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神武) 序章 나의 몸에 뿌려지는 차가운 피... 그것은 나를 죽음으로 몰고갔다.... 사신의 낫. 나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그것을 보며 난 지금 이순간 만은 미소를 지을수 있었다... 이제 모는것은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중했던 자도... 사랑했던 자도.... 잊어버리고..... 언젠가 다시 유(有)로 돌아올때는.... 슬픈 기억이 스며있는 이 대지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고 싶다..... 1. Part 1. 부활 난 깨어났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지겹도록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대체 내가 왜 잠들어 있었는지. 또 얼마동안 잠들어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내 기억 속 어느 곳에는 그런 기억이 들어있을 것이 분명했지만 막 잠에 서 깨어난 나로서는 그런 것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흡사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고 곧 내가 누구인지 인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살아 있을 수조차 없는 곳이라는 것도. 하나의 동굴 안의 얼음 기둥 안. 황당하게도 이곳에서 난 정신만이 깨어있는 상태였다. 육체는 분명 살아있기 는 했지만 동면이라도 한 듯이 심장만이 약하게 뛰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상하 리 만치 정신만은 구구단을 한번도 틀리지 않고 수십 번을 읊을 정도로 멀쩡했 다. 어떻게 된 것인가? 내가 왜 이곳이 있는 것인가? 난 지금의 상황을 기억해내 기 위해서 과거의 들추기 시작했고 얼마 후 내가 잠들기 전의 상황을 기억해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분명 나는 죽어야만 했어야 했는데…. 비룡의 천빙장(天氷掌). 그 당시의 나의 내공으로는 절대로 그 한독을 몰아낼 수가 없었다. 비록 극양(極陽)의 기운을 가진 만년삼황(萬年蔘皇)을 세 뿌리나 먹어버린 나 였다고 해도 그때는 그것들의 기운을 1할도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동면상태이기는 해도 이렇게 살아있다니…. 어쩌면 흡수되지 못한 삼황의 기운이 천빙장의 한기를 막아준 것일지도…. …. 빌어먹을….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남아 버렸다는 것이군…. 큭큭. 가장 소중한 이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도 못했던 무력한 나. 복수라는 명목 하에 형제의 의를 맺었던 비룡의 목을 베어버리면서 죽기 위해 일부러 천빙장을 몸으로 받았건만…. 난 살아남아 버렸다. 그것이 이런 가사상태라 하더라도….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있던 나는 곧 정신을 추스르고 가사상태에 있는 몸을 깨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언제까지나 이런 생태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으려고 해도 몸이 움직여야 심장을 파버리던지 하지….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야 몸이 늙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 다. 그때까지 눈만 멀뚱히 뜨고 지내야 한다는 것은…. 정신이 미치지 않은 이상은 사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야하지? 몸은 가사상태, 정신은 멀쩡 이라는 상황조 차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는 상황인데 말야. 젠장. 미치겠군. 몸의 감각은 전혀 느낄 수도 없으니…. 그렇다고 언제까지 넉 놓고 이런 상황을 음미하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라 이 런 저런 방법 -이라고 해봤자 욕 갈기며 움직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지만-을 써댔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는 거의 포기 상태로 한숨만을 내 쉴 뿐이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나는 터라 요 며칠간은 될 대로 되라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요함만이 지배하던 공간에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일어났다. "꺄아아…! 갑자기 왜 비가 오는 거야?" "으앙! 다 젖었어!" "그나마 다행이군. 이런 곳에 동굴이 있어서." "그래요…." "그보다. 상당히 큰 동굴인데. 게다가…. 저 안쪽…." 기척으로 봐서는 한 다섯 명 정도의 일행 같았다. 남자가 셋. 여자가 둘…. 등산객인가? "이상해. 여기 왜 이렇게 춥지?" "아무래도 안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들어가 볼까? 혹시 모르잖아. 전설의 무기 같은 것이 있을지." "에이. 설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곧 와아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전설 의 무기? 장난하는 건가? "하지만 안쪽에 뭔가가 있긴 있는 것 같아." "그래. 희미하긴 하지만 특이한 마나가 느껴지거든." 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보다. 정말 이상해….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단어들 아냐? 마나. 전설의 검 같은 것은…. …. 뭐. 판타지 동호회의 모임이라도 되는가 보지…. 이봐. 그런 것보다 어서 들어와서 나 좀 어떻게 해주라고…. "음. 역시 난 궁금한 것은 못 참아."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이상한 것은 목소리는 분명히 남자 였는데 이상하리 만치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었다. 이건 흡사 도둑놈들이 살금 살금 걷는 것과 같았다. "나도 가볼래." 뒤이어 두 여자중의 한 명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역시나 남자의 뒤를 따라 들 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남은 셋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좀 전에 그들의 대화로 들어서 거리로 보자면 그들과 이곳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까웠다. 