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오카모토 다로적 전환을 이룩했다. 그리고 거기에 '브래들리 식 고무 밑창 신발'이 탄생한 것이다. '브래들리 식 고무 밑창 신발'은 어느 사이엔가 스니커즈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악의에 찬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면, 보수적이고 온건한 보스턴의 시민 들은 브래들리 씨와 그 발명품에 대해서 상당히 짜증스러워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세월은 흘러 1982년이 되었다. 나는 스니커를 대단히 좋아한다. 1년 중 350일은 스니커를 신고 생활하고 있 다. 덱 슈즈(역주:배의 갑판 위에서 신는 신발), 로컷, 바스켓볼 모델이나 빨간색, 파란색, 흰색 스니커나, 콤파스, 케즈 등 여러 가지 스니커를 가지고 있다. 스니 커를 신고 거리를 걷다 보면, 나이를 먹는 것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 같 은 느낌이 들게 된다. 때때로 어떤 사람이 스니커를 발명했을까 하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한 끝에,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거짓말을 생각해 냈다. 전부 거짓말이다. 정말 미 안하다. 거울 속의 저녁놀 -우리는 걸오 온 길을 묵묵히 되돌아갔다. 바다와 같은 양치 식물의 잎이 밤 바람에 흔들려서 ㄲ 내음이 하얀 달빛 속에 떠돌았다. 시냇물 소리가 가까이 다 가왔다가 멀어지고,밤에 우는 새가 금속을 서로 비벼대는 것 같은 소리로 울어 댔다 우리는(우리라는 것은 물론 나와 개를 말한다) 아이들이 잠드는 것을 확인하 고 나서 오두막을 나섰다. 내가 베갯머리에 앉아서 1963년도판 조선(조선) 연감 을 소리내어 일고 있는 사이에(오두막 안에는 책이 그것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총배수량 23,652톤, 전체 높이 37.63미터"하는 식의 문장을 읽어 주면, 코끼리의 무리라도 잠들어 버릴 것이다. "저어, 주인님, 산책이라도 나가요. 오늘 밤은 달이 너무 아름답네요."하고 개 가 말했다. "좋고말고"하고 나는 말했다. 이렇게 나는 말을 할 줄 아는 개와 살고 있다. 물론 말을 할 줄 아는 개는 참 으로 드물다. 나는 말을 할 줄 아는 개와 함께 살기 전에는 아내와 함께 살았다. 작년 봄에 시내의 광장에서 바자회가 열렸는데, 그 곳에서 나는 아내와 말을 할 줄 아는 개를 교환했던 것이다. 나하고 거래 상대하고 어느쪽이 더 득을 보 았는지,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했지만, 말을 할 줄 아는 개는 다른 무엇보다도 신기한 존재기 때문이다. 나와 개는 강을 따라 완만한 언덕을 올라가서, 그대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때 는 7월이어서, 매미나 개구리의 울음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무의 작은 가지에서 흘러 떨어지는 달빛이 오솔길에 얼룩진 무늬를 그려 내고 있었 다. 나는 걸으면서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주인님,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하고 개가 물었다. "지난 일들이란다. 젊었을 때의 일들 말야"하고 나는 대답했다. "잊어버리세요. 지난 일 같은 거 생각해 보았자 비참해질 뿐이에요. 나는 아무 래도 잘 모르겠어요. 비참한 인간들이 더욱 비참해지려고 한다니까요. 아시겠어 요?"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개가 말했다. "이제 그만 됐어"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고는 잠자코 걸음을 계속 옮겼다. 개 는 길러 주는 주인을 향해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무 래도 개를 너무 버릇없이 키운 것 같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봄의 바자회에서는 또 다른 어떤 것과 교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내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하프를 연주할 수 있는 영양 정도는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는 그러한 나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럴 생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에요. 당신은 굉장히 좋은 분이세요"하고 개가 변명을 했다. "조금 더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하자. 밤의 숲 속은 무서우니까 말이야" 하고 개가 변명을 했다. "분명히 그래요. 밤의 숲 속은 무서워요. 밤의 숲 속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 어나거든요. 가령 거울 속의 저녁놀이라든가"하고 개는 말하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울 속의 저녁놀이라니?"하고 나는 놀라서 그렇게 되물었다. "그런 게 있다고요.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인데요. 엄가 개가 강아지들을 겁줄 때 자주 쓰곤 하지요." "흐음"하고 나는 신음 소리를 냈다. "어때요? 여기서 잠시 쉬어 가지 않을래요?" "좋고말고." 