 사회적 행위도 예술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 그나마 하나의 구원이다.
노상 전철을 잘 못 타거나, 전철 표와 디스코테크 우대권을 착 각하고 역무원에게 건네주었다가 혼나거나 하는 외과 의사에게, 맹장 수술을 부 탁해야겠다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가진 열여섯 개의 시계 -이따금 기분이 날 때면, 열여섯 개나 되는 시계의 시간을 일일이 맞추며 돌 아다닌다.
저쪽으로 가서 바늘을 앞으로 돌리고 이쪽으로 와서 바늘을 뒤로 돌 리다 보면, 인생이라는 건 정말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시계의 증가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한 적 이 있다.
하지만 이 성찰은-성찰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특별히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 인생의 개인적 측면에서 생긴 개인적인 의견이다.
일반적인 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쯤 전, 결혼한 지 얼마 안됐을 무렵의 이야기인데, 우리 집 에는 시계라고 이름붙일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물론 가난했던 탓도 있었지만 시계라는 것이 별로 갖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밤이 지 나면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문자 그대로 우리를 두들겨 깨웠으며, 잠이 오면 적 당히 잠을 잤다.
거리에 나가면 가는 곳마다 전광 시계가 있어 불편할 것이 없었다.
집에는 라 디오도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어서, 시간을 확인하려면 500미터쯤 떨어진 담배 가게에 가서 담배를 사고, 간김에 안방에 걸려 있는 괘종시계를 잠깐 들여다보 는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그래도 시계가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그다지 없없다.
지금은 손목시계니 자명종 시계니오디오 타이머 같은 것을 합치면 전부 열여 섯 개의 시계가 집에 있다.
열여섯 개의 시계가 우리 집 안에서 제각이 시간을 새기고 있는 것이다.
15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 정말로 거짓말처럼 믿을 수 없는 생활이다.; 열여섯 개 가운데 절반 가량은 어디선가 선물받은 것이다.
무슨 상을 받았을 때의 기념품이라든가, 짧은 원고에 대한 사례비 대신이라든다, 개인적인 선물이 라든가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러한 것이 필립 K.디크의 소설에 나오는 어떤 종류의 엔트로피가 증대하는 것처럼, 차례차례 쌓여 버린 것이다.
그 덕택에 온 집안이 시계의 소굴처럼 되고 말았다.
이따금 기분이 날 때면, 그 열여섯 개의 시계의 시간을 일일이 맞추며 돌아다 닌다.
저쪽으로 가서 바늘을 앞으로 돌리고 이쪽으로 와서 바늘을 뒤로 돌리다 보면, 인생이라는 건 정말 이상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계 같은 것 이 없어도 별로 불편한 일은 없었던 것이다.
트레이닝 셔츠에 얽힌 이 생각 저 생각 -나는 와세다 대학 출신이지만, 그렇다고 '와세다'라는 로고가 들어간 트레이 닝 셔츠를 입느냐 하면,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1960년대의 미국 영화를 보고 있으면,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가 자주 나온다.
긴 소매 트레이닝 셔츠를 가위로 싹둑 잘라서 7부 소매 정도로 만든 것이다. '거 칠다, 입는 옷 같은 것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느낌이 잘 드러나 있어서, 나는 비교적 그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웨스트코스 트와 같은, 계절에 의한 기온차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곳에서나 적당한 것이지, 일본에서는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다.
여름에 티셔츠 대신으로 입기에는 옷감이 너무 두껍고, 겨울에는 소매가 없어서 너무 춥다.
나는 언젠가 흉내를 내서 트레 이닝 셔츠의 소매를 싹둑 잘랐다가 크게 후회한 것이 있다.
일본에서는 컷 오프 트레이닝 셔츠를 입기에 알맞는 기간이 상당히 짧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원고를 쓰면서 입고 있는 옷은 니혼 대학의 매점에서 구입한 것 으로, 가슴에 '뷰티풀 캠퍼스 니혼 유니버시티'하고 씌어져 있다.
어째서 니혼 대 학의 트레이닝 셔츠를 입고 있느냐 하면, 단지 이전에 니혼 대학 이공학부 근처 에 살 때 구내 매점에 가서 자주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와세다 대학 출신 이지만, 그렇다고 '와세다'라는 로고가 들어간 트레이닝 셔츠를 입느냐 하면, 그 런 일은 절대로 없다.
자기가 좋압한 대학에는 여러 가지로 애증이 엇갈리게 때 문에, 아무래도 너무 자극이 강하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대학의 셔츠를 신경 쓰 지 않고 입는 것이 헐씬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이 '뷰티풀 캠퍼스'라고 하는 캐치 플레이즈는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닐 까? 캠퍼스가 아른다운 니혼 대학이라는 것은 마치 리조트 호텔의 광고 같은 느 낌이다.
