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밤에 피는 꽃, - 노는 계집, 예쁜 계집 -上-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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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밤에 피는 꽃, - 노는 계집, 예쁜 계집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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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방울이라고 그랬지?"

"............"

"이리 가까이 와서 앉아 봐."

"............"

"난 사실.....
글 쓰는 사람이야........
뭐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

"............"

"이리 오라니까.....
그냥 우리 이야기나 나누면서 밤을 보내자.
난 너 같은 애들의 아픈 이야기 듣고, 내 속에 있는 소리 들려 주고...
그러는게 좋아.
자! 어서....."

"............."

"왜 그렇게 빤히 쳐다 보니.............?"

"아자씨!"

"응?....
왜?"

"좆 까는 소리 그만 하구, 똘똘이 목욕 시키러 왔음 빨리 바지나 후딱 벗어!
무슨 귀신 씨나락까는 소리 하구 자빠졌어?"

"어......
어라.....? 너....?"

"아자씨 나랑 씹할라구 여기 들어 온 거 아냐?
뭔 글 쓰고...
밤새 마주 보구 이야기하구 쌩 지랄 떨구 있어?"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어때? 아자씨.
내가 입으로 뿅가게 서비스 해 줄께 이만원 더 줄래?"

"..............."

"으이구......
되게 쪼잔한 아자씨네.
돈 이만원에 세상 끝날 것처럼 고민하긴...... 
곤 둬! 곤 둬! 그냥 낸 만큼 기본만 후딱 하구 가.
얼릉 바지 벗어."

  좀 전까지 고상한 표정을 지으며 잰 척하던 티가 순식간에 싹 가신 작은 체구의 사내는
꽤나 무안한 듯 얼굴을 붉히고 부스럭거리며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폼 잡던 것에 비해
실은 상당히 소심한 성격인 듯 했다.
사내의 다리는 그의 언행 만큼이나 왜소해서 추운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곧바로 연상 되었다.
여곳에서 방울이란 애칭
으로 불리는 인혜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려 가소롭다는 미소를 띠고 사내가 탈피
하는 꼴을 찬찬히 쳐다 보았다.
사내를 많이 접하다보니 대강 언행만 보아도 그가 어떤
타입의 남자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소심한 성격으로 그런 고상한 말을 하려고
얼마나 잔 머리를 굴렸을까 생각해보니 그녀로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팬티를 벗은 사내는 황급히 이불 속으로 들어 갔다.
괜히 폼 잡다가 챙피를 당한지라
겸연쩍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꼴을 보니 괜시리 웃음이 튀어나와 인혜는 절로
픽 웃고 말았다.
사내가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인혜가 비양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 보고 있는 것을 알아 챈 사내는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얼른 벽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인혜의 입가에 밴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아자씨.
괜찮아.
고 정도에 뭘 그렇게 쪽 팔려 해?
나인 좀 된 양반이 꼴 같잖게 되게 순진한 척 하네.
킥킥......."

  짧은 원피스 자락을 치켜 올리고 인혜는 팬티를 한번에 주욱 끌어 내렸다.
그 다음엔
손바닥 크기의 앙증맞은 작은 팬티를 꼭꼭 뭉쳐서 사내에게 집어 던지자 팬티는 사내의
머리에 맞고 이불 자락에 떨어졌다.
인혜의 당찬 행동에 사내는 더욱 당황스러워 전전
긍긍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키득거리며 인혜는 경대 설합에서 콘돔을 꺼내
들고 사내에게 다가갔다.

  천장의 형광등에서부터 길게 늘어 내려진 줄을 잡아 당기자 창 하나 없는 두평 남짓한
방에 급한 어둠이 밀려 왔다.
익숙한 손으로 침대 조명을 찾아 켜자 곧 방안에는 은은한
붉은 빛이 너울지기 시작한다.
이불을 들추고 사내의 옆으로 몸을 들이밀며 인혜는 지금
까지와는 달리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자씨.
여기선 그런 개소리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신나게 한 코 뜨면 되는 걸 그따우 허튼 소리 해서 분위길 엿같이 만드는거야?"

  사내의 위축된 남성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쪼물락거리며 일어 선다.
돌돌 말린 콘돔에
입김을 한번 후 불어 팽창 시킨 뒤 인혜는 사내의 물건에 씌워 주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동작에 사내는 감정이 좀 풀린 듯 부드러운 손길이 예민한 귀두를 문지르자 흠칫 놀라며
몸을 떠는 것 이었다.
인혜는 이젠 아예 사내의 귀에 입을 바짝 붙인 채 코 먹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자씨....
뽀뽀는 절대 하면 안돼! 뽀뽀하면 죽을 줄 알아!
또 손가락 넣어두 안돼!
그리구 젖 먹거나 아래에 입 대면 목욕비 따로 줘야 해.
알았지?"

  우선 냉정하게 할 계산을 다 따지고나서, 원피스 자락을 배꼽까지 끌어 올리고 다리를
활짝 벌려 하체를 개방한 뒤 사내를 끌어 당겼다.
숨을 몰아 쉬던 사내는 못 이기는 체
인혜의 손에 끌려 천천히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탓다.
아랫 배에 닿는 사내의 물건이 사뭇
팽팽하게 곤두 서 있음을 느낀 인혜의 입가에 짧은 웃음이 한번 더 스쳐 지나갔다.

-----------------------------------------

"방울이 오늘 시작이 빠르네.
아직 일곱 시도 안됐는데 벌써 개시했어?"

  찜통에 새 호빵을 넣던 황씨가 막 쪽문으로 나오는 인혜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인혜 뒤에 숨듯이 따라 나오는 왜소한 체구의 사내를 본 황씨의 얼굴에 비양거리는 듯한
표정이 잠깐 흘러갔다. '예라이! 짜식아! 이 초 저녁부터....
여자에 환장한 놈이구나.......'
사내는 흘깃 황씨를 보고는 황씨의 속 마음을 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갔다.
인혜의 명랑한 음성이 사내의 뒤를 쫓았다.

"아자씨! 또 와야 돼! 담에 더 잘해 줄께."

  급히 큰 길까지 나간 사내가 갑자기 몸을 홱 돌리더니 겸연쩍게 웃으며 인혜에게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봉림 극장 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금새 사람들 속에 묻혀 버렸다.
황씨가 쿡하고 웃었다. 

"허허....
저녁도 먹기 전에 여자 찾는 놈두 있네 그려."

  인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에 손을 가져 대었다.
손 끝을 타고 올라
오는 뜨거운 감촉이 좋았다.
황씨는 찜통에서 호빵을 하나 꺼내 인혜에게 건네 주었다.

"헤에....
아자씨 나 지금 돈 안가지구 왔는데.........."

  그러면서도 인혜는 스스럼없이 받더니 반으로 딱 쪼갰다.
팥 덩어리에서 김이 모락
모락 일어나는 것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588번지 11통에서 30년 째 골목가게를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황씨는 이 골목의 역사를
빠짐없이 알고 있는 산 증인 이었다.
588을 지나간 수 천명의 여자들이 그의 기억 속에
살아 있고, 오랜 기간 동안 그네들과 나누어 온 정 때문에 큰 길 쪽으로 수퍼마켓이 몇개
생겼어도 그럭저럭 입에 풀칠을 하고 살 수 있었다.

"후우....
요샌 정말 놈씨들이 안 와요.
그 놈의 청소년 보호니, 단속이니 해서 몇 번 뒤 흔들어 놓으니 아랫 쪽은 완전히
거미줄 치고 있다니까요."

  인혜의 볼멘 소리를 들으며 황씨는 빙그레 웃었다.

"방울이 네가 그런 소리 하면 다른 애들은 어떡하니? 넌 그래두 꾸준하잖아?"

"아유.
모르는 소리 말아요.
요샌 하루에 세 놈 잡기도 힘들어요.
긴 밤 잡을라면 얼마나 실갱이를 해야 하는데요.
겨우 하나 잡아도 빠꿈이들 뿐이라 무지하게 볶아대서 밤새 얼마나 힘이 드는데요.
좀 전에 놈씨 같은 호구라면 편해서 특별히 한번 더 해 주고 싶은 기분이라니까요.
키킥........"

  황씨의 가게 옆 집의 파란 쪽문이 열리더니 회색 털코트를 입은 약간 통통한 여자가
나왔다.

"경자 언니.
이제 나오는 거유? 난 벌써 한 코 뛰었수."

  인혜의 인사를 받고 경자는 실쭉한 표정을 지었다.

"좋것다.
이 년아.
몸 많이 팔아서........"

  경자는 올 해가 지나면 설흔 살이 되는 588에선 이미 황혼길에 접어든 아가씨로 같은
포주인 돼지 엄마 밑에서 인혜와 한 솥밥을 먹고 있었다.
돼지 엄마가 데리고 있는 9 명
아가씨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큰 언니로, 인혜와는 꽤 친했다.

"근데 어디 가는거유? 코트까지 걸치구."

"너야 젊구 얼굴이 받쳐 주니 인기가 좋아 덜렁 몸 하나 갖구두 다 되지만,
난 이제 한물 갔으니 쳐 바르기라두 해야 먹구 살거 아냐?"

"쿠쿠....
바른다구 될 것 같아? 언닌 이제 은퇴하구 내 뒤나 돌봐 줘요."

"요런 쌍년 보게나.
마빡에 피도 안마른게 588 끌려 와서 징징 짜던게 엊그젠데, 너 참 많이 컷다.
날 놀릴 정도가 되구.........
야! 너두 앞으로 오 년만 지나 봐.
오늘 생각 하면서 눈물 철철 흘릴 날이 올거다."

  심각한 표정으로 툴툴거리는 경자의 소리에 찔끔한 듯 인혜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딴
소리를 하였다.

"음....
언니, 잠깐만 기다려라.
나두 같이 가자.
그러고보니 나두 찍어 둔게 있는데 오늘 사버려야겠어."

인혜는 경자의 대답도 안 듣고 경자가 나온 파란 쪽문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득 생각난 듯 뒤를 돌아 황씨를 보며 한마디 했다.

"아자씨 빵 잘 먹었어요.
그 동안 공짜로 먹은게 꽤 될텐데, 낮에 한번 내 방으로 와요.
한 방에 갚아 줄께.
키키키..........."

"이 눔! 뭔 소리를 하는거여? 마누라가 알면 난 그날로 죽는다."

  황씨가 짐짓 표정을 일그리며 야단쳤다.
인혜는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했다.

"하긴.....
아줌마한텐 내가 상대가 안되지.
체중 차이만 두 배가 넘는데...
아자씨 취소할께요.
아자씨랑 같이 죽기엔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해요."

  인혜가 통통 거리며 사라지자 황씨는 경자를 보며 난처했다는 듯 슬쩍 웃었다.
마주
웃으면서 경자는 찜통을 열고 호빵을 하나 꺼냈다.
인혜가 먹던 것처럼 두 손에 쥐고
호호 불면서 금새 뚝딱 다 먹어치우는 것 이었다.

"아저씨 난 몸으로 못 때우니 그냥 돈 주고 먹을께요."

  경자는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황씨에게 건넸다.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황씨는 돈을 거절하였다.

"방울이한텐 안 받고, 경자한텐 받으면 되겠냐?
오늘은 그냥 먹고, 담에는 돈 내라.
음....
그리고 오늘 공짜로 준다고 소문 내지 말고........"

  경자는 돈을 받고나서 인혜가 했던 것처럼 찜통에 손을 올렸다.
기분 좋은 따스함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방울이 쟨 팔랑 거리는게 꼭 나비 같지 않아요?"

  황씨는 마른 수건으로 진열된 과자 봉지 위의 먼지를 닦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애들이 여길 지나갔지만,
방울이 같이 노상 살랑거리는 애는 없었던 것 같아요."

"..................."

"뭐 여기서 몸 파는 년 중에 사연 없구, 안 불쌍한 년이 어디 있겠냐만서두
방울이가 처음 여기 왔을 땐 정말 안쓰러웠어요.........
그 핏덩이 어린 애를......."

"................."

"저 년...
밥두 안 먹고 꼬박 석 달을 울어 제끼는데 정말 다들 질렸죠.
후후............
오죽하면 돼지 엄마가 섬으로 그냥 되 팔려구 했을 정도라니까요.
지금이야 젤 잘 나가는 애지만............"

  경자의 이야기를 듣는 황씨에게도 그 때의 일이 떠 올랐다.
큰 빚덩이를 안고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588로 끌려 온 16 살 시골 소녀 인혜는 11통의 사람들에겐 지금까지도 꽤나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우선 밤마다 들리는 인혜의 쥐어짜는 서글픈 울음에 11통
티상 골목에서 그 당시 잠을 제대로 잔 사람이 없었다.
독한 애들도 보통 두어 달 지나면
반복되는 회유와 공갈에 체념하고 아스팔트에 껌이 녹아 흐믈거리며 형체를 잃듯 588의
한 부속품이 되는데, 인혜는 무려 반 년 가까운 시간을 악착같이 버텼다.

  억지로 손님을 들여 보내도 악마구리처럼 발광하며 거부하다 결국 허벌나게 두들겨
맞고서야 겨우 손님 받고, 며칠 순해져서 밖으로 내 돌리면 곧 바로 도망치다 열 걸음도
못가서 둥기인 종도에게 잡혀 작신나게 얻어 터져 눈탱이가 밤탱이로 되는 날이 지겹게
계속 되었다.
인혜가 588을 탈출하는 것을 포기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반 년 이었다.

  그 뒤, 손님 거부를 안하는 대신 매일 소주 한 병씩 까며 술에 절은 반 년을 더 보내고
나서야 인혜는 비로서 588의 쌕푼이 되었다.
주변 사람과 조금씩 말도 하고, 우스운 일이
있으면 웃을 수 있는 감정 표현을 하기까지 그리고 또 반 년의 세월을 보내는- 다른 여자
보다 엄청난 시간을 잡아 먹고나서야 마침내 이 티상 골목에서 슬픈 꽃 망울을 터트리게
된 것 이었다.

  황씨는 단발 머리의 소녀가 겁 먹은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구석에 패대기
쳐진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자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두 방울이가 지금 이 골목에서 벌이가 제일 좋잖아?
쟤가 보긴 순해도 억척스런 데가 있어서 언젠간 여길 벗어날지도 모르지.
그 왜? 장미라는 애처럼......."

  혼잣말 하는 황씨의 중얼거림을 들은 경자가 피식 웃으며 말을 받는다.

"어디요? 택도 없어요.
방울이 빚이 왠만해야죠.
그렇게 지랄로 벌어두 아즉 반도 못  갚았을 걸요?
거기다 매달 시골의 여 동생한테 돈두 보내는 것 같구......... "

  황씨는 끌끌거리며 혀를 찻다.
경자는 황씨의 허락도 받지 않고 찜통을 열더니 새 빵을
두 개나 꺼내었다.
그리고 아까의 천 원을 다시 내밀자 이번에는 황씨도 거절하지 않고
돈을 거슬러 주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방 문을 활짝 열어 제끼는 요란한 서슬에 돼지 엄마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인혜를
쳐다 보았다.
분주하게 화장을 하며 나갈 준비를 하던 다른 여자들의 시선도 인혜에게
집중 되었다.

"왜 그래? 방울아."

  지난 몇 년간 돼지 엄마에게 많은 돈을 벌어 준 복덩이인 인혜다.
처음 인혜가 이곳에
팔려 왔을 때 말을 안 듣는다고 죽일 년 살릴 년 하며 멱을 따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돼지
엄마의 음성은 무척이나 다정했다.

"엄마! 나 돈 좀 줘."

  그러나 돈 얘기만 나오면 돼지 엄마의 두 눈이 실쭉해 진다.

"돈은 뭐 할라구 그래? 요즘처럼 궁짜 낀 때에.
증말 주머니가 바닥이다.
바닥이야."

  인혜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약간 표독스럽게 말했다.

"그래두 줘.
이십 만원 필요 해.
찍어 둔 게 있단 말야."

"아이구 이 년아.
니 빚이 지금 얼만데 거기에 이십 만원을 또 얹어?
돈 없어! 못 줘!"

  돼지 엄마는 부러 눈을 부릅 떴다.
인혜는 히쭉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곧
단호한 인혜의 말이 이어졌다.

"엄마 나 지랄 치는 거 보구 싶어?
어쨋건 결국 내가 다 갚는 거 아냐? 빨랑 돈 줘.
경자 언니 추운데 밖에서 기다린단 말야."

  인혜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면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것을 이미 돼지 엄마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혜는 돼지 엄마가 데리고 있는 9 명의 아가씨 중
가장 높은 소득을 올려 주는 최상급 푼 이었기 때문에 인혜의 요구를 거절 할 수 없었다.

"으휴.
싸가지 없는 년.
그렇게 돈에 치이면서도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이십 만원이 어디 애들 이름이냐?"

  벽을 파고 만든 금고를 열고 행여 누가 볼세라 그 큰 몸집으로 가린 채 돈을 세며 돼지
엄마는 연신 투덜거렸다.
꼼꼼하게 세 번을 더 세고 나서 돼지 엄마는 방 바닥에 돈을
내 던졌다.

"엣다.
이 년아.
가져 가."

  인혜는 돈을 대충 구겨 쥐고 돌아서 나가며 돼지 엄마에게 들으라고 비양거렸다.

"씨이팔~ 내 씹 팔아서 엄마는 나날이 부자 돼구, 나는 빚만 쌓이네....... "

"아유! 아유! 조 망할 년! 조 주둥이!.........."