나는 나무 뿌리에 걸터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거울 속의 저녁놀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려주지 않겠니?" "내년 봄으 바자회에 나를 들고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그렇게 하지 요. 나도 이 나이에 또다시 서커스 같은 데 나가기는 싫으니까요." "약속할게"하고 나는 말했다. 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발에 달라붙은 진흙을 나무 줄기에 비벼 떨어뜨리고 나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근처의 개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이 넓은 숲 속 아딘가에 수정으로 만들어진 조그맣고 둥근 연못이 있어요. 그 표면은 마치 거울처럼 매 끈매끈했죠. 그리고 그 곳에는 언제나 저녁놀이 비쳤어요.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 든 언제나 저녁놀이 비쳤던 거예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글쎄요. 수정이라는 것은 틀림없이 기묘한 시간의 호흡법을 알고 있었을 거예 요. 오묘한 깊은 바닷속 물고기처럼요"하고 말하는 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것은 위험하단 말이지?" "네, 그것을 본 사람들은 ㅁ두 드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어진대요. 아무튼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저녁놀이니까요. 그리고 그 곳에 들어가 버린 사람들은 그 저녁놀의 세계 속에서 방황을 계속하고 있대요." "별로 나쁠 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대개의 일은 생각처럼 즐거 운 게 아니에요. 특히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우에는 말이죠"하고 개는 말 하고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난 저녁놀을 좋아하거든." "나도 저녁놀을 좋아해요." 나는 한참 동안 잠자코 담배만 피웠다. "그런데. 너는 실제로 그 거울 속의 저녁놀이라는 걸 본 적 있니?" "아뇨"하고 말하고 개는 고개를 흔들었다. "본 적 없어요. 부모님 한테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에요, 부모님은 또 그들의 부모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구요.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옛날부터 전해 내 려오는 이야기라고요." "그것을 본 개도 없는 거야?" "그것을 본 개는 모두 그 저녁놀 속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다고요."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드는구나." "사람들도 개들도 생각하는 건 거의 똑같다고요. 자아, 이제 그만 돌아가요."하 고 개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묵묵히 되돌아갔다. 바다와 같은 양치식물의 이이 밤바람에 흔들려서 꽃 내음이 하얀 달빛 속에 떠돌았다. 시냇물 소리가 가 까이 다가왔다가는 멀어지고, 밤에 우는 새가 금속을 서로 비벼대는 것 같은 소 리로 울어댔다. "피곤하게요?"하고 개가 물었다. "아니, 천만에. 굉장히 기분이 좋아"하고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하고 개가 말했다. "그런데, 조금 전의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지?" 하고 나는 물었다. "그러지 마세요. 무엇 때문에 내가?" "괜찮으니까, 사실대로 털어놓아 보라고"하고 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알아차렸군요, 역시." "당연하지." 개는 계면쩍은 듯이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였죠?" "글쎄다"하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잊으면 안 돼요. 봄의 바자회 건 말이에요. 주인님이 확실히 약속했으 니까요." "알았어." "서커스에만은 나가고 싶지 않다고요"하고 개는 말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두막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어쨌든 지독하게 달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제6장 작지만 확고한 행복을 나는 원한다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여기서는 한잔 마시면서 쓴 글이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콤비를 이루었던 화가의 그림을 곁들여 매월 잡지에 연재했던 꽤나 멋도 부였던 글들의 향연! 8월의 크리스마스 -내가 여름에 뿌려 둔 씨앗이 훌륭히 성장해서, 슬슬 거리에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집의 레코드 선반에는 프랭크 시나트라와 패티 페이지와 체트애트킨즈가 출연할 차례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행위 그 자체는 그다지 곤란한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하기가 곤란한 종류의 일이 이 세상에는 몇 가지 존재한다. 