대충 50미터 정도. 예상대로 한 20초 정도가 지나자 내 앞쪽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곧 그 수가 늘어났고 뒤이어 다섯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야." 그리곤 가장 처음 들어온 남자가 놀라서 부르짖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그들의 모습. 푸른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내 키 정도의 잘생긴 청년. 그리고 내 또래의 은발의 귀여운 여자아이. 붉은 머리의 늘씬한 미녀. 갈색 머리카락 의 20대 후반 정도의 근육질 아저씨. 녹색 머리카락의 귀엽게 생긴 꼬마 남자 아이…. 게다가 그들의 옷 또한 나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으니…. 여…. 여기 한국 아니었어? "어. 얼음 속에 사람이 있어." "주. 죽은 사람 아냐?" 두 여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얼굴은 귀신이라도 본 듯이 흙빛으로 변해있었다. 다만 워낙 예쁜 여 자들이라…. ….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 형 살아있어요." 그때 녹색 머리카락의 꼬마 남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 기둥에 손을 대며 말했다. 정말….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니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게 나 좀 살려줄래? "살아있다고?" "네.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근육질 사내가 다가오며 묻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자 두 여 인이 다가와 기둥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이거 마법으로 만들어진 얼음이야. 그것도 8서클 이상의…. 어쩜 9서클 일지 도. 굉장해!"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봐…. 그보다 여기 들어있는 남자. 잘생겼네. 호홋. 검 은 머리카락을 가진 미남자라니…. 흑발이라. 특이하네…." "음. 내가 알기로는 흑발은 마족(魔族)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아는데…." 근육질 아저씨의 조용한 중얼거림. 그 한마디로 두 소녀와 한 명의 청년의 시 선이 순식간에 근육질 아저씨에게로 그리고 뒤이어 나에게로 향했다. "설마…. 그럼 여기 이 사람이 마족이라는 말이에요?" "그건 아닐 거예요. 비록 거의 없기는 하지만 흑발도 세상에 어느 정도는 있 고 또 마족은 흑발과 함께 이마에 마의 문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니까요." 소년의 말에 두 여자의 얼굴에는 약간의 안도의 기색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움직이고 싶어 환장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마족이니 나발 이니를 중얼거리며 토론을 하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과 함께 화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화를 느낌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나는 두 눈을 치켜 떴다. 라고 느꼈다.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잠시 후 느낀 것은 내 몸의 두 눈이 정말로 치켜 떠졌 다는 것이었다. "꺄악!!" 나의 몸의 갑작스런 반응에 나도 놀랐지만 나를 바라보던 은발의 소녀도 놀랐 는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렀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 것은 뻔 한 일. "뭐. 뭐야?" "생명의 기운이 강해져요." 그러나 그런 그들과 상관없이 난 갑자기 느껴진 나의 몸의 감각과 그 몸의 내 부에서 갑자기 들끓기 시작한 기운으로 인해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 요즘 유행하는 퓨전 판타지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 그리고 쥔공은 한국의 평범하지 않은 고딩이었답니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엄청난 무협고수 였다는. 클클.^^; 이놈의 신상은 얼마 후 밝힐 것이고. 마지막으로 대충 상황을 이해하겠지만 어떻게 주인공이 이곳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느냐는…. --;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서 사이케 델리아처럼... 이상한 능력 하나를 만들어 버렸답니다...^^;;; 신무(神武) 2. 몸의 감각이 돌아오자마자 나의 몸을 지배하는 감정은 당혹이었다. 내력충돌(內力衝突). 어떻게 된 일인지 만년삼황의 기운이 그와 반대되는 음 기(陰氣)와 강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난 다급히 천명신공(天明神功)을 운용하며 부딪치는 두 기운을 조종하기 시작 했다. 그러나…. 두 기운의 크기는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만년삼황의 기운이야 그렇다고 쳐도 그와 대등한 이 음기는 대체…. 무릇 내공의 수련 시에는 음에도 양에도 기울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라 만년 삼황을 세 뿌리나 먹은 나라 하더라도 그 기운을 순식간에 나의 것으로 할 수 는 없었다. 만년삼황의 기운은 양의 기운인 덕분에 음의 기운을 가진 다른 영약을 취하지 않은 이상은 한번에 만년삼황의 양기(陽氣)를 흡수하는 것은 음양의 기운을 균 등하게 수련해야 하는 천명신공을 익힌 나에게는 쥐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 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만년삼황 덕분에 내 내공의 성장은 보통사람의 두세 배 이상 빨랐다. 양의 기운이 충만한 나에게 있어 필요한 것은 음의 기운이었 고 덕분에 음의 기운만을 흡수한 터라 수련의 진척은 두 배 이상 빨랐었던 것 이다. 겨우 삼 년의 수련으로 거의 10년 가량의 내공을 쌓은 나였기에…. 만약 삼황과 대등한 음의 기운을 내가 쌓고 그 두 개의 기운을 융합시킬 수만 있다면 난 거의 3갑자 정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갑작스런 내공충돌. 그리고 나의 한계를 넘어버린 넘쳐나는 내공. 보통의 방법으로는 이런 강맹(强猛)한 기운을 한순간에 진정시키기란 불가능 했다. "크읍!!" 