  인혜의 등 뒤에서 돼지 엄마의 화통같은 소리와 다른 여자들의 킬킬대는 웃음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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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언니.
돈 가져 왔어."

  인혜는 좀 전에 철없이 경자를 자극한 것이 미안해서 일부러 다정하게 경자의 팔짱을
끼었다.
경자는 황씨에게 가볍게 눈 인사를 하고 인혜의 종종 걸음에 맞추어 걸음을 빨리
했다.

"근데 넌 뭐 사려구 하는데?"

"응.
전부터 봐둔 옷이 있어.
그리고 나두 화장품이 좀 떨어진게 있구........."

"좋겠다.
사고 싶은 옷 있다구 다 살 수 있으니.......
요즘같은 궁끼에....."

  둘은 재잘거리며 큰 길을 따라 봉림 극장 길을 지나 교차로를 향해 나갔다.
한창 퇴근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버스 정거장에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인혜와
경자에게 한번씩은 내리 꽂혔고 몇 몇 남자들의 눈은 집요하게 그녀들의 자태를 쫓아갔다.
12월 초의 쌀쌀한 날씨에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 위로 검정 세무 반코트를
걸친 인혜나, 누가 봐도 가짜라고 생각되는 회색 털코트의 치렁한 자락을 끌며 걷는
경자의 모습은 남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진한 화장과 주위를 전혀 의식 하지
않는 행동으로 그녀들이 청량리 588 골목의 야화(夜花)임을 모를 사람은 없었다.

  인혜와 경자는 '뭘 봐? 짜식들아' 하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당당하게 사람 사이를
헤치고 걸어 나갔다.
개 중 용기있는 남자 둘이 휘파람을 불었다.
큰 길만 아니었다면
인혜나 경자는 그 놈들에게 다가가 팔짱 끼고 꼬실만도 했지만 바로 옆에서 요란하게
호각을 불며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경찰을 무시할 수 없었다.
요즘처럼 단속이 심한 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돌연 인혜가 걸음을 멈추었다.
같이 멈춘 경자는 의아해서 인혜를 쳐다 보았다.
인혜의
시선이 멈추어 있는 곳은 봉림 극장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대서소 였다.
한 청년이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문에 자물쇠를 걸던 그 청년은 그의 앞에 선 두 여자를 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여 꽤나 정중하게 인사했다.
인혜도 전혀 그녀 답지 않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는 것 이었다.
경자도 얼떨결에 따라 인사하고 말았다.

"어디 가시나 보죠?"

"예.
옷 좀 사려구요.
근데 지금 퇴근 하시나 봐요?"

(어라라? 이게 뭐하는 수작이야?)

  지켜 보는 경자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런 경자를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인혜와 청년의
대화가 이어졌다.

"예.
도장 파는 손님이나 대필 하려는 사람도 밤엔 거의 없으니 들어가 봐야죠."

"예.
그럼 조심해서 들어 가세요."

"예.
인혜씨도......"

(어쭈? 이 년 봐라.
지 이름까지 다 가르쳐 주었네.
이 년 이거 미친 거 아냐?)

  경자는 청년이 인혜의 본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바닥에서
노는 계집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려 주는 경우는 왠만한 경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경자가 계속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인혜와 청년은 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가방을 어깨에 둘러 멘 청년은 그녀들이 지금 지나 온 버스
정거장을 향하여 걸어가는데 다리를 절고 있었다.

(애구......
찐따 잖아? 얼굴은 반반한데,....
안됐네......)

"야 이 년아!
니들 하는 꼴 보고 소름 돋아서 죽는 줄 알았네.
완전 닭 살이다.
아우~ 징그러워.......
쟤 뭐하는 작자야?"

  인혜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키키......
비밀! 가르켜 줄 수 없어."

"요런 쓰앙 년! 비밀이 어디 있어? 너 죽을겨? 빨랑 토해 내!"

  팔짱을 꽉 낀 채 경자는 다른 손으로 인혜의 반대 쪽 옆구리를 간질였다.
간질임에
무지하게 약한 인혜였다.
길에서 많은 사람이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혜는 몸을 꼬며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에 두 여자에게 집중
되었다.
경자를 확 뿌리 친 인혜가 교차로를 향해 달렸다.
경자는 놓칠 새라 소리를 빽
지르며 인혜의 뒤를 쫓았고, 사람들은 그 행동이 재미 있어서 계속 그녀들의 동작에
눈 길을 고정 시켰다.

  결국 교차로에서 잡힌 인혜는 교차로 다방으로 끌려 들어가 경자의 집요한 추궁에 입을
열고 말았다.
그러나 강요에 못 이기는 척 했지만 실은 스스로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을
경자는 인혜의 태도를 보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 나 그 조가튼 새끼가 콘돔 안 쓰고 그냥 싸는 바람에 병 걸려서
보름 동안 공친 적 있었잖아?
그 때 동생한테 돈 보낼 날은 됐는데, 엄마는 내가 일 안하구 쌩 깠다구 완죤히
안면몰수 하더라구......
어찌나 열 받던지 그냥 극장 앞으로 튀어 나와 손님 잡을라구 했지.
근데 정말 개 같이 비만 오는거야......
씨양~ 그러니 놈씨는 찾을래야 찾을 길이 없구.....,
비 죽죽 맞는데 너무 엿같아서 눈물이 엄청 흐르대..."

"그래.
너 그 때 정말 되게 고생 했지?
하여간 넌 빚 때문에 지랄 맞게 고생이야."

"응.
나 빚 다 갚으면 돼지 엄마 그 년 다시는 안 보구 살거야.
씨이발 년~.
하여튼 그렇게 서러운데 마침 퇴근하던 준구 씨가 내가 엄청 불쌍해 보였나 봐.
갑자기 다가 와서 우산을 척 받쳐 주더라구.
엄청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단 잘 됐다 싶어서 방으로 데꾸 왔지."

"저 사람 이름이 준구구나? 응.
그래서 긴 밤 거하게 보냈어?"

"풋!........
어데?
방에 안 들어 오려는거 무작정 끌고 왔더니 이 남자가 기냥 구석에 앉아서
쩔쩔 매는거야.
나두 막상 방으로 데리곤 왔지만 비 맞으며 펑펑 울고 있는데 우산 씌워준게
하두 맴에 사무쳐서 함부로 찝적대지 못하겠더라구.
그래서 웃기는 꼴이 되어 버렸지.
멍하니 서루 방바닥만 보구 있는데,
준구씨가 그냥 일어나더니 여기 한번 들어오면 돈을 내야 되는 거는
자기두 잘 안다구 얼마냐구 묻더라."

"쿡! 혹시 그 남자 고자 아냐?"

"언니! 씨발.
내가 맴 먹구 말하는데 그 따우로 말할거야?"

"아냐.
아냐.
미안 해.
계속 해 봐."

"씨이...
내가 그 마당에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어?
그냥 돈 생각 말구 조금 있다 가라구 했지 뭐.
사실 속으론 좀 분위기 띄우고 나서 한번 할라구 붙잡았는데,
그냥 얘기하다 보니 자꾸 딴 얘기만 하게 되는거야.
그 놈의 비 때문에 처량해서 안하던 얘기를 막 하구 말았어.
근데 준구씨가 참 편하게 말을 들어 주더라.
그래서 한 코 뜨려던 생각은 저절루 그냥
쑥 들어가구 말았지.
뭐."

"얘기가 잘 나가다가 재미 없게 되버리네.
이 년아! 몸 파는 년이 자기 얘기 다 하구 나면 뭐가 남니?
남자 받으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다리 벌리고 돈 받음 되지.
쯧!"

"나두 그 날 왜 그렇게 미쳤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왜 그런 날 있잖아?
언니두....
옛날에 미쳐 나간 적이 있다고 곰티 언니가 갈켜 주던데...."

"예라이.
고 년이 할 말 안 할말 전혀 못 가리누만.
하여튼 너 조심해야 돼.
이 바닥에서 그딴 생각하다간 망하는거 하루 아침이야.
이젠 좀 알만한 때가 됐다 싶었는데 아직두 멀었네.
하는 꼬라지보니........"

"아무튼 근데 놀랍게도 준구씨가 그 날 내 얘기 듣고 갈 때 돈을 내 주더라구.
오십 만원이나......
엄청 놀랐지 뭐.
나중에 알고 보니 다음 날 인쇄기에 쓸 자판을 살 돈 이었다구 하대...."

"어라라? 뭔 소리야? 그게......"

"꿔주는 거라구 하며 내 놓더라구.
씨이....
꼭 그지가 된 기분이 들어서 받고 싶진 않지만 워낙 급해서
그냥 넙죽 받아버렸어.
그치만 돈은 다음 달에 바로 갚았어."

"거....
좀 희한한 남자네........"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야.
그 뒤로 나를 찾아 온 것두 아니구 나도 돈 갚을 때 빼군 왠지 쑥스러워서 못가겠더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나면 그냥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야."

"예라이! 이 년아.
우연히 만나는게 아니라 니가 일부러 왔다갔다하면서
우연을 만드는 거 같은데........
이 년 이거 결국은 지가 좋아하는 거잖아? 말을 빙빙 돌리긴...... 
조심해! 이 년아 몸 파는 년이 무슨 사랑이야?
너만 망가진다구.......
하여간 아직도 너 철들려면 멀었다."

  경자의 핀잔에 인혜의 입술이 삐죽 거렸다.

"아이 씨.
그런게 아니라니까.
사랑은 무슨.....?
그냥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
나두 알 거 다 안다구.
내가 그래두 지금 11 통에선 젤 잘나가는 푼 아니우?
그 정도두 모를까봐?"

"고럴 때가 더 위험한거야.
이 년아.
너두 언니 나이 쯤 되면 그걸 알 수 있어.
아무튼 맘을 그렇게 쉽게 붙이면 안돼!
근데 그 남자 다리를 절던데......?"

"응.
군대 가서 뭐 잘못 돼어서 의병 제대 했대.
지금 하는 작은 대서소는 아버지가 하던 거 이어서 하고 있는 거구."

"어쭈 이 년 봐라.
너 아무리 아니라고해도 그 정도로 서로 속까지 다 까벌려 떠들어 알고 있는 정도면
진짜 보통은 아닌 거 잖아? 정말 걱정되네.
그리구 너 종도 놈이 알면 어쩔려구 그러냐?"

"이 씨발.
종도 그 새끼야 알건 말건.....
뭔 상관이야?
기생충 같은 놈!
만약 뭐라고  그러면 확 들어 엎어 버릴거야.
그리구 언니 내 주제에 무슨.......?  난 그런 감정 안 갖고 살고 있어.
괜히 걱정 하지마.
자! 나가자.
옷 가게 문 닫겠다."

  계속 추궁하는 경자의 말에 대꾸하기 싫은 듯 인혜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값을
지불하고 나가는 인혜의 뒷모습을 경자는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아주 오래
전에 자신도 겪었던 적이 있었던 일인지라 걱정이 안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일은 인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므로 경자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반대편에 서 있던 빨간 가죽 코트에 역시 빨간 부츠를
신은 여자가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경자가 입을 씰룩거렸다.

"장미 조 년.
돈 벌어 갈려구 오네.
난 왜 쟤는 해 주는 거 없이 얄미운지 모르겠어."

  건성으로 손을 흔들며 경자가 말했다.
인혜가 킥 웃었다.

"장미 언니가 부러워서 그런거지 뭐.
그건 질투야.
질투.
여기서 제일 성공해서 나간 언닌데.
쿠쿠........
경자 언니는 그렇게 못해서 배알이 꼴린거지."

"예라이 이 년아.
말하는 거하구......
넌 그 조둥이 땜에 한번 되게 경 치를거다.
하긴 니 말대로 내 배알이 꼴려서 그런 것두 있겠지만 장미 조 년이 은근히 사람을
꽤 갈군다구.
너야 장미보다 지금 훨씬 더 인기가 좋으니까 감히 건드릴 생각도  안하는 거야.
조 년은 위도 아래두 없어.
장미라면 이를 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키키....
그래두 잘 지내봐요.
언니한텐 그래두 깍듯하잖아?"

  자신을 씹는 줄도 모르고 장미는 신호가 바뀌자 종종 걸음으로 건너 왔다.

"방울아.
경자 언니.
어디 가는거유? 일 시작할 시간 아냐?"

  팽팽하게 볼륨 있는 몸매에 화사한 얼굴의 장미는 과연 588에서 손가락 꼽는 푼 답게
화려했다.
장미는 이곳에선 근래에 전설처럼 되어버린 창녀였다.
이 곳 여자가 가장 잘
빠진 경우는 놈씨 하나를 제대로 물어 살림 차려 나갈 때 였다.
물론 그런 살림이 그리
오래 가진 않고 대부분 얼마 지나면 깨져서 다시 되돌아 오지만 그래도 몸 팔고 사는
고된 생활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성공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그런
식으로 놈씨를 하나 물어 살림 나갈 때는 그 놈씨가 대부분의 푼들을 꽁꽁 묶고 있는
빚이라는 압박을 해방시켜 준 뒤라 다시 돌아 오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진 포주에게 묶인 노예 같은 생활이지만 한번 빠져 나간 뒤 다시 돌아
올 때는 일단 포주와 동등하게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금새 다시 빚이 쌓이게 되면서
노예의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런데 장미는 그런 살림을 차려 준 놈씨를 물은 것도 아닌데, 순전히 자기 몸 만으로
빚 다 갚고 해방을 맞았다.
지금은 돼지 엄마와 계약 맺고 집에서 출 퇴근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창녀였다.
방석 집보단 약간 격이 높은 술집에 한 군데 나가면서 돈을 벌어
궂이 588에 올 필요는 없었지만 과거에 자신을 찾던 단골이 아직도 만만치않게 많은터라
한 주일에 두어번 정도 출근을 하였다.
워낙 다른 푼들에 비해서 발군의 용모를 갖춘터라
한창 때는 놈씨들이 줄을 이어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장미의 성공은 다른 푼들에게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장미도 자연히 한 눈 깔고 동료 푼들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겨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장미 이후에 가장 잘 뜨고 있는 인혜와는 사이가
괜찮았다.
사실 누구나 잘 사귀는 인혜의 성격과 처음 양 볼에 홍조도 안 가신 인혜가
588에 끌려 들어 왔을 때 진절머리나게 서러워하던 긴 일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안쓰러워
한 경험들이 바닥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같이 힘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 도움을 줄
순 없었지만 사실 그 때에 왠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인혜를 이 바닥에서 내 보내고 싶어
하였다.
큰 돈을 주고 인헤를 사온 돼지 엄마와, 기생충처럼 인혜를 빨아 먹고 살아가는
둥기 종도만이 악랄하게 인혜를 보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몇 달이 지나도 굽히지 않고
울고 불고 발버둥치며 반항하는 인혜에게 똑같은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도 한줄기 측은한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장미 언닌 언제봐두 짱짱하우.
나 지금 경자 언니랑 옷이랑 화장품 사러 가."

"그래? 그럼 이따가 잠깐 시간 나면 쐬주나 한 잔 하자구.......
경자 언니두요.
이따 봐요."

  총총히 장미를 보내고 인혜와 경자는 큰 길의 종합 양판점에 들어갔다.
당장 바닥 난
화장품을 몇 개 고르고, 인혜는 보름 전부터 눈 독 들여 놓은 투피스 타입의 야한 노란
옷을 사서 점원을 놀라게 하였다.
그것은 이 가게에 걸린 옷 중에 제일 비싼 옷이기
때문 이었다.

"옷걸이가 워낙 좋은 년이라 완전히 옆 사람 기 죽이네.
야! 테레비에 나오는 왠만한  년들 뺨친다."

  경자 뿐만 아니라 점원도 감탄하는 눈치였다.
칭찬은 듣기 좋은지라 은근히 뽐내면서
인혜는 아예 묵은 옷은 종이 가방에 넣고 새 옷 차림으로 가게를 나섰다.
문득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옷을 샀으면, 돌아 갈 때 대서소의 준구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화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인혜의 숨길 수 없는 마음 이었다.
가게 앞에 진열대엔 연말이라 카드가 주욱 진열되어 있었다.
동생에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르기 시작했다.

"동생한테 보낼라구?"

"응.
연말인데 카드 한 장 보내 줘야지."

"참 너 같은 년두 없다.
완전히 봉림 극장 동시상영 싸구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주인공 년하구 똑 같아.
잘난 꼬라지에 몸 팔아 매 달 돈 보내야 하는 동생도 있고........
정말 너 데꾸 영화 찍으면 그냥 실제 쌩 이야기니 실감나게 해 치울텐데
왜 안 찍나  모르겠어?"

  인혜가 경자의 말에 싱긋 웃었다.

"키키키..... 
글쎄......
나두 잘 모르겠네.
사실 잘 할 자신 있는데.
영화 배우 되면........"

  동생에게 보낼 카드 말고도 인혜는 슬쩍 한 장을 더 골랐다.
그 모습을 보며 경자는
속으로 혀를 다시 찻다.
누구에게 주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가자.
벌써 9 시가 넘었네.
몸으로 먹구 사는 년들이니 이제부터 신나게 팔아 봐야지."

  버스 정거장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경찰 둘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우선 정거장에서부터 시작해야지하는 생각이 인혜와 경자의 머리에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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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받쳐주는 용모에 빠까한 새 옷으로 치장해서 그런지 다른 푼들보다 비싼 화대를
받는데도 남자들이 유난히 많이 쏠렸다.
9 시 반 부터 11시 반까지 인혜는 손님을 셋이나
받았다.
초 저녁부터 따지면 네 명 이었다.
더구나 세 번째 손님을 큰 길로 배웅 할 때
술 냄새 푹 푹 풍기는 대학생 같아 보이는 더벅머리 청년이 덜컥 앞을 막아서며 다짜고짜
예약을 해 버렸다.