가령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캐럴 레코드를 사들이는 것도 그런 일 중 하나다. 레코드를 한 장 사는 것은 그다지 중대한 결심을 필요로 하는 행위는 아니지 만, 그 레코드가 크리스마스 캐럴이고, 계절이 8월이라는 것만으로, 내 마음은 언제나 '망설임의 바다(그것이 달 표면에 있으면 좋겠는데)'의 깊고 어두문 해저 를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금년 크리스마스에 나는 정말로 크리스마스 캐 럴 레코드가 듣고 싶어질까?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것이 그만큼의 의미가 있 는 것일까? 8월의 한가운데에서 크리스마스와 크리스마스의 주변적 사물에 대하 여 가치 판단을 강요당하는 것은 나름대로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진귀한 크리스마스 캐럴 레코 드를 사지 못하고 놓쳤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오래된 크리스마스 레코드도 남에 게 빼앗겼고, 케니 바렐의 것도 사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한여름에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 아주 의귀한 크리스마스 캐럴 레코드와 만나는 괴로운 처지에 놓이곤 한다. 그리고 언제나 12월이되어서야, '그때 사두었으면 좋았을걸'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금년 겨울에 한해서는 나는 절대로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나는 지난 6월에 '금년 여름에야말로 바겐 세일일 때 크리스마스 캐럴 레 코드를 듬뿍 사모아야지'하고 결심했고, 그것을 대담하겟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 다. 그것도 실로 8월의 호놀룰루에서 크리스카스 캐럴 레코드를 열 장이나 산 것이다. 어떤 가게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여름에 뿌려 둔 씨앗이 훌륭히 성장해서, 슬슬 거리에는 크리스 마스가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집의 레코드 선반에는 프랭크 시나 트라와 패티 페이지와 체트 애트킨즈가 출연할 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다. 셰이빙 크림병을 들고 거리를 누빌 때 -나는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셰이빙 크림을 산다. 그리고 그것을 호텔의 세면 대 선반에 면도칼이나 칫솔 등과 나란히 놓는다. 그러면 '아아 외국에 왔구나'하 는 실감이 비로소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막상 요름을 내려고 하면 지갑 속에는 1만엔짜리 지폐밖 에 없고, 마침 운전사도 거스름 돈이 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옛날에는 이런 때 "담배 가게 앞에서 세워 주세요"하고, 담배를 사서 큰 돈을 바꾸곤 했었다. 그런 데 몇 해 전에 담배를 끊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면 나는 내개 화장품 가게 앞에 차를 세어 달라고 한 뒤에 병에 든 셰이빙 크림을 사고 거스름 돈을 받는다. 왜 하필 셰이빙 크림이냐고, 왜 같은 화장품이라도 샴푸나 탤컴 파우더나 애프너 셰이빙 로션이나 오데코롱이면 안 되느냐고 물어도, 확실히 대합할 수는 없다. 나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셰이빙 크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때문에 반사적으로 셰이빙 크림을 사버리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택시 요금을 지불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그 위 하루 온 종일 셰이빙 크림병을 안고 거리를 우왕좌왕하는 곤경에 빠지게 되고 만다. 이 상한 이야기지만, 한 개의 셰이빙 크림병을 손에 들고 거리를 걷고 있으면, 거리 가 여느 때하고는 약간 다르게 보인다. 권총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거리를 걷고 있으면 거리가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은 적이 있 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셰이빙 크림병 역시 조금은 다르다. 술집에 들어가 스탠드 위에 셰이빙 크림병을 올려 놓고 위스키를 마시거나 해도 꽤 기분이 괜 찮다. 특별히 그것이 무엇인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외국에 나가면 반드시 그 곳의 슈퍼마켓에 뛰어들어가 셰이빙 크림을 산 다. 그리고 그것을 호텔의 세면대 선반에 면도칼이나 칫솔 같은 것과 나란히 놓 는다. 그러면 '아아, 외국에 왔구나'하는 실감이 비로소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내가 개인저긍로 좋아하는 것은 질레트의 '트로피컬 코코넛'이라는 셰이빙 크 림인데, 이것을 쓰고 있으면 한 걸음 밖은 와이키키 해변인 듯한 느낌이 든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새로 사귄 애인 사진 -나처럼 회사에 다니지도 않고 자식도 없는 사람은 자기 나이에 대한 정상적 인 감각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형편없이 어린애 같아지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묘하게 노인처럼 되거나 한다 얼마 전에 오래간만에 옛 친구와 만나서 잡담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으려니 까, 갑자기 지갑에서 젊은 여자 사진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 진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새로 사귄 애인 사진이라고 했다. 