대학에는 캐치 프레이즈가 필요 없다.
나는 프린스턴과 하버드 대학의 구내 매점에도 가보았지만, 트레이닝 셔츠에는 단지 대학 이름밖에 써 있지 않 았다.
그런 것이다.
하긴, 남의 대학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트레이닝 셔츠에는 여러 가지 영어 문구가 씌어져 있다.
개중에는 상당히 엉망진창인 것이 있어서, 거리에 나가서 바라보고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 다.
누가 그런 문구들을 생각해 내는 건지 나는 늘 궁금했다.
언젠가는 '나이스 박스 1384'라는 문구가 씌어진 트레이닝 셔츠를 입고 있는 아가씨를 보았는데, 박스라고 하는 것은 사서함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일까? 그러나 나이스 박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성능이 좋은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이런 것은 왠지 좀 서 늘하다.
남자는 돈을 지불하고 운반만 하는 '캐스&캐리'인가 -남자는 쇼핑하는 아내나 애인을 따라다니며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운반하는 일개미 같은 인간이 아니다.
남자도 살아 숨쉬는 인간이다 대다수의 남자들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애인과 데이트를 하 거나, 아내와 거리를 걷거나 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옷 사는 데 따라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도 한 집이나 두 집이라면 또 모를까, 여섯 집이나 일곱 집싹 따라다닌 끝에, "안 되겠어요.
제일 처음에 갔던 집에 다시 가봐야겠어요"하는 식의 말을 듣게 되면, 온몸에서 힘이 쑥 빠져 버린다.
여자는 남자가 레코드 가 게나 장난감 가게 같은 곳에서 열중하고 있을 때 동행해 주었으니까, 하는 생각 도 있을 테지만, 그녀들이 옷을 고르는 데 쏟는 집념에는 남자의 온갖 취미의 영역을 하나로 합쳐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파워와 위협이 있어서, 그 에너지 가 이따금 우리 남자들은 압도라고 놀라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나는 어제 다이칸야마에서 시부야,아오야마 3번 가를 여유해서 하라주쿠까지 쉴 새 없이 따라다녀야만 했다.
나는 미리 신중하 게 생각한 뒤 조깅화를 신고 가서 약간 득을 보았지만, 하이힐을 신고 그런 장 거리를 걷는 에너지를 집념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항간의 뷰티크라는 곳은 남자에게 있어서 참으로 어색한 장소다.
시간 을 보낼 만한 곳이 없고, 어쩐지 모든 것이 거북스럽기만 하다.
손님이 붐빌 때 에는 멍청하니 서 있으면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고, 그렇다고 해서 원피스 나 핸드백에 가벽할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일이 상품을 구경하며 시간 을 때울 수도 없다.
그것은 정말 난처한 일이다.
하지만외국에 나가면 이상하게 그런 일이 없고, 아내의 뷰티크 군례에 도앵을 해도 그렇게 지루하고 따분했던 기억이 없다.
이것은 상점 쪽이 함께 들어오는 남성에 대해서 그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샌프란 시스코의 '로라 아슐레이'에서는 아내가 옷을 고르고 있는 동안, 그 집의 예쁜 아가씨가 나를 상대해 주면서 "도쿄에서 오셨나요? 좋은 곳인가요? 가보고 싶어요.
저는 뉴올리언스 태생이에요.
뉴올리언스에 가보셨어요?"하고 말을 걸어 주었으며, 호놀룰루의 교외에 있는 뷰티크에서는 소파에 앉게 해주고, 콜라와 프 리첼까지 대접해 주었다.
이러한 뷰티크라면 남자 쪽도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 하게 된다.
도쿄의 뷰티크도 남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조금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남자는 단지 캐시&캐리(역주: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운반하는 인간)가 아 닌 것이다.
남자도 살아 숨쉬는 인간이다.
UFO를 못 본 하루키는 바보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UFO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인가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허어, 그래?" 하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스필버그의 <미지(미지)와의 조우>라는 영화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 하는데, 그것은 영화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다만 내가 UFO라는 것에 대해서 흥미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로서는 비교적 재미있게 만 들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흥미가 없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중국 만두를 싫어하니까, 만일 중국 만두가 주인궁으로 나오는 영화가 있다면 그 작푸멩 대한 점수는 상당히 인색할 것 같다.
제멋대로라고 할 지 모르지만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UFO의 경우는 중국 만두와 달라서 유달리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되 풀이하는 것 같지만, 다만 흥미가 없을 뿐이다.
UFO의 존재를 믿지 ㅇ낳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믿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말하면 '있을까?'하 고 생각하고, 없다고 하면 '없을까?'하고 생각한다.