(요건 긴 밤 짜리네.)

  인혜는 쾌재를 불렀다.
금테 안경과 시계를 보니 꽤 비싸 보여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전혀 없을 듯 했다.
인사불성은 아니지만 꽤나 취해 있기 때문에 한 코 대 주고나서 잘
재우면 나와서 짧은 밤 손님을 몇 명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틀거리는 대학생을 부축하여 쪽 방으로 들어가는 인혜의 뒤로 영자와 현순이의 걸한
농이 따라왔다.

"야.
방울이 이 년아! 해두 너무 한다.
난 아직 개시도 못했는데 넌 오늘 벌서 몇 번 째야? 보지 다 헐겠다."

"씨양.
하여간 몸 파는 년두 상판이 받쳐 줘야 돼.
항상 인삼 먹는 년 따로 있구, 무우 먹는 년 따로 있다니까.....
아유 열 받아."

  그녀들에게 눈을 한번 시쭉 흘겨주고 인혜는 보란 듯 문을 탕 닫았다.
청년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침대로 벌렁 자빠지더니 푸파거리며 술 냄새를 온 방 안에 진동 시켰다.
겉 옷을 벗겨 옷걸이에 걸어 주고 인혜는 부드럽게 청년을 안으며 속삭였다.

"자기야......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 자고 갈거지? 내가 끝내주게 해 줄께 자고 가라.
응?"

  청년은 원래 자고 갈 생각이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 거렸다.
일단 긴밤 손님을 하나
잡았기때문에 인혜는 기분이 좋았다.
우선 확실히 계산을 해야 하므로 청년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인혜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청년의 귀에 숨을 불어 넣었다.

"근데 자기야.......
봐서 알겠지만 내가 다른 애들보다 좀 비싸.
내가 여기 간판이거든...........
긴 밤은 좀 부담이 될 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손에 닿은 청년의 가슴 팍에서 술에 동한 심장의 고동 소리가 쿵쿵거리며 전해왔다.
청년은 눈을 번쩍 뜨더니 인혜의 얼굴을 찬찬히 한번 보더니 다시 스르르 감았다.
그의
입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간판이........
뭐냐?.......
확실히......
이쁘긴......
이쁘네.........
돈......? 조금 있어........
내 지갑에서 알아서 꺼내.........
모자라면 시계 가져라......"

  술에 취해서 그런가? 상당히 호기를 부리는 청년 이었다.
인혜는 청년의 지갑을 열어
보았다.
십 만원 수표 한 장과 만 원짜리 몇 장이 보였다.
문득 다 가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술 깨고 나서 청년이 참담해 할 것 같아 간신히 그 생각을 눌렀다.
그리고 이 청년은 단골로 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첨에 인상을 좋게 심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수표만 꺼낸 뒤 지갑을 다시 옷 주머니에 넣고, 다시 청년을 안아
주며 속삭였다.

"사실은 좀 모자라는데.........
진짜루 내가 긴 밤이 이 동네에서 제일 비싸거든.
그치만 오늘 첨이니까 앞으로 내 애인이 된다구 약속하면 오늘은수표만 받고
끝내주게 해 줄께.
알았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청년은 눈도 안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혜는 갑자기 이
청년이 술에 취한 척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하여튼 계약은 성립 되었다.

"자기야.
잠깐만 기다려.
나 아래 좀 깨끗이 씻고 들어 올께.
그리구 소주 한 잔 할래? 원래 그런 거 없지만 내가 특별히 오늘 한 잔 대접할께."

  청년이 손을 휘휘 저었다.

"오우....
안돼!
지금 목구멍까지......
술이 찻어........
열이 올라서......
죽겠어.
그냥 빨리 돌아 와."

  의심이 적중하는 것 같았다.
술에 쩔은 술 좋아하는 놈이 주는 술을 마다할 리 없었다.
인혜는 오늘 밤은 고생 좀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취한 척 하고 온갖
짓을 다하려는 빠꼼이 일 확률이 높은 놈 이었다.
그러나 이미 돈을 받았는데 어찌 할
것인가?

  방을 나오자 돈철이 엄마가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의외로 둥기인 종도가 휴지통과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여기 다 준비 해 두었다.
근데 오늘 너 죽이게 이쁘네.
원래 이쁜게 치장까지 하니 완전히 사람 뿅가게 하네.
아침에 일 다 끝나면 니 방으로 갈께."

  종도는 왠만큼 생긴 상판이지만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사악하게 보이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 꿈인 제비의 길을 포기당하고 588의 창녀의 기둥 서방으로 7 년 째의 경력을
가진 고만고만한 주먹 이었다.
그리 나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선후배
간의 관계를 적당히 유지해서 욕먹고 사는 것은 아닌데 정작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인혜와는 처음부터 악연 이었다.

  인혜의 처녀는 588에서 처녀를 접수하는 전설적인 인물인 인표 아저씨가 떼어 갔지만
그 다음 날부터 588에 적응시키기 위해 인혜의 정신이 황폐해져 정상적인 사고를 포기할
때까지 계속 겁탈 한 것이 종도였다.
종도는 앞뒤 안가리고 틈만 보이면 도망치는 인혜를
계속 감시하며 그 때마다 잡아서 두들겨 팼고, 결국 인혜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 거리의
꽃으로 녹아 들어 간 때에 정식으로 인혜에게 기생하는 기둥 서방이 되었다.
그간 워낙
인혜의 벌이가 쏠쏠한지라 종도도 꽤나 짭짤한 수입을 얻어 왔다.
단지 인혜가 이 곳의
독보적인 간판으로 성장한  2 년 전 부터 함부로 그녀를 때린다거나, 성관계를 요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워도 정이 든다고 4 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지내다보니 인혜는 가끔
종도가 애타할 때 다리를 벌려 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종도에 대한 감정은 증오라고
할 수 있었다.

"허튼 소리 하지 마.
나 일 다 끝나면 피곤해.
싸고 싶으면 화장실가서 딸딸이나 쳐."

  인혜는 쌀쌀하게 대꾸하며 종도가 내미는 휴지와 수건, 대야를 받았다.
인혜의 독설을
들은 종도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수표를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 든 종도는 티미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하였다.

"완전히 술에 간 놈 갔던데 그냥 다 벗겨 먹지 그랬냐?
시계랑 꽤 좋아 보이던데..........."

"내가 너 같은 하이에난 줄 알아?"

  종도의 얼굴 빛이 확 변했다.
금새 벌겋게 상기되더니 주먹을 치켜 들었다.

"이 씨발 년이 좋다 좋다 하니까 머리 끝까지 기어 올라......?
너 한번 죽고 싶어?"

  그러나 몇 년 전 이면 인혜는 종도의 폭력에 서글프게 찌그러졌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부릅뜨며 종도를 빤히 치켜보며 또박
또박 한 마디씩 말했다.

"넌 나를 처음 본 날 이미 죽였어.
그래 어디 또 죽여 봐!"

  종도는 한동안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하면서 씩씩 거렸으나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
뭐라 말을 하려고 입술을 우물거리는데 방에서 청년의 부정확한 발음의 취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씨이~ 바!!!
돈 받아 가구.....
이거....
왜....
안 오는거야? 씨이~바!"

  인혜는 급히 방을 향해 종도도 들으라는 듯 아주 부드러운 코맹맹이 소리를 내었다.

"아이~ 자기야.
쫌만 더 기다려.
지금 아래 박박 씻고 있단 말야.
자기 내가 깨끗한게 좋지 않아?"

  인혜는 대야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 갔다.
멀뚱하게 혼자 남은 종도는 한참 씩씩거리다
벽을 한번 주먹으로 쾅 치고 안 방으로 돼지 엄마와 돈 계산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

  대충 하체를 더운 물로 씻은 뒤 인혜는 대야에 더운 물을 받아 청년이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밖의 공기를 맡고 오니 방안의 술 냄새가 더욱 진하게 코 끝에 닿았다.
술에 취한 것인지 부러 취한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청년은 더운 듯 옷을 활활 벗어
던지고 런닝과 팬티 차림으로 침대에 큰 대자로 누워 여전히 숨을 푸파거리고 있었다.

"자기야 나 돌아 왔어."
 
  청년이 눈을 실쭉 떳다.
그리고 히쭉 웃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여전히 거친 숨 소리를
낸다.
수건을 더운 물로 적신 뒤 청년의 다리 사이로 가서 팬티를 벗겨 내렸다.
이미
불룩하게 팬티 위로 뭉침을 보인 물건이 기다렸다는 듯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한껏 팽창
하여 정맥이 툭툭 불거진 그 물건을 보고 인혜는 요 짜식 봐라 하는 생각으로 잔뜩 움켜
쥐었다.
청년이 짧은 신음을 내질렀다.

"자기야 이제 그만 정신 차려라.
똘똘이는 이렇게 곤두 섯는데, 정신이 없으면 길을 어떻게 찾을라구 그래?"

  취한 척 하는 것임을 완전히 간파한 인혜는 어쨋건 무안하지 않게 하려고 부드럽게
청년을 달랬다.
못 이기는 체 청년이 눈을 스르르 뜨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인혜가
빙긋 웃자 청년도 비시시 웃었다.

  인혜는 더운 수건으로 청년의 물건을 닦아 주었다.
인혜의 손길이 불뚝 힘차게 솟은
물건의 뿌리에 있는 구슬을 톡톡 건드리자 청년의 몸에 작은 떨림이 언뜻 스쳐갔다.
따뜻한 기운이 기분 좋게 남성을 감싸고 돌자 청년은 비로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내 니를 한참이나 보고 있었던 기라.
이 동네에 와 본 적은 몇 번 없지만 항상 니 볼 때 한번 자구 싶었는데,
딴 애들 말 들어보이 워낙 니가 유명한기라 돈이 솔찬히 깨진다 하데?
그래 오늘 무리해서 돈 맹글어 왔는데 좀 쑥스런기라.
급히 쐬주 좀 펏지 않나?"

  사투리로 지껄이는데 생각보다 꽤 말을 잘했다.
귀여운 생각이 들어 인혜는 픽 웃었다.

"자기야.
날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오늘 좀 애인을 많이 만났지 어제만 해두 거미줄 치고 있었어.
그냥 편한 때에 찾아 와.
짧은 거면 그렇게 많이 받지 않아.
앞으로 나랑 애인 하자구......
방울이 찾아오면 내가 항상 섭하지 않게 해 줄께."

  청년은 인혜가 빤히 얼굴을 쳐다보며 솔직히 말을 하자 쑥스러운 듯 바로 쳐다 보지
못하고 그냥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인헤는 이 청년이 한동안 자신을 찾아 올 것 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특별 서비스를 해 주기로 맘 먹었다.

  자랑스러운 새 옷을 조심스럽게 벗어 한 구석에 개켜 놓고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 된
인혜는 청년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불끈 거리는 남성을 입 안에 가득 물었다.
그 순간 청년이 헉하는 가쁜 숨을 쉬었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물건을 물고
애무해 주는 인혜의 모습을 보려 하였으나 바로 인혜가 손을 뻗어 벽의 스위치를 내려
아쉽게도 방 안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으로 덮여 버렸다.

  청년의 손 길이 브래지어를 들추고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작은
꼭지를 굴리며 청년은 다른 손으로 인혜의 등을 쓸어 내렸다.
혀로 감싸 안고 인혜는
한껏 뿌리까지 빨아 들여 깊숙이 품어 주기도 하고 입 밖으로 내어 보내 혀 끝으로 간질
이기도 하면서 청년의 용솟음치는 젊음을 맘껏 희롱 하였다.

  프로인 인혜에 비해 청년은 확실히 어설펐다.
금새라도 불끈거리며 폭발할 듯 청년은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어했다.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청년은 인혜를 부둥켜 안고 마구
입술을 찾아 부볐다.
한 손은 인혜의 유방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비틀며 다른 한 손은
팬티 속을 파고 들어왔다.
까실한 체모를 헤집는 청년의 손가락들........

  인헤는 청년을 밀어내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속삭였다.

"자기야.
여기선 뽀뽀는 하면 안 돼!
우리 같은 여자는 뽀뽀를 처녀로 생각하거든.
그리고 아래에 손을 넣어두 안돼.
자긴 그냥 해보는 거지만 난 아프단 말야.
대신 입으로 해 주는 것은 그냥 하게 해 줄께.
원랜 목욕비를 따로 받아야 하지만......."

  의외로 청년은 순순히 말을 잘 들었다.
인혜가 브래지어를 풀자 기다렸다는 듯 청년의
입술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를 그런 거친 기교로 어설프게 청년은
인혜의 가슴을 먹었다.
인헤는 손으로 청년을 계속 자극해 주었다.
남자에게 자극을 받을
리 없는 철저한 프로인 인혜는 청년의 혀가 젖 꼭지를 간질이며 핥을 때 사실은 무덤덤
했지만 약간의 신음을 내어서 청년의 기분을 맞추어주는 배려를 잊지는 않았다.

  허락을 해 주었는데도 청년은 아랫 쪽으로 입을 내려 대지는 않았다.
사실 인혜가 겪은
그 수 많은 남자 중에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입을 댄 남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곳의
여자의 음부는 더러울 것이라는 선입관이 그네들의 머리에 단단히 박혀 있는 탓 이리라.

  인혜는 유방을 깊이 물고 있는 청년의 머리를 감싸 안고 천천히 몸을 돌리며 침대에
등을 뉘였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린 뒤 청년의 물건을 이끌어 입구에 잘 맞추어 주었다.
콘돔을 사용하는게 정상이지만 왠지 이 청년은 병 같은 것은 없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그러다가 병에 걸린 적도 있었지만 오늘은 괜히 그냥 하고 싶었다.
청년은 원래부터
그런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그저 인혜의 손길이 이끄는대로 달려와 힘차게 남성을
인혜의 몸 깊은 곳까지 드리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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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의 공기가 한바탕 지나간 폭풍 덕에 한층 더 끓어 올랐다.
격렬한 행동에 비해 청년의
사정은 허무하게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인혜는 아예 처음부터 동요가 없었으므로 잠시
여유를 둔 뒤 깔린 몸을 일으켰다.
수건을 다시 물에 적셨다.
뜨거웠던 물은 미지근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 수건으로 청년의 얼굴과 가슴, 등 판에 방울 진 땀을 닦아 주었다.

  청년이 인혜를 다시 부둥켜 안으려고 했다.
몸을 빼며 인혜는 불을 켰다.
확 불이 들어
오자 청년이 외려 쑥스러운 듯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티브이를 켜 주고 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서양 여자와 남자가 서로 엉켜서 끙끙거리는 화면이 티브이에 펼쳐지자
청년의 눈길이 그 쪽으로 잠시 쏠렸다.
그 틈에 인혜는 옷을 걸쳐 입었다.
팬티는 그냥
침대 위에 청년의 손길이 닿는 곳에 놓아 두었다.

"자기야 잠깐만 비디오 보구 있어."

  청년이 눈에 의혹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짧은 손님 받으러 간다는 것을 모를정도로
청년이 순둥이 일리는 없었다.

"아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저녁부터 나 아무 것도 안 먹었단 말야.
지금 배 고파서 죽겠어.
한 시간만 기다려 줘.
갔다 와서 또 끝내주게 해 줄께."

  여전한 의심의 눈초리지만 진짜 빠꼼이들처럼 굳이 막으려고 하진 않았다.
약간 불만의
빛을 보였을 뿐 청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허락해 주었다.

"빨리 돌아 와야 돼."

  인혜는 대답 대신 청년의 이미에 뽀뽀를 쪽 해주고 대야를 들고 방을 나왔다.
싸늘한
공기가 얼굴에 확 느껴졌다.
이제 새벽에나 다시 이 방으로 들어 가 한번 더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청년을 대해보니 긴 밤 받고 뿌리 뽑는다고 짧은 밤 뛰는 것에 시비를 걸 타입은
전혀 아닌 것 같았다.
또 비록 한번 했지만 그것이 주변의 다른 여자들에 비해 인상저인
서비스를 해 주었다는 것을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청년이 본전 생각으로 아쉬워
하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청년은 그냥 하염없이 인혜를 기다리다 잠 들 것이다.
아니면 방의 이곳 저곳을 뒤지다
선전용으로 적어 놓은 거짓말을 잔뜩 적어 놓은 그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들쳐 보면서
전문대 다니다 가정 형편으로 중퇴하고 몸을 팔아 집 안을 부양하는 불쌍한 방울이란
창녀의 허상을 진짜로 알고 완전히 속을 지도 모른다.

  화장실에 가서 몸 안에 들어 온 청년의 잔재를 깨끗이 씻어 낸 뒤, 인혜는 새 팬티를
꺼내 입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에 비쳐 본 자신의 모습은 실제 20 살의 나이보다 적어도
서너 살은 더 들어 보이는 성숙한 여자의 모습 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그래도 아직은
나이를 제대로 나타내며 지금은 아주 오래 되어 닳아버린 흑백사진 같은 아련한 그녀의
기억과 일치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낯 선 여자의 모습으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사실은 이런 여자를 난 몰라..........)

  몇 번 마음 속에 뇌까려 본 뒤, 인혜는 바깥 공기가 아까보다 훨씬 추울 것으로 예상
되므로 아예 쉐타를 하나 더 걸쳐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친 뒤 밖으로 나갔다.
찬 바람이
짧은 스커트 안으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 와 하체가 설렁했다.
바지를 입을 걸 그랬나
잠깐 후회 되었지만 그냥 황씨 아저씨의 가게 쪽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걸었다.