꽤 귀여운 얼굴이었 다. 덧붙여 말하면, 그는 나와 나이가 같지만 독신이다. "어때, 어리지?"하고 그가 말했다. "그래, 어리군"하고 내가 대답했다. "후후후, 열여덟 살이란 말이야, 열여덟"하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강조했 다. 상당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기뻤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갑 속 에 자기 나이의 절반쯤 되는 어린 애인 사진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니 정말로 대 단하다. 어쨌든 꽤 즐거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친구는 정말로 특수한 예고-이 런 사람들만 있다면 이쪽 머리까지 이상해질 것 같다-나만한 연배가 되면 대개 의 사람들은 지갑 속에 어린아이의 사진을 넣어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오래간 만에 만나면 나에게 보여 준다. 벌써 큰아이는 초등 학교 3학년이거나 한다. "이 녀석이 벌써 아홉 살이라니까"하고 말하는 그도 즐거워 보인다. 상당히 타입이 다른 이 두 가지 예를 함께 종합해 보면, 나도 이제 꽤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실감을 문득 하게 된다. 독신자는 독신자 나름대로, 가정을 꾸린 사람은 가정을 꾸린 사람 나름대로 나이를 먹고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다. 나처럼 회사에 다니지도 않고 자식도 없는 사람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정상적 인 감각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형편없이 어린애 같아지고,또 어떤 부분에서는 묘하게 노인처럼 되거나 한다. 그래서 이따금 옛날 친구들과 만나거나 하면, 여러 가지 감정이 새삼스럽게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 지갑 속에는 어느 누구의 사진도 들어있지 않다. 자식은 없고, 젊은 여자의 사진을 넣어두거나 하면 여러 가지고 골치 아픈 문제로 발전 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의 사진을 넣고 다니는 것도 별로 재미 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이 내 아내인데, 서른 몇 살이야"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 같 다. 하긴 그렇게 난처한 일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지만. 낡은 혼의 흔들림 같은 여름의 어둠 -틈만 있으면 슬리핑 백을 둘러메고 혼자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던 무렵, 여행 지에서 그 고장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옛날에 내가 아직 학생이고, 틈만 있으면 슬리핑 백을 두러메고 혼자 여 행을 하며 돌아다니던 무렵, 여행지에서 그 고장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 기를 들었다. 즐거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를 말이다. 어느것이나 다 그 고장의 역사와 지형이나 기후와 밀접하게 결부된 이야기였 다. 자신의 다리로 마을이나 부락을 일일이 돌아다니다 보면, 하나하나의 장소에 사람들의 추억이 미세한 비늘처럼 달라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가 있다. 이러한 것은 비행기나 신칸센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바쁜 여행자의 눈에는 거의 띄지 않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에 흠뻑 젖어서 바보처럼 며칠씩이고 뚜벅뚜뻑 겉 고 있노라면 조금씩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산속에서 한 노인이 '죽은 이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죽은 이 의 길'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이 명도9역주:불교에서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영혼이 세계)로 향하는 길을 말하는데, 그것은 모든 물이 강 줄기를 따라서 바다 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성한 길이 어서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그 길에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죽은 이의 길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까?"하고 나는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 잘못해서 그런 곳에서 노숙이라고 하게 되면 큰일이 날 테니까 말이다. "추우니까 금세 알 수가 있지. 한여름이라도 등줄기가 얼더붙을 것처럼 춥거 든. 