나의 입에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비릿한 피….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 기둥은 산산이 부서지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꺄악!!" "뭐. 뭐야!!" 나를 구경하고 있던 일행들의 외침. 그러나 지금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상 황이 아니었다. 이거 잘못하면 내상만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크큭. 죽고싶어서 비룡의 천빙장에 뛰어들었던 나인데…. 갑자기 이런 상황에 서 살고 싶어 안달하는 꼴이라니…. 하지만 인간의 간사한 심리는 나에게 살아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퍼엉!! 나의 내부에서 부딪치는 두 개의 기운. 순간 나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리고 다시 한번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 한번만 더 두 기운이 충돌한다면 내 몸이 견뎌 내지를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아니. 방법이 한가지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할 힘이 지금의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는다는 말이 정답이었다. 얼마동안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시간동안 얼음 속에 들어있던 내가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힘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 죽는 것인가? 라는 생각뿐이 들지 않았다. 나의 이성적인 생각. 그것은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아 무 것도 남지 않은 내가 다시 살아나서 무엇하리라는 생각. 그러나 그 안쪽의 심리에는 아직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숨어있었다. 아니. 죽기 싫어 라는 생각 이었다. 역시 인간은 간사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살고싶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었다. 약간의 체력만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 순간 내 몸 속에서는 두 개의 기운 이 다시 한번 회오리를 쳤고 서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젠 끝이다. 라는 생각뿐. 죽음이라는 것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그때 나의 몸에 흘러드는 따뜻한 기운. 순간적으로 나의 체력이 회 복되어 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순간적인 기회. 두 기운이 부딪치기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 난 재빨리 단전의 내공을 끌 어올려 각각 나눈 후 두 개의 기운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두 기운을 조종해 내력충돌을 피해내며 나의 내공을 폭발시켜 버렸 다. 나의 진신내력의 폭발은 나의 몸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고 다시 한번 한 움큼의 피를 내뿜어야 했다. 그러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폭발된 나의 내공으로 인해 두 개의 기운은 산산이 흩어지며 나의 몸 곳곳으 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런 기운을 느끼며 나의 의식은 천천히 검은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 했다.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이었다. 오른쪽에서는 따사한 햇 살이 내려와 나의 몸을 감쌌다. 집? 난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꼭 판타지 만화를 보면 여행자들의 여관에서나 볼만한 배경. 난 그것을 느끼며 정신이 잃기 전의 상황을 기억해 내었다. 그때 난 제어 못할 내력을 어쩔 수 없이 산산이 흩어버리고는 기절했었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해내자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들을 융합시켜 나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었다면…. 그러나 곳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당시 내가 취한 상황이 가장 현명한 방법 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비록 흩어졌다고는 하지만 그 기운들은 나의 몸 곳곳에 아직도 숨쉬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그것들을 모은다면 10년 안에는 절반 이상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쩝. 그 동안 모아 놓은 10년 공력(功力)만 아깝군…." 뭐 상관없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그 정도를 모으는 것은 1년 정도면 충분하니 까. 그보다 그 당시 나의 몸에 갑자기 어떻게 체력이 생겨났을까? 설마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회복마법? ….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군. 이라며 생각해도 곧 현재의 상황부터가 황당하 니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건. 그 당시 날 도와준 것은 그 일행 중에 한 명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 고 지금 내가 이곳에 있는 것도 그 일행이 데리고 왔을 확률이 높았다. 끼익….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그때 보았던 은발의 소녀 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일어나 있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곳 그 표정을 감추며 말을 걸어왔다. "정신이 드셨군요." "여긴?" "당신이 있었던 동굴근처의 마을 여관이에요. 잠시만요. 일행을 불러올께요." 말을 마치고는 재빠르게 방에서 나간 그녀는 잠시 후 네 명의 인물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역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녀의 일행들이었다. "깨어났군. 