  큰 길 쪽에는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밤이 없는 이 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사창가 청량리 588 번지 였다.

  너울거리는 붉은 조명발을 받은 여체는 실제보다 훨씬 더 요염스럽다.
밖의 시린 겨울
날씨와 전혀 상관 없는 뜨거움이 유리 문 안 쪽에 물결처럼 넘친다.
밝은 색의 엷은 나시
티에 짧은 핫 팬츠, 또는 허벅지를 훤하게 드러내며 팬티 끝마저 살짝 내비치는 조그만
천 쪼가리, 초 미니 스커트 차림의 여자들이 비스듬히 벽에 기대고 서 있거나, 긴 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재잘대다 가끔 보는 이에 대해 서비스라도 하려는 듯 다리를 슬쩍 벌렸다
오무려 은밀한 부위를 찰나에 드러낼 때 동요없이 냉정한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나칠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큰 길 따라 마주보고 늘어선 20 여채의 이 여자 전시실은
여자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쏠쏠한 눈 요기감 이었다.

  영업용 택시나 일반 승용차도 여기를 지날 땐 속도를 줄이곤 하였다.
봉림 극장을 지나
청량리로 빠지는 큰 교차로에 신호 대기가 있어 차들이 늘어 선다곤 하지만 그건 한 낮의
경우이고 이 깊은 한 밤에 굼벵이처럼 줄줄이 서행하는 차들이 신호 대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서행하면서, 또는 아예 차를 잠시 멈춘 채 옆 눈길로 여자들의 몸 전체를
슬쩍 훑고 지나가는 시간이 밤에 이 길이 정체 되는 주 원인이었다.
가끔 눈 길을 빨리
제 자리에 원 위치 못 시킨 기사가 있어, 그 와중에도 급한 길을 가고 있는 뒷 차의 경적
소리가 밤 하늘을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대로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꿈에 취해
있는 한 밤에 어디서 나타나는지 남자들은 혼자, 또는 두 어명이 무리를 지어 꾸준하게
붉은 조명으로 함빡 물든 이 길을 지나갔다.
대부분 술 한잔의 위력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양새였고, 바싹 그들의 뒤를 쫓으며 유혹하는 여자들과의 분주한 실갱이를 보노라면
과연 지금이 깊은 밤 2 시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평소 긴 밤 하나에 짧은 밤 두엇은 무난해 다른 티상들에게 질시의 눈초리를 받는 인혜
지만 오늘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손님들이 꼬여 들고 있었다.
가끔씩 대박이 터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 인 듯 했다.
긴 밤 청년을 방에 숨겨 놓고, 뿌리 뽑으러 나오자
마자 바로 청량리 시장에서 야채 파는 육씨 아저씨의 터덜 걸음과 정통으로 마주친 것
이었다.
육씨 아저씨야 이미 반 년도 넘게 인혜를 찾아 온 단골 중의 단골 이었다.
마흔
도 안된 나이에 주변 머리만 조금 남은 대머리가 우스운 용모이지만 벗겨진 머리만큼
성격이 시원해서 구질구질하게 인혜를 괴롭힌 적이 없었다.
알아서 후하게 꽃 값을 계산
하고, 가끔은 팔던 무우나 배추를 선물이라고 주고 가는 유모 감각도 있어 만나면 즐거운
손님 이었다.

  거친 청량리 시장판에서 잔뼈를 굵혀 온 인물인지라 30 중반의 나이에 걸 맞는 탄탄한
체구를 가졌고, 스스로의 남성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호걸 형의
사내가 육씨 였다.
또 한가지 그의 자랑은 군대에서 돌파리 의무병을 협박하여 잔뜩 박아
넣은 귀두의 다마 였다.
그런데 울퉁 불퉁한 괴물 모양의 그의 남성을 접하고 까무러치지
않은 여자 없다고 떠벌이며 자랑하지만 실은 그 다마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고 성가시게
한다고 따돌리는 푼도 몇 있었다.
귀두의 다마는 아무래도 여자에겐 상당한 자극을 주는
지라 하루에 여러 명 남자를 상대하다 보면 프로일지라도 가끔은 몸이 동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육씨 같은 남자와 접하면 어쨋든 부담이 안 생길 수 없었다. 

  인혜 역시 상당한 프로이지만 초 저녁부터 벌써 6 번 째 남자를 받게되니 육씨 아저씨에
이르러서는 특유의 다마 박힌 귀두 때문에 약간의 간지럼같은 희열이 하복부에서 스멀
거리며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맛 보는 짧은 희열이고 오늘은 기분이
꽤 좋은지라 인혜는 궂이 그 느낌을 억 누르지 않았다.

  남자 중에는 여자 다루기에 상당히 능숙한 손님이 있어 인혜도 절정에 오를 때가 가끔
있다.
물론 지금에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주 드물게 손님과 같이 홍콩 여행을 하지만
어리숙했던 초기에는 하루에 대 여섯 손님이 들면, 마지막 손님이 들게 되면 인혜 자신이
먼저 진 빠져 축축 늘어졌던 부끄러웠던 기억이 꽤 많이 쌓여있다.
손님에게 일일이 쾌감
을 느끼면 몸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일년 반 동안 몸으로 배우고 나서야 비로서 인혜는
몸의 반응을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는 교성을 지르고 몸을 뒤튼다
하여도 속은 항상 유리처럼 냉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많은 경험을 쌓다보니 자신의 성감대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으므로 짜릿한 쾌감을
받고 싶으면 직접 자위를 하여 그 희열을 느낄 수 있으므로 굳이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그런 쾌감을 구걸 할 필요가 없었다.
즉 그녀의 몸에 분포된 성감대는 꼭꼭 숨게 되어
버렸다.
그것은 단골 중에서도 정말 좋은 사람과 긴 밤을 맘 놓고 편안히 보낼 때, 혹은
그녀 자신이 쾌감에 쩔어 보고 싶을 때나 개방 되는 그런 성감대였다.

  잠깐이지만 나른한 짧은 쾌감이 인혜의 몸을 훑고 지나간 것을 육씨 아저씨도 눈치 챈
듯, 우쭐해져서 더욱 굳센 힘으로 인혜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었다.
프로인 인혜를 절정
으로 끌어 올린 것이 사내로서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갖는 것으로 생각한 듯 그는 가뜩
이나 더운 방의 공기를 펄펄 끓어 올리며 땀투성이가 되도록 분투했다.

  잠시 짜릿한 쾌감에 몸을 맏겼지만 곧 평정을 회복한 인혜는 육씨 아저씨의 자랑스럽게
달아오른 오만을 식혀 줄 이유는  없으므로 드물게 젖어 버린 자신의 하체를 마주 흔들고
코맹맹이의 요란한 신음 소리로 그의 즐거움에 보조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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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씨 아저씨를 큰 길까지 배웅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 세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육씨 아저씨에게 의외로 시간을 많이 소비한 것 같았지만 비록 짧았다해도 인혜 스스로
오랜 만에 느낀 쾌감인지라 마무리에 신경을 좀 써야 했다.

  싸늘한 바람이 콧 끝을 매섭게 때려왔다.
이 정도 했으면 오늘은 쫑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중형 승용차 운전석에 앉은 중년의 남자가 그녀를 흘낏 보고는
약간 놀란 듯 다시 한 번 쳐다 보는 것 이었다.
그 남자는 유혹만 하면 바로 차에서 내려
따라 올 것 이라는 것을 인혜는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우선은 그냥 빙긋 미소만 건넸다.
사내는 그녀의 미소를 못 본 척 딴 청을 부리고 천천히 승용차를 몰아 갔다.
그러더니
십 여 미터 가서는 다시 차를 세우는 것 이었다.
꼬실까 말까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파란
반짝이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승용차로 다가가더니 문을 잡고 수작을 걸기 시작 했다.
연주란 이름의 이웃 언니였다.
곧 거래가 성사 되었는지 연주 언니는 차의 옆 좌석에
성큼 올라 탔고, 차는 천천히 골목 입구까지 후진을 한 뒤 회전하여 안 쪽으로 들어 갔다.
인혜의 옆을 스쳐 지나는 차에서 잠깐 사내의 시선이 다시 느껴졌다.
인혜는 여전히 그냥
빙긋 웃어 줄 뿐 이었다.
사내는 급히 시선을 거두고 골목 안 쪽 제일 깊은 곳으로 차를
몰아 갔다.

  그냥 따뜻한 방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등이나 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인혜가 잠 자려 할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는 이는
몇 명 없었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도 이상하게 잠만 청하면 눈에 핏발이 서며
의식은 반대로 또렷해 졌다.
피곤한 몸과 반비례로 맑아져 가는 의식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보통 한 시간 이상을 수 없이 뒤척거리다 겨우 눈을 붙였다 싶으면 기억
하기 싫은 것들이 악몽으로 살아 나 화들짝 놀라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다보면 저절로
눈물이 주륵 흘러 내리곤 했다.
그것이 아직 버리지 못한 또 하나의 자의식 때문이라는
것을 인혜는 뻔히 알기에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냥 편히 누워 뒹굴대고 싶었다.
그러나 청년이 목을 빼고 기다릴 그녀의 방에
돌아가긴 좀 일렀다.
또 하려고 할 것은 뻔한 일이며 대주고 나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혹
아침에 일어나 또 덤벼든다면 하룻 밤에 두 번이나 하고 나서 아침에 돈을 더 내라고
야박하게 거절 할 수 없고, 그냥 해 주자니 받은 돈에 비해 세 번이나 다리를 벌려 주는
것은 너무 손해 같았다.
긴 밤은 무조건 두 번만 해주고, 또 앞으로 단골로 될 확률이
높은 청년인지라 처음에는 비싸게 보여서 매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자 언니의 방이 비어있다면 그 방에나 가서 머릴 굴릴까 생각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 왔다.

"방울아.
거기서 뭐하냐? 이리 들어 와."

  12호 집에서 반 쯤 열린 유리 문 틈으로 번쩍거리는 빨간 티에 역시 빨간 숏팬츠를 입은
여자가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영락 대감 밑에 있는 인혜보다 8 살 많은 현선이란
이름의 언니였다.
영락 대감은 돼지 엄마와 비슷한 연대의 관록을 가진 588이 터주 중
한 명인데 그가 영락 교회의 집사로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 이었다.

"언니는 시방 그냥 파리 날리구 있는거유?
딴 애들은 지금 열나게 뛰고 있는 것 같은데........"

  따뜻한 온기가 얼굴에 확 닿는 느낌은 간지러움 이었다.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너무
심했다.
현선은 인혜가 안으로 들자마자 마구 툴툴거렸다.
이미 술 한 잔 걸친 듯 혀가
약간 꼬부라져 있었다.

"이 씨방 놈들이 영 안 꼬이네.
어제, 오늘 한 코도 못 뛰었어.
씨양~ 오늘 매달렸다가 팽개치는 바람에 쪽 팔린게 두 번이야! 개 새끼들.........
여자 먹을 때 보지만 이쁘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는거야?
얼굴 보구 연애 하려면 딴 데 가지 뭐하러 588에 오는거야?
588엔 싸러 오는거 아냐?"

"야아~ 언니 그건 좀 억지다.
크크.....
나 정도는 아니라두 그래두 좀 기본이 있어야 놈씨들이 꼬이지.....
같은 값이면 이쁜 년 찾는게 놈씨들 싸가지 아냐?"

"이런.
씨앙년~ 이쁜 소리 하구 자빠졌네.
쪽이야 내가 좀 떨어져두 아래 쪽은 조금도 안 꿇린다구.
너 지금 한번 벗고 비교해 볼래?
요 것이 이쁘다 이쁘다 하니까 아주 염장을 질러요........"

"헤헷~ 농담이야.
언니.....
누가 언니가 밉대?
언니가 하두 성깔이 세니까 남자들이 쫄아서 잘 안 오는거지.
언니두 좀 나긋나긋하게 꼬셔 봐."

  현선은 사내처럼 생긴 용모에 성격도 괄괄해서 손님들과 충돌이 잦아 말썽이 많은 중
고참 뻘의 창녀였다.
술도 거나하게 하는 타입이라 심사가 뒤틀리면 꼬장을 잘 부렸고,
그에 따라 한번 성질 나면 악발이처럼 끝장을 보는지라 다들 좀 피하는 편 이었다.
단골
손님 몇 빼고는 별로 찾아 주는 사람이 없어 벌이가 시원치않아 영락 포주는 벌써 오래
전부터 그녀를 퇴출 시키려 했고 그것을 눈치 채자 속이 불편해서 주변인들과의 충돌이
잦았다.
그런데 단골이 된 손님은 꼭 그녀를 찾아 오는데 그 이유가 조금은 궁금했다.
그녀가 입만 열면 장담하듯이 정말 아랫 도리가 남자들이 혹하도록 이쁠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언니 오는 일요일에 나랑 목욕 같이 가자
언니 거 진짜 이쁜지 한번 보자구........
키키......"

"예라이.
망할 년.
너 자꾸 그 따우 소리 할거야?
으이....
씨양.
열 받아.......
이쁨 뭐하냐? 지금은 완전히 곰팡이 슬었다니까........
어디 병 걸린 놈 있음 데꾸 와 봐.
내가 천연 빼니실링으로 단 방에 고쳐 줄께!"

  인혜는 빙긋 웃으며 현선의 등 뒤로 가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사내같은 얼굴 모습과는
달리 꽤나 풍성한 가슴의 포근한 감촉이 기분 좋게 전달 되었다.

"어쭈? 어쭈? 기껏 속을 뒤집어 놓고 어리광을 부려?"

"같은 엄마 밑에 있는 건 아니지만 난 경자 언니 빼군 언니가 젤 좋더라.
첨에 나 여기 왔을 때 도망치다가 종도 그 새끼한테 깨질 때 언니가 그 새끼 막아
주지 않았음 나 아마 그 때 죽었을거야."

"흐으........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종도 그 새끼 눈 꼬리 돌아가면 똥 오줌을 전혀 못가리는 놈이라.......
딴 애들은 바짝 쫄아서 쪽도 못 쓰고, 넌 완전히 기절해 버린 것 같고..........
어쩌겠냐? 우리 식구는 아니지만 이 언니가 나설 수 밖에 없었지.
크크...
종도 새끼...
지 성깔보다 내 꼬장이 더 무섭다는 걸 그래두 알긴 하더라구."

  말 하다 보니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인혜는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588에 완전히
녹아 들었음에도 그 당시의 기억은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는 아픔 이었다.
인혜의 표정이
굳어지자 현선이 털어 버리려는 듯 말을 돌렸다.
 
"넌 여전히 잘 나가지......?
어쨋건 전성기 때 맘 도사려 먹구 빨리 빨리 챙겨 둬야 해.
우리 몸이야 쫌 지나면 금새 시든다구."

"풋! 내 걱정 마우.
나가 따루 생각하는 게 있어요.
나보다는 경자 언니랑 언니가 더 걱정이우.
그래 앞으로는 어쩔거유? "

"에휴......
몸 팔던 년이 몸 밑천 떨어지구, 벌어 논 거 없음 비참해 진다는 거
진즉부터 알고 있지만 어쩌겠어? 뾰족한 생각이 안 떠오르는 걸.......
이러다가 그만 두면 결국 펨뿌나 해 먹게 되겠지 뭐.
인기 좋은 년 몇 년만 잡고 있으면 설마 밥이야 굶겠냐?"

"언니.
그러면 그만 둘 때를 꼭 내게 알려 주시우.
그 때 되면 일단 내 뒤나 봐 줘요.
여하튼 내가 3 년내로 독립할꺼니 그 때 경자 언니랑 언니랑 같이 하나 근사하게
차립시다."

"에이그~ 이 것아.
너 당한 것두 뼈에 사무쳤을텐데........
너 같은 년 모아다 이 장사 시작 해 보겠다구?
휴우.......
생각해보니 우리 꼬라지가 정말 드럽다.
결국 먹구 살 길이 그냥 쥐 새끼 쳇바퀴 돌 듯 이 것 뿐이니......."

  현선의 한 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따뜻한 현선의 체온을 느끼며 인혜는 자신의
체온도 그녀에게 전해 주기 위해 끌어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래.
결국 그렇게 사는 거겠지.
뭐 너랑 같이 하면 최소한 몇 년은 짱짱히 갈 수 있겠다.
근데 넌 그렇게 할 수 있는거야?
돼지 엄마한테서 벗어 날 수 있겠어?
하긴 그 동안 너 뛰는 거 보니까 솔찬하게 벌었을 거 같던데........"

"흐으........
아직 반 쯤 남았어.
그래두 언니 이거 알아?
내가 반이나 갚아 나간게 지난 이 년 동안에 해 치운 거라는 걸......
두고 봐.
내 앞으로 2 년 안에 빚은 끝장을 보구 말거야.
그리구나서 1 년동안 무쟈게 벌어서 2 천년이 되기 전엔 꼭 독립 해야지......... 
그 때가 되면 난 날아 갈거야...............
펄펄 날아 갈거야."

  마지막은 들릴 듯 말 듯 작았지만 놓치지 않은 현선의 머리 속으로 한 마리 노랑나비가
되어 팔랑거리는 인혜의 모습이 연상 되었다.
머리 속의 형상을 표현 할 능력이 부족하여
말로 표현 할 수는 없지만 그 모습은 애처로움과 기쁨이 한데 어울린 눈물 나는 장면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 어라...? 저 새끼 또 왔네."