혼이 길을 걷고 있을 때는 말이야"하고 노인은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여름 밤은 무더운 것이 좋다고 나는 개인저긍로 생각하고 있다. 여름은 무더운 것이 당연하며, 극서이 가장 평화로운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도시 한가운데서 숨을 거둔 사람들 은 어떠한 코스를 더듬에서 죽은 이의 나라로 향하는 것일까? 그들은 빌딩 그늘 을 살며시 더듬에서 지하철 궤도의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 가거나, 혹은 빗물과 함께 하수도로 기어들어가서 소리도 없이 도시를 가로질러 가는 것일까? 나로서 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그 노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지하철 차 량의 맨 앞에 서서 뒤로 밀려가고 있는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볼 때가 있다. 낡은 혼이 흔들리는 것 같은 여름의 어둠 지각한 역생이 담 넘어가는 광경 보면 하루 종일 즐겁다 -나는 호텔의 4층 창문에서 지각한 여고생이 담 넘어가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고는, 하루 종일 즐거운 기분으로 보낸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시간에는 츨두철미한 편이어서,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 서는 약속 시간에 늦지를 않는다. 그러나 아주 오래 저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학생 때는 상습적으로 지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밥 먹듯이 사람을 기다리게 했 다. 학교를 나와 직접 장사를 시작하고, 타인을 향해서 절대로 지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입장이 되고 나서부터 나 자신의 지각하는 버릇도 완전히 고쳐진 것이 다. 지각하지 말라고 주의를 조는 당사자가 지각을 하면, 아무도 그 사람의 말은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저긍로 학생 때는 아무런 지각을 해도 별로 상관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다소 늦어졌다고 해서 시시한 수업의첫부분을 조금 듣지 못하고 해서 그렇게 손해볼 것까지는 없는 것 이다.필요에 따라서 갖가지 버릇과 습관을 고쳐 나가는 것은 사회에 나오고 나 서 해도 충분하다. 내가 이따금 머무는 시내의 호텔 창문에서는 여자 고등학교의 정문이 바로 내 려다 보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를 끝내고 담배를 한 대 피우면, 대개 이 학교의 등교 시간이된다.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들이 한결같 이 검은 가방을 들고 차례차례로 걸어와서 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바삐 뛰어오는 여학생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고 나서 운명의 벨이 울리고, 정문이 끼익 하고 닫힌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심술 사 나워 보이는 선생님이 교문 옆에 서서, 지각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의 를 주면서 이름을 적어 나간다. 그러나 개중에는 반드시 '호락호락 지각생 명단에 오를 수야 없지'하는 생각을 하는 짓궂은 여학생이 있다. 그런 학생은 정문 근처에 있는 전신주 뒤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다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선생님이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한 순 간을 포착하여, 재빨리 길을 가로질러서 옆집 담으로 다가가서 슬슬 그것을 타 고 넘어 그대로 학교의 담 안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스커트 자락 을 툭툭 털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서 교실로 들어간다. 용기와 판단력과 체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재주다. 나는 호네르이 4층 창 문에서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고는, 하루 종일 즐 거운 기분으로 보낸다. 그런 일로 인해서, 나는 그 여자 고등학교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이 꽤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지도 그리기 -나는 비교적 편견에 찬 사고방식의 소유자라서, 그다지 일반적인 감각이라고 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도를 잘 그리는 아가씨가 만일 근처에 있다면 나도 모르게 사랑을 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지도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댁으로 찾아 뵙고 싶은데, 약도 같은 것은 한 장 "하고 말을 하면, 공연히 ㅈㄹ거워져서 쓱쓱 그 려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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