그래 어디 불편한곳은 없나?" 갈색 머리카락의 근육질 아저씨. 그가 물어왔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예의 상 그들에게 감사를 표현해야 했다. "당신들이 저를…." "아. 아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보다. 자네… 어떻게 그런 곳에…." 아. 아. 대체 어떻게 얼음 덩어리 속에서 살고 있었냐고? …. 쳇. 그건 내가 알고 싶은 것이다. 바다 속에 빠져 죽은 줄 알았더니 엉뚱 하게도 동굴 안에서 얼어있었으니 말야….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기는 싫다. 아니 귀찮다. 그냥 간단히 모른척 하는게 편하겠지. "무슨…." "아. 아니네." 내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묻자 근육질 아저씨 -이거 아무리 봐도 스물이 넘 지 않은 것 같은데….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려나?- 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 저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 못하고 있는 줄로 아는가 보다. 뭐. 나야 그런 것이 편하니까…. 그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그런데. 저기…." "아. 뭐 묻고 싶은 것이라도 있나?" "그게…. 저…. 이곳은 대체 어디죠?" "이곳은 루난 왕국의 서쪽 알카드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이라네…." 내 질문에 아저씨 -음 입에 붙었군- 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주었고 난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대체 내가 루난 왕국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라도 있나? 절대로 없다. 하물며 알카드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이라면…. 미치겠네. 역시 이곳은 지구가 아닌가? 참. 살다살다 별일을 다 당해보네. 판 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을 당하다니 말야…. …. 하나님이 내가 비룡에게 천빙장을 맞을 때 빈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했나? 하지만 들어주려면 제대로나 들어줄 것이지. 이런 반쪽 짜리 소원은…. 난 약간 투덜거리며 하늘에 욕을 한 후 비룡과 싸우던 당시의 일을 생각했 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나의 의지를 무시하고 저절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 빌어먹을…. 생각이 날려면 비룡의 상판이나 생각날 것이지 왜 하필이면 그녀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야…. ========================================================================= 신무(神武) 3. 그 일행들에게 들은 이곳은 루미디아라는 세계라고 했다. 난 기억상실이라는 방법으로 -엄청 좋은 방법이다. 큭큭. 내 신상은 절대 밝히지 않고 간단하게 남에게서 정보를 얻어들을 수 있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몽땅 알아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역시 이곳은 판타지 세계야 라는 것이었다. 마법이 존재하고 왕국과 제국. 기사와 모험이 존재하는 세상. 크하! 이거 정말 죽이는데. 어떻게 이런 세상에 넘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생전 공부도 하지 않았던 언어였는데 말이 통했다. 아니 그 언어가 나의 머리 속에 각인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었다. 어차피 좋은 기억 따위는 남아있지 않은 지구에서 살아난 것보다는 이런 곳에 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누나와 하연이 죽은 그런 곳보다는…. …. 잊자. 살아남은 나에게는 나 나름대로의 살아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녀들을 생각하며 슬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라고 이렇게 속으로 되뇌는 나였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로 난 그녀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젠장. 언젠가는 잊을 수 있겠지…. 아니 그녀들을 생각해도 슬퍼지지 않겠지. "아직 내상이 완전히 낳은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한동안은…." 라고 말하며 메뉴 판을 바라보는 은발머리의 소녀. 난 이레릴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뭐. 그녀가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 몸의 상태는 내가 더 잘 아니 까. "음. 그럼 난 뭘 시킬까. 뭐 카인군 -내가 기억상실증이라고 하자 이들이 지 어준 이름. 검은색이라는 뜻이라고 하던가? 아무래도 내 머리카락 때문에 지어 진 이름 같다- 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역시 고기를 먹어야 겠지?" "당연하죠." 라고 싱글싱글 웃으며 메뉴 판을 바라보는 갈색 머리카락의 근육질 용병 아저 씨(?) 로이드와 푸른 머리카락의 도둑놈 -시프- 시드. 그런 그들을 보며 녹색 머리카락의 귀여운 꼬마사제 세라스가 한마디를 했다. "형들 나이 값 좀 해요. 음식가지고 다른 사람이나 놀리다니…." 그러자 그런 그에게 한마디를 던지는 붉은 머리카락의 매혹의 여검사 프레야. "너도 나이 값 좀 해라.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완전 애늙은이야." "윽. 프레야 누나!" 현재 난 이들과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들과 만난 지 사흘. 그 당시 기 억상실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은 순탄 행로였다. -프레야의 뒤통수를 망치 로 갈기면 기억이 돌아올것이라는 말이 상당히 쇼크였지만- 일행 중 리더격인 로이드는 기억상실이 걸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쌍하 다며 당장 일행에 끼어주었고 -상당히 열혈 기질이 있었다 ^^;- 다른 일행도 별말 없이 그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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