  현선의 갑작스런 소리가 감상에 빠진 인혜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다.
현선의 시선을
따라가니 뚱뚱한 사내가 하나 안 쪽을 흘낏거리며 천천히 지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직 사내라고 할 수도 없는 한 눈에 고등 학생임을 알 수 있는 녀석 이었다.
키는
170은 결코 안 넘을 것 같은데 대단히 비만하여 100 키로는 우습게 넘어 갈 체구 였다.
어른 티를 내려는 듯 갈색 마의에 코 밑에 수염도 안 깎은 모습이지만 여기의 베테랑인
현선이나 인혜가 속을 리 없었다.

"쟤...
왜? 아는 놈이야?"

"야야....
말 마라.
저 새끼가 벌써 오늘만 네 번 째야.
그냥 흘깃 거리며 주욱 한 번 끝까지 갔다가 다시 되 돌아 보면서 큰 길로 빠져
나가는 거야.
그리곤 한 시간 쯤 지나면 또 오구........ "

"음....
뚱땡이긴 해두 영계니까 누군가 벌써 묵어 버렸겠는데.....?"
쿡! 저 자식 또 하구 싶어서 자꾸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냐?"

"왠 걸? 올 때마다 몇 애가 붙잡았는데두 다 뿌리치고 그냥 지나가는 거 있지?
아까 나두 팔 끼었다가 그냥 팽개치는 바람에 엄청 쪽 팔렸다구...........
새 파란 애 새끼가 좆이 꼴려서 왔다 갔다 하는건 뻔한데........
으유.....
애미 애비가 지 자식 저러는 거 알까?"

"풋! 그럼 간단하구만.
저 넘이 나 찾아 온거지 뭐.......
짜식 눈은 높아서........
음.....
어디 보자.
언니.
어제, 오늘 궁끼 끼었다구 그랬지?
내가 잡아다 줄께.
영계 한번 따 먹어 볼래?"

  그러나 인혜의 말은 현선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이었다.
현선의 표정이 변하면서
바로 볼멘 소리로 툴툴 거렸다.

"야! 내가 니 년이 잡아 오는 넘 넙죽 받아 먹을만큼 완전히 맛이 간 줄 아냐?
생각 있음 니가 직접 해.
난 싫어! 쫀심 상하게 시리......."

  말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닫고 인혜는 현선을 감싸 안은 팔에 힘을 꽉 주면서 속삭였다.

"우이 씨~ 그런게 아니야.
언닌.
괜히 성부터 내냐?
나 아까 육씨 아자씨랑 할 때 홍콩 갔었단 말야.
그래서 오늘은 더 하기가 싫어.
난 한번 가면 그 날은 계속 간다구.......
또 홍콩 가면 어떡해?
더구나 저런 꼬맹이 한테......."

  웃기지도 않은 인혜의 말에 현선이 얼굴을 풀고 시쭉 웃었다.

"햐아......
요 것이 꽤나 웃기네.
너 아직두 올라 갈 때가 있단 말야? 쿠쿠쿠........
예라이!
니가 인기가 아무리 짱이라두 진짜 고참 될려면 멀었다.
요 것아."

  인혜는 겸연쩍게 웃었다.
한 번 절정에 오르면 계속 오른다는 뻔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무래도 쑥쓰러웠다.
그렇지만 그래도 오늘은 방에서 기다리는 청년 외에는 더 안 하려
맘 먹은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 거부를 안 하므로 현선이 승락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혜는 밖으로 나왔다.

"요 것아.
너라구 꼭 성공하리란 법은 없어.
방울이 너 쓰러지면 588 쪽은 완죤히 다 나가는거야."

  현선의 마지막 말을 귀에 흘리면서 인혜는 이미 저만치 멀어진 뚱땡이를 급히 쫓았다.
뚱땡이는 시장 쪽으로 난 길을 따라 느릿 느릿 걷고 있었다.
현선의 말처럼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일인 듯 그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흘낏 쳐다보곤 티꺼운 표정으로
수근 거릴 뿐 이었다.
붉은 조명의 집을 한 채 씩 지날 때마다 그는  슬쩍 유리 문 안을
들여다 보곤 하였다.
마치 찾는 여자가 있는 듯 한 행동이지만 인혜는 그의 행동이 실은
용기가 없어 그런 것 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마 처음에는 나름대로 맘에 드는 푼을
고르려고 유혹 하는 여자를 뿌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여러 번 뻗대다보니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안 봐 오히려 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헤이.
오빠야! 이 추운 데 도대체 뭐하는 거야?"

  인혜는 다짜고짜 뚱땡이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힘을 주어 끌어 당기며 몸을 바싹 밀착
시킴으로써 그녀의 가슴의 탄력을 그에게 느끼게 해 주었다.
놀란 듯 몸을 흠칫하면서
인혜를 바라 보는 그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안도의 빛이 흐르는 것을 인혜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인혜는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헤에~ 오빠.
여태 나 찾고 있었지?
아이구.
오빠 이거 볼 얼은 거 봐.
아주 시푸르딩딩 이네.
가자구.
내가 따스하게 녹여 줄께......."

  슬쩍 잡아 끌자 뚱땡이는 움찔하며 약간 몸을 버팅겼으나 한번 더 끌자 순순히 이끄는
방향으로 못 이기는 척 몸을 돌리는 것 이었다.

"춥긴....
더럽게 춥네."

  역시 어린 애 였다.
나름대로는 태연한 듯 말을 하였지만 말이 떨려 나오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고 관록이 부족해서 긴장을 풀지 못한 탓 이었다.

"예라이.
방울아! 영계 따 묵고 혼자 불로 장생 할려구 하냐?"

"조 것이 애나 어른이나 바지입은 남자면 무조건 싹쓸이 해 가네.
아구 부러버라....."

  시장 쪽으로 향한 마지막 21 호 집에서 두 명의 여자가 문을 빼꼼이 열고 깔깔거렸다.
그녀들의 말을 들은 뚱땡이의 얼굴에 부끄러운 듯 약간 홍조가 돌았다.
뒤도 안 돌아보고
팔만 돌려 감자떡을 한 번 먹인 뒤 인혜는 뚱땡이를 영락 대감의 집으로 재촉했다.

  정육점의 생고기 진열장과 그 용도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너무도 비슷한 붉은 조명이
너울대는 큰 길 가 12 호 집에서 이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본 현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인혜와 뚱땡이와 사라진 집으로 곧 뒤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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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평도 채 안되는 방의 구조는 어디나 다 비슷하였다.
단지 돼지 엄마의 경우는 침대를
선호해서 각 방마다 3분의 2 정도의 공간을 허비하면서도 침대를 놓았고, 영락 대감은
온돌 방 형태로 방을 꾸며 놓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었다.
인혜는 매일 등을 눕히는
침대보다 이 온돌 방이 더 좋았다.
천정과 벽의 벽지 색도 밝고 온화한 연한 녹 색이라
붉은 빛 감도는 강한 색인 자신의 방보다 더 맘에 들었다.

  바닥에 깔린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 등을 대자 뜨거운 열기가 짜르르하게 몸에 울렸다.
뚱땡이의 옷만 벗기고 살짝 빠져 나와 현선 언니와 체인지하니 현선 언니는 잠시 쉬고
가라고 마침 비어있는 옆 방 문을 열어 주었다.

  어디나 똑같은 뻔한 구조라 왼쪽 방에서는 한창 열 내고 있는 남 녀의 신음 소리가 가물
거리며 들려왔고, 오른 쪽 방에서는 현선 언니와 뚱땡이의 말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다.
양 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서로 섞이며 흐드러졌다.
노상 듣는 소리들이므로 전혀
신경이 쓰여지지 않았다.
인혜는 저도 모르게 천장 벽지의 둥근 무늬를 하나씩 헤아리기
시작했다.
그 배열의 한 끝에서 끝까지 주욱 훑고 나면 반대로 다시 세었다.
뻔하게 같은
수가 나오는데도 두 세번을 계속 반복해서 헤아렸다.

"어유.
이 새끼 정말 짜증이네."

".........
이러면.......
안 되는 거 잖아......
요......"

  갑자기 오른 쪽 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좀 커졌다.

"야.
이 새끼야.
이게 뭔 허튼 수작이야?
새파란 애 새끼가...........
새꺄! 실컷 주물탕 해 놓구나서 좆만 안 박았다구 사람 바꾸라는게 어디 있어?
아유.
열 받아."

"...
이 씨......
아까 그 여잔 줄 알았단 말야........
불을 꺼 놔서....."

  듣고 있는 인혜는 픽 웃고 말았다.
이제야 사람 바뀐 것을 알아챘다니, 과연 생긴대로
엄청나게 둔한 뚱땡이였다.

"새끼야! 헛 소리 말구 이리 올라 와!.
빨리 싸구 꺼져 버려.
재수 없는 놈 같으니라구......"

"........................"

"어이! 이 새끼 진짜 말 안 듣네.......
열 받게 하네."

  현선의 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뚱땡이의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뚱땡이가
꽤나 완강하게 버티는 듯 했다.
뚱땡이의 반응도 없고 현선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시간이 잠시 흘렀다.
그러더니만, 갑자기 문이 덜컥 거리는 소리가 나고 거친 사내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왜 이리 시끄러? 씨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현선의 둥기인 윤구의 목 소리였다.
적당한 시간에 겁 주러 나타난 것이다.
너무도 뻔한
일이라 인혜는 웃음이 나왔지만 당하는 뚱땡이는 겁이 덜컥 낫을 것이다.
뚱땡이가 숨을
죽이는 모습이 안 보아도 눈에 선했다.
현선의 호들갑 떠는 소리가 곧 이어졌다.

"오빠.
잘 왔네.
내 기가 막혀서.......
이 새끼가 말야.
방울이가 데꾸 온 새낀데, 방울이가 지금 급한 일로 나갔거든.
방울이가 대신 좀 부탁한다구 해서 내가 억지로 들어 와 줬더니 지금 방울이 찾아
내라구 지랄 치는 거야.
없는 방울일 내가 어떻게 찾아?"

"뭐야? 이런 싸가지 없는.........
어라? 이거 새파란 어린 놈 아냐?
짜식이.......
얌 마! 어린 놈이 여자 먹으러 왔음 곱게 먹구 갈 것이지 오 밤중에 시끄럽게 왠
소란이야?"

"그래두....
첨에....
여자가....."

  무척 당황한 듯 뚱땡이의 소리는 완전히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하긴 한거야?"

"싸진 않았지만 벌써 위 아래로 주물탕 다 했어.
새파란 놈이 밝히긴 무지하게 밝혀요."

"그럼 다 한거네.
짜식"

  정해진 수순으로 윤구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얌 마.
다른 사람들 다 조용히 즐거운 시간 보내는데 니들이 실강이해서 떠들면
그 양반들 기분 확 잡치잖아?
그리구 임마.
여자는 다 똑같은거야.
너 데꾸 온 애가 무쟈게 바빠서 잠시 나간 대신 그래두 우리 집 간판이 상대 해 준건데... 
고맙게 생각해야지.
내가 장담하는데 아래 쪽은 얘가 훨씬 더 끝내 준다구.
여자란 한 번 꽂고 나면 다 그게 그거야.
임마.
그리구 여기는 한번 들어 와서 여자 손 대고 나면 무조건 한 코 뛴 걸루 계산 한단 말야.
니가 정 방울이랑 하구 싶으면 내가 나가서 걔 찾아 올테니 새로 돈  내고 다시 시작 해.
알았어?
근데 너 꼬라지 보니까 두 번은 못 할 놈 같다.
그냥 현선이랑 좋은 밤 보내라.
알았지?"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문 밖에서 윤구는 웃음을 참느라 배를 부둥켜 안고 뒹굴고
있을 것이다.
뚱땡이를 달래는 현선의 속삭이는 작은 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 왔지만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를 흘리며 인혜는 이번엔 벽 쪽의 둥근 무늬를 세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없는 반복적인 행동이 언제부터 습관처럼 몸에 붙은 것인지 인혜 자신도 기억
나지 않았다.

  세 번 째 벽의 무늬를 보고 있을 때 덜컥 문이 열리며 외투만 두른 현선이 안으로 들어
왔다.
놀란 인혜가 몸을 일으키자 현선은 한 숨 부터 쉬었다.
외투 앞 자락이 벌어지자
현선의 알 몸이 눈에 들어왔다.
몸은 아직 쓸만하다는 현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방 문 앞에 선 윤구가 묘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난처하다는 것인데 눈은 웃고
있었다.

"왜 그래? 언니?"

"아유...
씨발...
할 말이 없다."

현선은 기가 막힌 듯 웃고 있었다.

"왜? 대체 왜 그래?"

"방울아.
니가 들어 가야 할 것 같아."

"그게 뭔 소리야?"

  화난 듯한 음성이지만 윤구처럼 현선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저 새끼 지금 울고 있어."

"엥?......."

  그러고 보니 옆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너 안 들어 오면 죽을 때 까지 안 나간다면서 울고 있어."

"어라.....? 그게 뭔 소리야?
여즉 안 하구 그런 말이나 하구 있었어?"

  윤구가 방으로 들어 섰다.

"내 청량리 생활 7 년에 저런 또라이 새끼는 첨 본다.
밖에서 듣자니 아예 자길 죽이랜다.
저렇게 나오면 겁 줘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다시 들어 갈 수도 없구........"

"으와.
언니 맛이 간 놈 아냐?"

"씨발~ 완전히 맛이 갔지.
몸 팔면서 벼라별 새끼 다 만나 봤지만 정말 첨 보는 놈이라니까....."
   
  현선이 외투 주머니에서 돈 삼 만원과 반지 한 개를 내 밀었다.

"어...
얼라? 이건 또 뭐래? 왠 반지야?"

"저 새끼 삼만 오천 원 가지고 오입하러 온거야.
오천 원은 차비라서 못 준대.
아예 지가 값을 다 정해놓고 온거야.
너 데꾸 오라구 하면서 혹시 돈 모자라면 이거 잡으라구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
꺼내더라.
이거 아무래도 돈 거슬러 줘야 할 것 같아."

  왈칵 치받는 것이 있어 인혜는 헉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르면서 웃고 말았다.
인혜의
웃음이 도화선이 되어 윤구도 억지로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셋이 한동안
킬킬 거리며 웃었다.
왜 이렇게 웃기는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한참을 숨이
넘어가도록 컥컥거렸다.
눈에 눈물까지 맺힌 상태로 인혜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이 반지.....
이거 꼭 돐 반지처럼 생겼어........
크크크........
이거 대체 어디서 갖고 온 반지일까?"

  그 말에 셋은 또 웃고 말았다.
그들의 웃음 소리가 꽤 컸고 나누는 대화가 결코 작지
않았으므로 옆 방의 뚱땡이가 못 들었을 리 없었다.
갑자기 벽을 탕 치는 소리가 들렸다.
들릴 듯 말 듯 했던 신음 소리 같은 흐느낌이 조금 커지더니만 확실하게 귀에 맺혀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웃음이 나왔지만 겨우 진정시키고 인혜는 몸을 일으켰다.
돈 삼 만원은 다시
현선에게 돌려 주었다.
인혜의 방이 아니므로 방 값으로 만 원은 주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돈 따지기가 어색했다.
현선은 인혜가 내미는대로 그냥 받아 들였다.
모르고
했건 어쨋건 뚱땡이가 그녀의 몸을 실컷 주무른 것은 사실이니 그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 듯 했다.

"씨이파~ 오늘도 아랫 도린 텅 비었네.
이 거미 줄을 언제 걷나?"

  어차피 지금은 나가 봐야 손님이 거의 없을 때라 현선은 다시 나가기를 포기 한 듯
한마디 하고는 인혜가 누워 있었던 이불 속으로 발을 넣었다.
알 몸에 달랑 외투 하나
걸친 상태라 움직일 때마다 큼직한 유방이 덜렁 거리고 아랫 배의 은밀한 계곡이 슬쩍
드러났다.
그 모습에 윤구는 색이 동한 듯 현선의 옆에 털석 주저 앉는 것 이었다.

"불쌍한 현선아.
오늘은 오빠가 힘 써 주마.
거미 줄 다 치워 줄테니 걱정 마라."

  분위기가 어차피 코미디처럼 되어 버린지라 현선과 윤구의 수작도 그 웃기는 흐름의
연장선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둘이 다정하게 붙어 앉는 모습을 보고, 방 문을 닫아 준
뒤 인혜는 뚱땡이의 방 앞에서 심 호흡을 두 어번 크게 했다.
아직도 웃음이 덜 빠진 얼굴
표정과, 머리 속이 겨우 정리 되었다.

  방 문을 열자 연한 분홍 빛 조명 아래 허여멀건 뚱땡이의 뒷 모습이 하나 가득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등판이 들썩거리는 그 모습은 장관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또 다시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참으며 인혜는 헛 기침을 하였다.
천천히 그의 얼굴이
인혜를 향하는데, 눈물로 얼룩진 눈 주위가 볼 만 했다.
인혜를 알아채고 기쁨의 빛이
반짝 그의 눈에 스쳐 갔다.

  헛 기침을 한번 더 하고 인혜는 뚱땡이의 옆에 앉았다.
울었던 것이 부끄러운지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야.
나 안오면 죽는다구 그랬다며.....?"

  처음과는 달리 인혜는 대놓고 반 말을 했다.
뚱땡이는 인혜의 반 말에 약간 놀라 얼굴을
쳐 들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 솔직히 얘기 해 봐.
18 살은 넘었냐?
고딩어 맞지?"