자연체라고 할까, 아무튼 어느 쪽이라도 좋은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UFO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인가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허어, 그래?'하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식으 로 대답하면 대개의 경우 상대방은 "자네는 믿지 않는군!"하고 화를 낸다.
나는 UFO의 존재를 특별히 믿지 않는 것은 아니고, 다만 흥미 없는 일에 대해서 양 자 택일을 강요당하는게 싫을 뿐이지만, 그러나 나의 심정을 설명해도 좀처럼 이해를 해주지 않는 일이다.
골치 아픈 일이다.
지난번에는 어떤 아가씨에게, "하루키 씨는 UFO도 보지 못했으니까 틀렸다구 요!'라는 의미가 담긴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까, 그런 느낌이 들지 않 는 것도 아니다.
소설가로서 일을 해 나가려면, UFO 한 개쯤은 보아 두지 않으 면 안 될지도 모른다.
UFO나 유령 같은 것을 한 번 보아두면, 예술가로서 관록 이 붙을 것 같다.
술집에서 화젯거리로 꺼낼 수 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햅았는데, 편의적으로 UFO나 유령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예술가' 라고 정의하고, 경험이 없는 소설가는 '예술 방면 활동가'라 고 정의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누군가가 UFO에 대한 화제를 들고 나왔을 때, "아, 나는 소설을 쓰고 있지만 '예술가'가 아니고 '예술 방면 활동가'니까, UFO 이야기는 못합니다"하고 분명히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도 '그런 가.
이 사람은 '예술방면 활동가'니까 이런이야기를 해도 헛일이겠군' 하고 생각 해 줄 것이다.
그러면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나는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수수께끼에 휩싸인 고양이 -고양이에게도 고양이 나름대로의 유아 체험이 있고, 청춘기의 뜨거운 상념이 있고, 좌절이 있고, 갈등이 있는 것일까? 인간도 여려 부류가 있겠지만, 고양이의 부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나는 대체로 한가한 생활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들 고양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아무리 오래 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는 일이 없다.
열 마리의 고양이가 있으면, 거기에는 열 가지 다른 개성이 있고, 열 가지 다른 버릇이 있으며, 열 가지 다른 생활 방 식이 있다.
그런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니까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그뿐 이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여러 갖 불가사의한 일 이 많다.
그것 참 이상도 한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하 루 해가 저물어 보리곤 한다.
우리 집에는 열한 살 된 암컷 샴과 네 살 먹은 수컷 아비시니언이 있는데, 성 격이 복잡한 점애서, 나이를 먹은 샴 쪽이 역시 앞선다.
우선 첫째로, 그 고양이 는 밥을 주어도 얼른 입에 대지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흥, 밥이구나!' 하 는 표정을 짓고 다른 곳으로 가서, 한참 동안 꼬리를 핥고 있다.
그리고 한참 있 다가 주위가 조용해진 다음에 다가와서, '어디 먹어 볼까?'하는 식으로 밥을 먹 는다.어째서 그런 짓을 일일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 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추운 계절에 이불 속으로 들어올 때, 반드시 먼저 세 번 이불 속을 들락날락하는 버릇이 있다.
우선 이불 속으로 들어와 드러누워서 잠 깐 동안 생각하고 나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하는 느낌으로 쓰윽 밖으로 빠져 나간다.
이것이 세 차례 계속되고, 네 번째야 겨우 자리를 잡고 깊이 잠이 드는 것이다.
그 의식에 대충 10분에서 1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 도 이것은 완전한 시간 낭비다.
고양이 쪽도 번거로울 테고, 나도 간신히 잠이 들려고 하면 고양이가 들락날락 거리니까 상당히 신경이 곤두선다.
세상에는 "삼 고(삼고)의 예(역주:중국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 양의 초가집을 세 번 찾아가 간청하여 드디어 제갈양을 군사(군사)로 맞아들였다는 고사)"라는 것이 있지만, 고양이가 한밤중에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따금 어째서, 어떤 이유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그런 버릇이 고양이의 머리 속에 각인된 것일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있다.
고양이에게도 고양이 나름대로의 유아 체험이 있고, 청춘기의 뜨거운 상념이 있고, 좌절이 있고, 갈등 이 있는 걸일까? 그리고 그러한 경로를 거쳐 거기에 한 마리의 고양이로서의 아 이텐티티가 생겨나서, 겨울 밤에 정확히 세 차례 이불 속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까? 고양이는 너무낟 많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다.
공부를 하기 싫어했던 나는 -나는 고교 시절에 "어느 면도사에게나 철학은 있다"는 서머셋 몸의 글을 읽 고 감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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