"......................."

"짜식.
째리기는.......? 왜 기분 나쁘니?"

  실실거리는 인혜의 말에 뚱땡이의 양미간이 이그러졌다.
분위기를 풀려고 농찌거리를
하는데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 참........ "

  인혜는 혀를 차고 그의 곁에 앉았다.
너른 등판을 손으로 쓸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냥 현선 언니랑 하지.
다 똑같은데....
그 언니를 그렇게 쪽 팔리게 만들어 뭐 좋을게 있니?"

  약간 얼굴이 붉어지며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난...
너랑 ........"

"아쭈? 얌 마.
이젠 누나라구 불러.
너라니? 새파란 놈이......."

  다른 손님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이 뚱땡이는 자꾸 갖고 놀고 싶어져 인혜는 윽박
질렀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보아 심지가 꽤 약한 녀석임에 틀림이 없었다.
역시 생각
한대로 뚱땡이는 입을 다물더니 이불 자락만 뚫어지게 쳐다 볼 뿐 이었다.

"계속 해봐.
나랑...
어쩌겠다는거야?"

  몸을 바싹 붙이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가슴을 어루 만졌다.
손길이 스칠 때마다 퍼뜩
거리는 그의 반응이 무척 재미 있었다.
두툼한 가슴 살과 그 아래 층층이 주름 진 뱃 살이
손에 하나 가득 잡혔다.
정말 풍성한 두부 살 이었다.

"임마.
너 솔직히 말해 봐!
백 키로 넘지? 이 물렁아......"

  살 찐 애들한테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얼마나 그들의 자아를 손상시키는 것인지 인혜는
알 리 없었고 그러므로 그저 재미로 하는 이런 말에 뚱땡이가 얼마나 속으로 앓을 것인가
생각도 않고 말을 함부로 하였다.
그런데 이쯤되면 화를 낼 만도 한데 그는 더욱 고개를
숙이며 오그라들어 정말 소심하다는 것을 거듭 보여 줄 뿐 이었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인혜의 허리보다도 훨씬 더 두꺼운 그의 한 쪽 허벅지를 쓸다
천천히 겹으로 주름진 아랫 배를 헤치고 샅으로 접근하였다.
손에 닿는 성기의 감촉으로
인해 인혜는 또 웃음이 쿡 터져 나왔다.
그의 거대한 체구에 비해 남성은 참으로 볼 품
없었다.
인혜의 손바닥 보다도 작았다.
비대한 뱃살이 성기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기에
그것은 당연한 일 이었다.
그러나 길이로 못 다한 것을 채우려는지 두께는 대단했고,
단단함이 마치 나무 막대 같아 평소 대하는 남자들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역시 어리다는
것이 그대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긴 했다.
또 비계 살에 가려지지 않은 탱글한
두 방울도 꽤 묵직해서 손으로 가지고 놀기에 아주 그만 이었다.

  인혜의 손 놀림 때문에 그의 숨 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콘돔을 꺼내 방울 끝에 침을
칠한 뒤 숨을 불어 넣어 팽창 시켰다.
이젠 조금 전까지의 소심함을 벗어 던진 뚱땡이는
인혜의 행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어린 나이 임에도
그의 시선에는 어느덧 끈적함이 묻어 나고 있었다.

"야! 발랑 자빠져 봐."

  그는 이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잘 따랐다.
벌렁 등을 대고 눕자 둥근 동산의 배
언덕 아래로 짧지만 꼿꼿한 그의 남성이 반쯤 껍질을 뒤집어 쓴 채 천정을 향해 힘차게
솟아 올랐다.
두께 때문에 콘돔을 씌울 때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성기에 닿는 인혜의 손
느낌이 황홀한지 그는 눈을 지긋이 감고 묘한 표정을 지어 다시 한번 그녀를 웃음짓게
하였다.

  평상시라면 그냥 팬티만 끌어 내리고 하겠지만 오늘은 역시 새 옷에 신경이 쓰이는지라
인혜는 조심스럽게 옷을 벗어 잘 개켜 두었다.
이어 팬티를 엉덩이 아래로 끌어 내리는데
뚱땡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리나 늙으나 그 시선은 징그러움 이었다.

"짜식이 꼴에 여자 좋은 건 알아서........
눈 돌려! 임마."

  작은 조명 등까지 꺼 버려서 아예 깜깜하게 만들고 뚱땡이의 옆으로 다가 갔다.

"짜식아.
원래 미성년자가 여기 와서 걸리면 몽땅 다 끝장이야.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자 올라 타 봐."

  다리를 벌리고 그를 몸 위로 인도하는데 영 힘으로 버티며 안 오르는 것 이었다.

"어라? 왜 그래.
임마.
안 할거야?"

  인혜의 말에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여는 것 이었다.

"저.....
누나......
내가 워낙 무거워서.......
힘이 들텐데............
요.....
누나가....
올라 가는 것이......."

  처음 들어보는 그의 제대로 된 말 이었다.
갑자기 귀여운 생각이 들었다.

"짜식이 엥간히두 생각해 주네.
마! 걱정 말고 올라 타! 더 무거워도 난 꺼떡 없어.
새파란 놈이 뭘 천장을 보겠다는 거야! 영감 탱이나 그러는거야.
그저 젊은 놈은 무조건 바닥을 보고 찍는거야.
임마."

  그 말을 듣고서야 뚱땡이가 몸을 돌려 인혜의 몸에 올랐다.
아닌게 아니라 인혜가 생전
처음 겪는 무게였다.
인혜는 작은 체구가 아닌데도 몸 전체가 완전히 그의 풍성한 살덩이
속에 파 묻혔고 숨이 막혔다.

"헉!........."

  인혜의 숨막히는 소리를 듣자 그는 바로 팔꿈치와 무릎으로 몸무게를 지탱하여 그녀의
짐을 덜어 주었다.
호흡이 조금 안정되자 인혜는 그의 투실한 뱃살 아래로 손을 헤 집어
남성을 움켜 쥔 뒤 자신의 몸으로 인도 하였다.
보통 두 다리를 활짝 열고 사내의 둔부를
감으면 정강이끼리 갈고리처럼 옭아 매게 되는데 이처럼 거대한 둔부를 가진 녀석에게는
그런 자세는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다리를 활짝 열고 받아 들일 뿐 이었다.

  굴뚝으로 맹렬히 불을 뿜으며 달리는 증기 기관차마냥 뚱땡이는 숨을 몰아 쉬며 쳐들어
왔다.
아무 기교도 없는 어설픔으로 그냥 위 아래로 들썩거리며 찍어대는 그의 행위는
거침 그 자체일 뿐 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 분도 지나지않아 한껏 팽창한 그의 욕망은
인혜의 몸 속에서 거세게 터져 버렸다.
그 동안의 긴장과, 격정에 비해서 너무도 짧은
허망한 절정 이었다.

  흐느끼는 듯 신음을 끌며 한 순간 몸 위로 엎어진 그의 무게로 인혜의 호흡이 턱 끝에
닿았다.
그래도 잠시 숨을 끌어 그가 절정의 여운을 누리기를 기다려 주었다.

  "임마.
이제 좀 비켜라.
진짜 무겁긴 더럽게 무겁네."

  가만 놔두면 아침까지 내리 누르고 있을 것 같아 오 분 정도 참고 기다린 뒤 그를 밀쳐
내었다.
그는 놀라서 급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완전히 쪼그라들어 볼 품 없는
그의 남성에서 제 역활을 다한 고무 주머니를 떼어 내었다.
피어나는 젊음이라 주머니에
고인 그의 분신은 엄청나게 많은 양 이었다.
꼭 묶은 뒤 휴지로 싸 방 구석의 휴지통에
조준해 던졌다.
물 수건으로 그의 성기를 닦아내어 마무리를 다 하였다.

"임마.
이제 됐냐? 겨우 고거 할 걸 그 난리를 쳤어."

  그 큰 등을 돌리고 앉은 채 힘들게 팬티를 입는 그의 동작이 너무도 둔했다.

"너 같은 애가 무슨 깡으로 여길 다 찾아 왔는지 모르겠네.
가끔 오는 고딩 애들이 있긴 해두 다 날나리 들이던데...........
넌 완전히 순딩이잖아.
어디 열 여덟이나 됐냐?"

  말을 하며 인혜도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늦게 입기 시작한 인혜였지만 뚱땡이가
쉐타를 찾아 입을 때 쯤엔 벌써 날렵하게 매무새를 갖추고 일어나 등을 켜고 있었다.

"여...
열 일곱 이에요..........
씨이....
다...
나만 보면 엿으로 알아요."

  옷을 다 입은 뚱땡이는 한참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
그러나 그 대답 한마디로 뚱땡이에
대해 다 알 수 있게 된지라 인혜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진 않았다.
왕따는 바로 이런 녀석을
가리키는 말 이었다.
그저 물끄러미 그를 쳐다 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받는 것도 부담이
되는 듯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뚱땡이의 말이 조금씩 이어졌다.

"나만 보면 비웃구......
시비 걸구........
정말 엿 같아서.........
짜증나서 그냥....
찾아....
왔어요.
돈만 있으면 여긴 다 된다니까......."

"임마.
그래두 넌 너무 일러.
어쩌다보니 이 누나가 상대해 준거지...
만약 이러다 미성년자 매춘으로 걸리면 진짜 너두 나두 완전히 엿 되는거야.
더 크기 전엔 여기 다시 올 생각 하지 마.
학교 졸업하구 오면 그 때에는 누나가 애인 해 줄께.
알았니?"

  뚱땡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단호하게 가로로 저었다.

"얌 마! 여긴 돈 없으면 못 오는데야.
집에 있는 반지 다 들고 올거야?
임마 여기에 반지 받고 해 주는 여자가 있는 줄 알아?
기가 막혀서........."

  그의 얼굴 빛이 순간 벌개졌다.
그러나 단호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인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좋아! 니 맘대로 해라.
나야 제대루 돈만 받으면 되니까...........
그치만 임마!
진짜 오늘은 운이 좋은거구, 요 따우 돈하고 반지루 해 줄 여자는 여기 한 명두 없어. 
그건 알아 둬야 해.
글구 아무 때나 찾아 왔다가 단속 걸리면 진짜 아작난다.
자.
일어나 임마.
나가자."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인혜는 친절하게도 588의 일반 상식을 뚱땡이에게 다 가르쳐
주었다.
비실거리며 뚱땡이가 일어섰다.
인혜는 담요처럼 커다란 그의 갈색 마의를 입혀
주었다.
둔하게 뭉기적거리며 옷을 다 입은 그는 뚱딴지처럼 한마디 툭 하는 것 이었다.

"난 박 성치라고 해요.........
돈 더 가지고 올테니 그 때 봐요."

  인혜는 그의 등을 딱 소리가 날만큼 세차게 때렸다.
살집이 좋아서 손에 닿은 감촉이
아주 그만 이었다.
이런 집착하는 성격은 말로 해서는 될 일이 아니므로 인혜는 입을
다물었다.
미성년자에 대한 도덕적 보호 따위의 개 소리는 그녀에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녀 자신이 도덕으로 무장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돈만 낼 만큼 낸다면 다른 손님과
달리 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것이 보편적인 588의 티상 세계의 의식이라, 애라고
손님 가리는 것은 정말 배부른 년이나 할 생각이지 그녀로서는 콧방귀 뀔 일인 것이다.
단지 미성년자와 관계를 맺다가 단속에라도 걸리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지라
꺼릴 뿐 이었다.
아무튼 이 녀석과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구 내가 진짜 알구 싶은게 있는데, 그 반지 그거 누구거냐?
어디서 씹어 온 거야? 혹시 장물 아냐?"

  그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 친구 딸의 돐이 낼 모레라 집에서 사 오라고 심부름 시킨 거에요.
결코 훔친 것은 아니에요."

  사실인 것을 증명하려는 듯 그는 주머니에서 포장지가 벗겨진 프라스틱 반지 케이스를
꺼내어 보여 주는 것 이었다.
인혜는 기가 막혔다.

"이런.....?
야 임마.
너 미쳤냐?
반지로 오입했으니 집에 가서는 뭐라고 할거야?"

  뚱땡이는 그냥 씩 웃었다.

"뭐 주머니에 뒀다가 잃어 버렸다구 하죠."

"에라.......
한심한...........
내가 정말 너 같은 애는 첨 본다.
집에서 가만 놔 두겠니?"

"뭐 욕 먹구, 두들겨 맞는 거는 익숙하니까..........
걱정 마세요."

"짜식아 내가 왜 니 걱정을 하니?
아무리 그 따우 소리 해두 이 반지는 꽃 값이니 너 터지건 말건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뚱땡이가 정색을 하였다.

"아무렴 내가 반지 돌려 달랠 줄 알았어요? 제길........"

  떠들며 걷다 보니 벌써 큰 길 이었다.
새벽 5시가 되어가는지라 거리는 이제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붉은 홍등으로 물든 도로만이 교교 할 뿐 그 불 빛을 받으며 몸을 자랑하는
티상들은 제 짝을 찾아 다 들어간 탓에 대 부분 빈 집들 이었다.

"그럼 이제 가라.
이 불량 학생아."

  인혜가 웃으며 뚱땡이를 슬쩍 밀었다.
그는 머뭇 거렸다.

"어서 가.
임마.
그리구 아까두 말 했지만 왠만하면 여기 다시 찾아 오지 마.
나중에 더 크면 오라구........
그 때까지 혹시 내가 여기 남아 있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때 잘 해 줄께.
알았지?"

  그래도 그는 계속 머뭇거리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누나두 날.......
아무 것도 못하는 병신으로 알고 있죠? 지금........."

  의외의 말인지라 놀라지 않을 수 없어 멍하게 서 있었다.

"무슨 소리야?
아무렇든간에 니랑 내랑 배꼽 맞대고 뒹 굴었는데 어떻게 내가 널 병신으로 알겠니?"

  그녀의 말은 들은 체도 안하고 그는 허연 입김을 퐁퐁 뿜어내며 전혀 그 답지 않게 빠른
말로 이어갔다.

"내가....
내가 진짜 잘 하는게 있는데.......
한 번 봐 줄래요?"

  조금전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그의 말은 단호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번쩍이는 빛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라 말 못할 그 열기에 휩쓸려 버려 인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뚱땡이는 덥석 인혜의 팔 목을 잡더니 성큼 봉림 극장을 향해
방향을 잡는 것 이었다.

"그럼 잠깐만 절 따라 오세요."

  엉겁결에 그에게 끌려 가며 인혜는 뚱땡이의 행동을 헤아리기에 고민했다.
그러나 생각
할 여지를 안주는 그의 급한 발 걸음 때문에 인혜는 종종 걸음으로 쫓아야만 했다.
그가
인혜를 재촉하여 도착 한 곳은 극장 옆에 붙어 있는 인터넷게임방이라는 곳 이었다.

앞에 선 그는 인혜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 보고 히쭉 웃더니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 갔다.

  다닥 다닥 붙은 이십 여대의 컴퓨터가 색색의 요란한 화면으로 번쩍거리는데.
구석에
쳐 박혀 열심히 손을 움직이던 두어 명의 젊은 애들이 새벽의 방문객을 흘낏 쳐다 보고는
다시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였다.
인혜로서는 참으로 낯 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들어 와 보는 곳이고, 그녀와는 평생 동안 어울릴 장소가 아니기 때문 이었다.

  입구에 긴 테이블을 격하고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주인이 인기척에 놀라 일어섰다.
곧 자리를 배정 받은 뚱땡이는 옆 의자를 하나 끌어 와 인혜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인지 궁금한데 약간의 호기심이 일어 인혜는 잠자코 그가 하는
대로 따랐다.
그는 의자에 아주 편한 자세로 앉더니 헤드폰을 한 쪽 귀에만 비스듬하게
걸치고 잰 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화면이
마구 바뀌었다.

  네모난 상자 안에 영어와 한글이 마구 어우러져 흘러 갔다.
놀라운 것은 갑자기 그 글이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 이었다.
컴퓨터나 게임 방에 대해서는 기초에 기초도
알 수 없는 인혜인지라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의 행동은 지금
까지와는 전혀 다른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런 모습 이었다.

"알아요?
이 글이 모두 전 세계에서 나랑 한 판 하려는 애들이 도전 신청하는 글 이에요."

"........?"

  인혜가 전혀 알 리가 없었다.
화면에서 위로 죽죽 올라가는 글들은 계속 끝 없이 이어
졌다.
곧 화면이 바뀌고 여전히 분주하게 그가 키보드를 두드리자 게임이 시작 되었다.
아주 바쁘게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하였다.

"내가 여기서 지금 세계에서 십 등 안에 들어요.
좀 만 더 있으면 전 세계에서 열 여섯 명을 뽑아서 대회를 한다구요.
거기서 우승하면 상금이 만 불이에요.
천 만원이 넘는다구요.
그리구나면.......
난 뜨는 거라구요.
아무도 내가 이런 줄 모르죠.
크크크.........
잘난 척 하는 놈들.......
여기서 나랑 붙으면 전부 오 분이면 다 죽여 버릴 수 있어요."

  그의 얼굴에 당당함이 철철 넘쳐 흘렀다.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가락 운동이 믿을 수
없을만큼 빨랐다.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아까와는 전혀 달라서 마치 신이라도 들린 것
같았다.

"앗! 짜식! 이름 값 하네....
이 상황에 그걸 만들었단 말야?
하하...
가소로운 것.........
전에 한번 재미 보더니......
크크...
내가 또 당할 줄 아냐?"

  중얼 중얼 혼잣 말을 하면서.
눈 따로 손 따로 움직이며 그는 점점 인혜의 존재를 잊어
가는 듯 했다.
화면을 왔다 갔다 하는 그의 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내용의 게임이었지만 그의 놀라운 정열에 취해 인혜도 한참 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 하였다.

  그렇게 30 분이 흘러 갔다.
그는 계속 새롭게 도전자를 받아 게임을 계속 하며 이놈은
캐나다의 누군데, 전에 좀 하던 놈이라던지, 한국의 누구 누구 신흥 고수라고 인혜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 주었다.
한 게임을 마치는데 십 분이 채 안 걸렸다.
그리고 그 게임은
전부 그의 승리였다.
그의 모습에 광기마저 흐르는 것 같아 인혜는 조금 섬뜩하였다.

  네 번째 게임이 한창 진행될 때 인혜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뒤에 선 채
잠시 더 지켜 보았다.
혀를 비스듬히 빼어 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 강하게 머리 속에 새겨
져 한동안 잊기 힘들 것 같았다.

  돌아서서 나가려다 문득 인혜는 동작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져 들엇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로 다가갔다.
한창 중요한 때인지 그는 인혜의 행동을 전혀 의식 못 하고 있었다.
조용히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의자에 걸려 있는 그의 마의 주머니에 흘려 넣었다.

  그리고 바로 게임방을 나왔다.

  새벽 바람이 너무 차서 뼈까지 시릴 정도였다.
뚱땡이는 반드시 다시 찾아 올 녀석이라
믿어 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에 신경 쓸 일이고 지금은 그저 이마에 싸늘하게 부딛는
이 찬 바람을 피하여 집으로 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한 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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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씨 아저씨의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앙칼진 여자의 욕설이
들려왔다.
싸움이 벌어진 모양 이었다.
싸움이야 가끔 일어나는 일이니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시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 한 인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자와 장미가 서로 머리칼을 쥐어 잡고 서슬 등등하게 바닥을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대차게 서로 맞잡고 구르는지라 주변의 몇 티상들은 말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아니 말린다기보단 오히려 이런 자극적인 싸움 구경을 즐기는 듯 시쭉거리는 웃음이
그네들의 얼굴에 가끔씩 흘러가고 있었다.
황씨 아저씨조차 그저 혀를 차며 가게 안에서
지켜 볼 뿐 이었다.

"경자 언니! 장미 언니! 왜들 이러는거야!"

  앞 뒤 잴 것 없이 인혜는 바로 두 여자에게로 뛰어 들었다.
한데 엉켜 구르며, 드세게
머리칼을 움켜 쥔 손을 간신히 떼어 내고 우선 경자를 일으켜 몸으로 감싸며 뒤로 밀어
냈다.

"왜 싸우는거야? 언니들 힘이 남아 돌아서 한바탕 해 보는거야?"

  경자는 인혜를 보자 숨이 턱에 받친 채 입을 열었으나 흥분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방울이 너 마침 잘 왔어.
저......
저.....
개같은 년이 말이야......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아유! 분해! 저 망할 년.........."

  빵빵한 체격으로보나 한창인 나이로 보나 장미에게 딸리는 경자인지라 싸움에서는
밀리고 악으로 버티고 있던  참이라 인혜의 나섬은 큰 원군이 아닐 수 없었다.
장미는
살벌한 눈초리로 경자를 째려 볼 뿐 바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왜? 왜 그래? 장미 언니가 뭘 어쨋단 말이야?"

  맞 닿은 가슴을 통해 경자의 심장 고동이 퉁퉁거리며 전달 되었다.
이 정도로 흥분한
경자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 이었다.

"저...
찢어 죽일 년이......
말이야........
내가 잠시....
없는 틈에........"

  아르바이트로 몸을 파는 장미가 588에 출근하는 날은 보통 단골들과의 약속이 되어서
따로 눈에 띄게 손님 찾으러 나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도 장미의 단골이
하나도 찾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년만 해도 이 거리의 여왕처럼 군림하던 그녀가
체신 없게 거리로 나가 호객하기에는 조금 자존심도 팔리고하여 방 구석에서 시간이나
잡아 먹던 그녀에게 마침 경자를 찾아 온 단골 손님이 눈에 띄었다.

  하필 그 때 경자는 모처럼 짧은 손님을 하나 받고 있는 중이라 단골이 찾아 온 것을
몰랐고, 그 단골은 원래 경자를 찾아 온 것이지만 588에선 꽤 늙은 축에 속하는 경자와는
색이 동한다기보다 그저 오랜동안 이어왔던 정으로 만나는 것인데 덜컥 빵빵한 몸매와
빼어난 얼굴을 지닌 젊은 장미가 나서서 유혹을 하니 그냥 그녀가 이끄는대로 방으로
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냥 그대로 관계를 맺고 조용히 들키지 않고 사라졌음 아무 탈 없었겠지만 그러기엔
장미의 적이 너무 많았다.
장미야 원래 주위의 창녀들보다 용모가 우수했고, 악착같이
뛰어 588을 순전히 자기 힘만으로 벗어났기에 다른 티상들에게 부러움도 많이 샀지만, 
그만큼 주변의 사람들을 안하무인으로 내려보는 건방짐이 있어 욕을 먹던 터라, 평소
그녀를 고깝게 보던 곰티가 쪼르르 경자에게 달려가 단골 손님을 새치기 해간 것을 일러
버렸다.

  그렇지않아도 손님 구경이 힘든 경자로서는 몇 년 동안 변치 않고 그녀를 찾은 단골을
새치기 당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 밖에 없었다.
대뜸 달려 왔지만 차마 손님 앞에서
소란을 떨 수는 없어, 장미가 관계를 끝내고 손님 보낼 때 까지 기다렸다가 덥쳐 버렸다.
처음엔 네 년이 이럴 수 있냐하는 말 다툼으로 시작 되었는데, 이런 일이 늘 그렇듯이
점차 감정이 격해져서 머리 쥐어 뜯는 싸움으로 발전 된 것 이었다.
더우기 장미로서는
오늘 기다렸던 자신의 단골이 하나도 안 와서 기껏 큰 맘 먹고 출근 해서 하루를 공 때린
폭이 되어 기분이 꽤 불편하던 참에 경자가 욕으로 몰아 붙이자, 사과할 여지도 없이
주위의 다른 티상들이 주욱 지켜 보는 가운데 고스란히 싸가지 없는 년으로 되어버려
밸이 완전히 뒤틀려 종내에는 588 보지가 남자 가리냐, 먼저 찍는 것이 임자 아니냐는
식으로 꼿꼿이 말 대꾸를 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렇게 싸움은 터져 버렸고, 주변의 티상들은 재미있는 구경이 생긴지라 입으로만
말리며둘의 싸움을 즐겁게 바라 보았다.
심정으로는 같이 생활하는 경자를 응원했지만
싸움의 판도는 젊은 장미가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경자와 장미 둘에게 다 관련이
있는 돼지 엄마는 아예 이런 싸움에 끼어들어 귀찮은 일을 만들 생각이 없는지라 문을
닫아 걸고 모른 척 하고 있는 와중에 인혜가 돌아 온 것 이었다.

"이런....? 장미 언니가 잘못 했네......."

  경자의 말을 다 듣고 인혜는 장미에게 단호하게 말 하였다.
꼭 인혜 자신이 이 싸움을
해결하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경자도 장미도 인혜는 먼 사이가 아니어서 그냥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시키고 싶을 뿐이라 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서 장미가 경자에게
사과하고 꽃 값 받은 것을 돌려 주면 경자가 그 사과를 받고 어쨋든 장미가 몸을 판 것
이니 액수의 반 정도를 장미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하면 해결이 나는 일이라 생각 했다.
이런 식의 손님 새치기가 아주 없던 일은 아니라서 이렇게 화해 하는 것을 종종 보았던
때문 이었다.

  그런데 장미의 기분의 비틀림이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한창 죽네 사네 머리칼 쥐어
뜯으며 싸울 때는 몰랐지만 지금 가만히 분위기를 보니까 몽땅 다 경자의 편에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은 588과 거리를 조금 두고 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뼈를 굵혀 온 동네 아닌가? 십 여면 늘어서 있는 사람 가운데 자기 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무척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일이 그녀가 잘못
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모두 하나로 자기만 비난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인혜의 눈짓으로 먼저 사과하고 돈을 돌려 주라는 것은 알았지만 장미는 뻗대었다.
콧 날을 바짝 세우고 흘기는 표정으로 경자를 계속 노려 보았다.
까짓거 여기 다시 안
오면 될 것 아닌가라는 결심으로 이 악물고 세게 나갔다.

  장미가 사과를 해 오면 인혜는 적당히 경자를 달래서 풀어 줄텐데 외려 눈을 치 뜨고
표독스럽게 노려보니 인혜로서도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장미의 그 모습에 경자는
더욱 화가 치 솟아 죽일 년, 살릴 년, 욕을 퍼 부으며 말리는 인혜를 마구 밀쳐서 제대로
잡고 있기가 힘들 지경 이었다.

  결국 인혜의 소리도 커지고 말았다.

"경자 언니! 좀 가만히 있어 봐."

  빽 소리를 지르나 경자가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일단 경자를 제지시켜 놓고 인혜는
장미에게 또박 또박 말을 했다.

"언니가 잘못한 거 잖아?
그냥 사과하면 될텐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어!"

  혼자 몰리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받고 있던 장미는 인혜의 이 말에 화가 치 솟았다.
그래도 인혜만은 자신과 아주 가깝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이 상황을 끝나게 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인혜의 또랑또랑한 말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비난하는 투로만
들렸다.
가슴 속에서 서러움 같은 것이 북받쳤다.
많은 사람이 둘러서서 자신을 비난한다
생각하니 열불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장미는 소리를 질렀다.

"방울이 니 년은 니 일도 아닌데 왜 끼어들어?
씨이발~ 보지 찾아 오는 놈들이 뭐 첨부터 임자가 정해진거야?
그렇게 중요하면 첨부터 잘 간수 할 것이지,
내 보지 좋다구 덤벼서 팔은건데 왜 다들 지랄이야? 지랄이........
그래! 니들 맘대로 해 봐!
내가 여기 다신 안 오면 될 거 아냐?
여기 안오면 내가 못 살 줄 알아?
오죽이나 별 볼 일 없으면 단골이라는 놈이 한번 웃기만 했는데 대뜸 덤벼들까?"

  흥분한 탓이지만 장미의 말은 너무 심했다.
경자의 얼굴이 금새 타오르는 불처럼 뻘개
지더니 말리는 인혜를 확 밀치고 욕을 바락 내지르며 장미에게 덤벼 들었다.
인혜는 겨우
경자를 끌어 안아 멈추게 한 뒤, 두 팔을 허리 춤에 치키고 장미에게 바싹 다가갔다.

"언니.
지금 그렇게 싸가지없게 떠들어두 돼?
언니가 잘못한 일인데, 정말 똥 싸놓고 뭉갤거야?
씨발...........
방울이 완전히 열 받게 하네."

  평소에 누구에게나 사글사글하고 다정한 인혜가 눈을 부라리며 나서자 장미는 순간
찔끔 했다.
그러나 내 갈긴 서슬을 주워 담기엔 이미 자신의 자존심도 크게 걸려 버린 일
이었다.

"이 씨양~ 새카만 년이 요즘 좀 뜬다구 어디서 눈 알 부라리면서 덤벼?
방울이 이 년아! 넌 위 아래도 없어?
씨발 년.
싸가지 없는 것들이 같이 산다구 떼로 덤비는 거지?
좋아! 그래........
실컷 덤벼 봐.
내가 겁날 줄 알아."

"오호라~ 그래....
넌 참 위 아래 있다.
나랑 너 서열 따지는 것 보다, 경자 언니랑 너랑 차이가 훨씬 더 나는거 아냐?
씨발 년.
경자 언닌 황으로 알면서 나한텐 찾아 먹을라구 그래?"

  기어코 인혜도 터져 버리고 말았다.
인혜 자신은 왜 이렇게 막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나가면 종내에는 파국인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황소마냥 그냥 한 길로 흘러
버린 것이다.
마음 한 구석에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계속 경종처럼
울리고 있었으나 이상하게 분위기를 타버린 머리 속은 그런 이성적인 생각이 자리를
잡게 놓아 두질 않았다.

  모여 선 티상들이 인혜를 둘러 쌌다.
경자마저 욕설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인혜의 이런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것 이었다.
평소 잠잠하던 사람이 폭발할 땐 더 무서운 법이라
이 쯤에서 싸움을 멈추게 하여야 할 것 같아 다들 인혜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말리는 방식이 또 장미의 부아를 돋게 하였다.

"방울아.
그만 둬.
왜 네가 흥분하냐?
똥은 드러워서 피하는 거야.
참아라."

  곰티의 결정적인 이 말에 장미는 소리를 빽 질렀다.

"이 씨양 년들.
주댕이를 찢어 놓을라!!!
째진 아가리라구 마구 놀릴거야?"

  이렇게까지 겉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이쯤 되고보니
조용히 끝나긴 틀려 버렸다.
기세 등등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약자는
장미 였다.
다들 장미와는 반대 편에 서 있는지라 장미의 거친 욕에 전부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고, 그것은 결국 약자를 짓밟는다는 잔인한 쾌감을 이끌어 올려 장미에 대한 집단
린치의 형태로 금새 발전 되어 버릴 듯 했다.

  모두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장미에게 내리 꽂힐 때, 숨을 몇 번 몰아 쉰 인혜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
사태는 매우 심각했다.
더 생각 할 것 없이 인혜는 장미의 앞에 바싹
붙으며 욕을 퍼 부었다.

"꽃 값 다 꺼내 놓고, 당장 꺼져 버려!
안 그러면 넌 이제 다신 여기 못 오게 할거야."

  카랑하게 높은 인혜의 목 소리에 비해 장미를 쳐다 보는 얼굴은 그리 험하지 않았고,
남들 눈치 못 채게 한껏 부드러운 눈길을 주었건만 흥분해 있는 장미는 인혜의 생각을
조금도 못 알아채고 그저 자기가 그나마 마음을 터 놓고 사귀었던 방울이란 후배가 덤벼
든다는 것에 열 받아서 그냥 인혜를 확 밀쳐 버렸다.
인혜가 뒤로 벌렁 자빠지자 바로
옆에 있던 유선이와 곰티가 욕을 하며 장미를 잡아 끌었다.
장미의 비명이 터지며 한떼의
무리에 그녀는 파 묻혀 버렸다.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난 인혜는 다짜고짜 그 무리로 뛰어 들며 장미의 멱살을 움켜쥐고
일으킨 뒤 마구 욕을 해 대며 벽 쪽으로 밀어 일단 사람들의 손에서 떼어냈다.

"이 씨양년이......
그래두 같이 먹은 밥이 있어...
참아 줬더니.......
이 년아.
너 진짜 죽을래?"

  인혜의 서슬에 밀려 다른 여자들의 린치에서 장미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미의
손 길에 인혜의 머리칼이 붙잡혀 버렸고 내치는 다른 손길에 따귀도 두 어대 맞았으며
그 경황에 새로 산 그녀의 자랑스런 옷의 옆 단이 부욱 뜯어졌다.

"이 씨발 년들아! 대체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순간 벼락치는 호통 소리가 들려 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소리 난 쪽을 돌아 보자 당구
큐대를 치켜 든 세 명의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서 있었다.

"씹 팔아 먹구 사는 년들이 뭘 지들끼리 죽네 사네 싸우고 지랄이야?"

  왼 쪽 눈 아래로 비스듬히 칼 자욱이 나 있는 사내는 이 골목의 둥기 중에서 거의 대장
인 현철 이었다.
그는 청량리 역전을 중심으로 한 조직 폭력 집단인 봉림파에 속한 말단
보스 정도는 되는 주먹 이었다.
정통 건달은 아니므로 조폭에서 높은 위치에 오를 수는
없었지만 티상의 기둥 서방으로서는 대단한 관록을 지닌 자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장미가 여기서 꽃 망울을 맺고 화려하게 피던 그 모든 시절에 장미와 고락을 같이
했던 장미의 기둥 서방 이었다.
장미가 588의 화려한 꽃으로 독립을 이룬 것처럼 그도
이젠 똘만이 시절과는 달리 둥기들 중에선 확실한 경륜을 쌓은 삼십 초반의 인물 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큐대를 들고 서 있는 두 명은 인혜의 둥기인 종도와 또 다른 둥기인
칼치 였다.
누군가 싸움이 커질 듯 하자 당구장에서 밤 새 놀고 있는 그들을 데려 온 모양
이었다.
이미 싸움의 원인은 다 듣고 온 듯 현철은 큰 소리로 티상들을 윽박 질러 일단
싸움부터 멈추어 놓았다.

  장미로서는 참으로 난처하던 때인지라 현철의 등장은 구세주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현철은 그녀가 17 살 부터 5 년 동안이나 벌어 먹였던 둥기 였다.
지금의 인혜
처럼 하룻 밤에 대 여섯의 손님을 받던 장미의 수입은 상당히 큰 액수 였고, 그 수입의 20
프로가 꼬박 꼬박 현철에게 갔던 것이니 그 옛날 정으로 봐서 현철이 자기를 야박하게
대할 리가 없다고 믿었다.
그녀는 비로서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현철로서는 장미가 잘못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지금 시비가 붙은
경자나 인혜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가족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장미에
대한 옛 정을 생각 안 할 수 없었다.
어쨋건 자신에게 5 년동안 봉사해 준 장미 였다.
지금
둥기와 티상의 관계는 정리 되었지만 과거의 생각을 해보면 장미를 심하게 몰아 붙일 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장미를 돌려 보내고, 적당히 경자를 달래는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했다.
그는 장미에게 눈을 부라리며 짐짓 소리를 질렀다.

"이 쓰발 년.
조용히 둔이나 챙기고 갈 것이지 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어.
나중에 경자랑 조용히 해결하구 넌 일단 집으로 가 버려."

  장미의 눈꼬리가 조금 치켜 올라갔다.
더 역성을 들어 주지 않아 원망의 빛이 감도는 것
이었다.
그러나 그녀로서는 현재를 모면하기에 불만이 없는 방법인지라 현철에게 무언가
보이려는 듯 눈 빛만 보낼 뿐 묵묵히 서 있었다.그 눈 빛을 받은 현철은 자기 나름대로는
공평하게 한다고 헛기침을 하면서 경자에게도 욕을 퍼 부었다.

"이 망할 년들아.
그래도 전에 한 솥 밥 먹던 처지 아니냐?
똑같이 씹 팔아 살면서 뭘 그렇게 못 잡아 먹어서 아웅다웅이야?
장미한테 좀 잘 해주면 어디 덧나냐? 망할 년들........."

  그런데 이것이 누가 보아도 전혀 공평치않은 처사였다.
어쨋든 일의 잘못은 확실히
장미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라, 싸움의 원인을 전혀 무시하고 당장 눈 앞의 앞가림만 하는
것은 더 큰 불씨를 지피는 것 이었다.
당장 경자의 눈꼬리가 홱 돌아가며 무엇인가 말하
려는 듯 붕어 새끼처럼 입만 뻐끔거리다 제 분에 겨워 씩씩거리며 숨만 몰아 쉬었고 둘러
선 모든 티상 들의 표정에 불만이 하나 가득 차기 시작했다.

"현철 오빠.
그렇게하면 안 되죠."

  당장 들고 일어선 것은 의외로 싸움을 말리려 했던 인혜였다.
장미의 손길에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뺨을 맞은 탓에 붉게 상기된 얼굴의 인혜는 눈물마저 글썽거리고 있었다.

눈물의 원인은 다름이 아니라 옆 솔기가 터진 새로 산 옷 때문 이었다.
손으로는 찢어진
솔기를 계속 매만지며 인혜는 확실하게 말했다.

"장미 언니가 잘못 한 거니까 확실히 사과하고 가야 돼요.
오빠가 장미 언니를 감싼다구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당돌한 인혜의 말에 이번엔 현철의 얼굴이 벌개졌다.
내심을 들켰기 때문에 모두의 앞
에서 쪽이 팔려 버린 것이다.
거기에 장미가 불을 질러 버렸다.

"참 잘 빠졌다.
언제부터 방울이 네 년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됐냐?
진짜 위 아래가 없구만....."

  현철이 벌개진 얼굴로 소리를 빽 질렀다.

"이 씨발! 내 말에 토 다는 년이 누구야?
장미 이 년아! 넌 떠들지 말고 빨리 꺼져 버려!"

  장미는 콧대를 세우며 백을 가지러 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나 인혜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정말 사과 안 하고 가면 언니는 오늘로 끝이야.
씨발~ 알아서 하라구."

  인혜의 눈에는 정말 범접하기 힘든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그 눈매에 장미는 찔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인혜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런 씨발 년.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위 아래 없이 놀아.
날 어떻게 보구 지랄 떠는거야? 방울이 너 한번 죽어 볼래?"

  자신의 권위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한 현철이 인혜의 뺨을 갈긴 것 이었다.
너무 매서운
손 속이어서 인혜는 뒤로 쓰러졌다.
머리 전체가 울리며 뺨에 뜨거운 불이라도 닿은 듯
화끈 거렸다.
입가를 훔치니 피가 배어 나왔다.
입술이 터진 듯 했다.
계속 현철이 씩씩
거리며 인혜에게 다가서 발길질을 하려 하는데 경자를 비롯한 티상들이 인혜를 둘러
감쌌고 칼치가 현철을 말렸다.
종도가 쩔쩔매며 인혜를 부축해 일으켰다.
아프기도 하고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인혜의 눈에 고인 눈물이 주륵 흘러 내렸다.

"아유.
형.
참아요.
야 종도야 임마! 인순아! 방울이 데구 얼른 들어가라."

"이 씨발 년들이 좋다 좋다 하니까 마구 기어 올라!
전부 한 번 죽어 볼테야?"

  이 정도에서 끝내려고 말리는 칼치의 동작에 적당히 응하면서 현철은 소리만 드높였다.
집에 들어가려던 장미는 우뚝하고 멈추어서 인혜가 피 묻은 입술을 훔치며 우는 것을
지켜 보았다.
이상하게 지금까지와의 격한 감정과는 달리 인혜의 모습이 너무 불쌍했다.

  종도가 인혜를 부축하고 끌었으나 인혜는 꼼짝도 안하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뚝 뚝
떨어트릴 뿐 이었다.
이 순간 모두 기분이 엿 같아져 버렸다.
인혜의 흐느끼는 모습은
그들에게 생각하기 싫은 것들을 떠 오르게 하는 악몽과 유사한 것 이었다.
밑 바닥으로
굴러 가는 모두의 생활이지만 그래두 조금 남아 있는 한 조각 여린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인혜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황씨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게 문을 열고
나왔고, 현철 조차도 괜히 손찌검을 했구나 싶어 속이 상당히 불편했다.

  종도는 다시 한번 인혜를 끌었으나 순간 인혜가 고개를 번쩍 쳐 들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에게 욕을 퍼 부었다.

"야! 이 종도 개 새끼야!
넌 명색이 내 둥기라구 거머리처럼 맨날 피만 빨아 먹구......
이 씨발 놈아!
니 계집이 이렇게 억울해 죽겠는데...........
뒷 구석에 찌그러져 있냐?
이 새끼야! 도대체 왜 사니! 왜 살아!!!!
아유!!!! 분해서..........
분해서 죽겠어..........
엉엉.............."

  종도의 얼굴이 완전히 똥 빛이 되었다.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가슴을 마구 때리면서 인혜는 정말 서러워서 울었다.
지금 일에 대해 그녀는 정말 좋은
마음으로 할만큼 했다.
그리고 앞으로 경자와 장미의 감정의 앙금을 남기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행동했건만 현철이나 장미나 모두 그녀를 너무 속 상하게 하였다.

  그 때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인혜의 주먹 질을 받으면서 그냥 뒤로 물러 서던 종도가
벌겋다 못해 검은 빛이 감도는 얼굴을 불쑥 쳐 들고 현철에게 말했다.

"형! 이거 너무 한거 아니우? 형이 똑바로 해결을 해 주어야지.
나두 명색이 방울이 끼고 사는 둥긴데.....
이렇게 내 쪽을 나가게 하면 난 방울이 앞에 서지도 못하게 하려는 거유?"

  대단한 용기를 내어 말하는 것이라 종도의 입술이 달삭거리며 떨고 있었다.
현철은
종도의 이런 도전에 기가 막혔다.
자신이 지금 잘못 해결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 놓고 자신의 행동을 비평 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는 싸늘해진 표정으로 종도에게 다가섯다.
칼치가 종도를 막아
서며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미쳤냐? 얼른 형님께 사과해!"

"비켜! 이 새끼야." 

  현철의 발이 치켜 올라가자 옆구리를 맞은 칼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옆으로 굴렀다.
종도의 얼굴에 두려운 빛이 흘렀다.
현철은 주먹을 천천히 치켜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상시 같으면 종도는 뒤로 물러섰겠지만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인혜가 보고 있으므로 그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를 악물었다.

  명치에서 뜨거운 통증이 일면서 종도는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가슴을 후비는 예리한
통증으로 숨이 막혔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말은 다 해야만 했다.
바닥을 비비적거리며
그는 계속 입을 열었다.

"이 씨발! 형이.......
형이 똑바로 해야........
우리도 따라 갈 것 아니우..........................."

  여전히 냉정한 현철이지만 사태가 점점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으므로 정말
난처해졌다.
종도가 한 방에 제압도 안 될 뿐더러 자신을 쳐다보는 모두의 눈길이 정말로
부담 되었다.
쓰러진 종도를 몇 번 더 발로 짓 이겼지만 종도는 고통으로 뒹굴면서도 계속
꿍시렁거리면서 형 답게 행동하라고만 반복해서 떠들고 있었다.
현철로서는 지금이 588
에 들어 선 이래 가장 낯이 깎이는 순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칼치.
종도 새끼 데리구 방으로 와.
오늘 이 새끼 버릇을 완전히 고쳐 주마.
그리고 이 씨발! 니 년들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해결 해!
하지만 한번만 더 싸우면 모두 죽여 버릴거야!"

  결국 현철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들어 갔다.
시선이 부담이
되어 도저히 거기에 계속 서 있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비척거리며 일어선 종도를 부축
하고 칼치는 현철의 뒤를 따랐다.
인혜의 옆을 스쳐가며 종도가 억지로 웃음을 지었지만
인혜는 짐짓 모른 체 하였다.

  남자들의 다툼으로 일을 비화시켜 버린지라 남은 여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찢어진 옷 솔기를 매 만지는 인혜의 옆에 경자가 다가섰다.
하얗게 질린 채 문 앞에 서
있던 장미가 결국 처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경자 언니.
미안 해.
내가 잘못 했수."

  장미가 주섬 주섬 주머니에서 그녀가 받은 꽃값을 꺼내더니 잠시 쭈삣거리다 경자에게
건네 주었다.
경자는 눈을 흘겼다.

"이 년아.
니 씹 팔아서 번 거 잖아? 그걸 내가 왜 받아?"

  경자의 손에 쥐어 주고 장미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내 이제 다신 여기 안 올라우.
경자 언니.
그럼 됐지?
방울아.
미안하다.
왜 이렇게 됐는지 나두 잘 모르겠어.
네 옷은 내가 다 수선해 줄께.
씨발~ 자꾸 이상하게 일이 꼬여 가는거야.
첨에 사과 할라구 했는데.........."

  답답한 심정때문에 장미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안 오긴 왜 안 와? 언니 찾는 놈씨들이 아직두 을마나 많은데.........
좋아.
언니 안 오면 내가 그 놈들 다 새치기 해 버릴께 아예 이 참에 다 양도하라구."

  아직 감정이 덜 삭은지라 인혜는 퉁명스럽게 내 뱉었다.
경자가 허탈하게 웃으며 뒤를
이었다.

"에라이~ 아까 같아서는 찢어 죽이고 싶더구만.........
이렇게 엿같이 끝나네.........
이 년아! 나랑 싸우고 니 년이 이 바닥 완전히 뜨면 결국은 내가 쫓아 낸 꼴이 되는 거
잖아? 내가 그 욕을 왜 먹어?
씨발!  미운 년이지만 그래두 밥 같이 먹은게 몇 년인데......
에라이.......
이 돈 쳐 넣구 술이나 한 잔 사라.
방울아 그냥 술에 몽땅 날려 버리자."

  장미에게 감정의 앙금이 아주 많은 티상 몇을 제외하고, 모두 황씨 아저씨 가게로 몰려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의 죽네 사네 하던 싸움을 순식간에 다 날려 버린 작게는 19 살,
많게는 30 이 넘은 청량리 588의 분 냄새 물씬 풍기는 노는 계집들은 소주 한 잔에 눈물과
, 그네들의 젊음을 함께 섞어 마시며 끝없이 재잘거렸다.

---------------------------------------------------------

"진짜 심하다.
이제 돌아 오는거냐?
날 정말 호구로 보는거야?"

짜증을 내는 청년의 볼멘 소리에 인혜는 방긋 웃어 주었다.
취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술
기운이 올라 기분이 무척 좋은 상태였다.

"너무 하잖아.
요기 채우고 한 시간이면 돌아 온다더니........
내가 왠만하면 참으려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속일 수 있냐?"

  청년의 불평을 들으며 인혜는 훌훌 옷을 벗어 던졌다.
아까처럼 조심스럽게 개켜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되는대로 방 바닥에 내 던지며 순식간에 알 몸이 되었다.
아침에 되어
불 빛 아닌 자연광에서 보는 그녀의 알 몸은 자칭 타칭 588 제일이라고 하는 말처럼 군 살
하나 없는 미끈함과 탄력 자체였다.

"자기야.
나 되게 이쁘지 않아?
13 통에서 제일 이쁜 방울이가 바로 나라구........"

  몸을 배배 꼬며 엉덩이를 살랑거리고 애교가 뚝뚝 흐르는 모습으로 인혜는 청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똑바로 청년의 눈 앞에 섯다.
청년은 분은 덜 풀렸지만 방글거리면서
인혜가 다가오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 하고 눈 앞에 다가온 탐스런 여체를 허겁지겁 끌어
안았다.

  등을 어루만지던 청년의 손이 탄력 있는 엉덩이를 쓸어 안았다.
동시에 가슴을 베어 문
청년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뭐라 할 수 없는 충동에 빠진 인혜는 손으로 청년의 얼굴을
받친 뒤 고개를 숙여 청년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대었다.
입술만은 주지 않는다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청년이 의외란 듯 몸을 약간 떨었다.
인혜의 입술이 그를 먹어가고, 목타게
기다리던 그의 혀가 인혜를 마중 나왔다.

  본의 아니게 예정보다 훨씬 늦게 돌아 온 것을 사과하려고 인혜는 청년의 입술에서 시작
하여 아래로 애무를 이어 나갔다.
그녀의 혀가 닿는 곳마다 청년의 감각이 하나씩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헤헹~ 자기....
오늘 운 되게 좋은 줄 알라구........
술 먹구 무쟈게 기분이 좋아서 진짜 특별 서비스 해 주는 거야..........
단골 일년이 되두 안 해 주는 거라구........."

  깊은 입맡춤으로 청년의 몸을 굳세게 일으키며 사이 사이에 인혜의 코맹맹이 소리가
귀에 간지럽게 파고 들었다.
청년은 자신이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힘찬 포옹으로 인혜를 끌어 안고 침대에 눕혔다.
지금까지의 기다림으로 갈증난 욕구를
한번에 풀어 버리려고 그는 인혜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린 뒤 한껏 성난 강한 남성을 곧추
세우고 그녀의 성 안으로 깊이 파고 들었다.

---------------------------------------------------

"내 자주는 못 오지만 되는대로 니 보러 올끼라..........
그 때두 섭하지 않게 해 도고..............."

  낡은 단화를 그의 발치에 놓아 주며 인혜는 예의 그 미소로 답해 주었다.

"그치만 자기야.
나두 먹구 살아야 하니까 택도 없는 돈 갖구 와서 얼굴로 개기면서 떼 쓰면 안된다.
지킬 것은 서로 딱딱 지키자구....."

"내가 그렇게 치사한 놈 같냐?
걱정 마라.
그래두 명색이 이 골목 젤 예쁜이랑 연애하러 오는데 돈 모자라서
쪽 팔릴 바에야 안 오구 말지........
그런 걱정은 아예 딱 붙들어 매 두라."

  가방을 치켜 든 청년의 뒤를 쫓았다.
돼지 엄마의 안 방 문이 열리고 종도의 얼굴이 문
틈으로 빼꼼이 나왔다.
입술이 부르트고 눈탱이는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얼굴로도
왠지 전과 다르게 인혜를 보며 억지로 웃으려는 듯 애를 썼다.
인혜는 종도의 앞에 서서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병신아.
덤비랜다고 앞 뒤 안가리고 그냥 개기는 놈이 어디 있냐?
하여간...........
쯧!"

  종도는 겸연쩍은 듯 씩 웃었다.
청년이 정문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인혜는 급히 말했다.

"짜식아.
이따 오후에 방으로 와.
약이나 발라 줄께.......
으휴.....
병신.............."

  청년의 뒤를 급히 쫓는 인혜의 뒤로 종도의 말이 흩어졌다.

"아구...
그 때까지 아파서 어떻게 참냐? .........
어쨌든............. "

  문을 벗어나간 인헤에게 종도의 마지막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방울아.
앞으로는 너가 쪽 팔린 일은 절대로 안 당하게 해 줄께.......' 였다.

----------------------------------------------------------------

  우중충한 하늘 모양으로 보아 꼭 눈이 내릴 것 같은 아침 이었다.
청년을 보내고 인혜는
내친 김에 봉림 극장까지 걸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간이라 거리 전체가 분주함 이었다.
경자의 의심대로 우연같은 필연을 만들기 위해
인혜는 이 시간에 봉림 극장 앞에 자주 와야만 했다.

  대서소에서 문을 여는 준구가 보였다.
인혜는 모른 척하고 그 앞을 지나갔다.
그러므로
먼저 아는 체 한 것은 당연히 준구였다.

"인혜씨.....
어디 가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입금 할 것이 있어서 은행 가는 길 이에요."

  은행에 간다는 말로 그녀가 돈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준구에게 알려주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
준구의 웃는 모습에는 추호의 의심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예.
다녀 오세요.
아....
참! 잠깐만요.
인혜씨."

  준구는 절룩거리며 가게로 급히 들어가더니 포장지에 싼 조그만 물건을 들고 나왔다.
선물 이구나! 당장 알아 챈 인혜의 입이 헤 벌어졌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지라 그녀의
얼굴은 꾸러미를 보기만 하고도 기쁨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저 이거, 어제 집에 들어가다 산 싸구려에요.
인혜씨 보니까 항상 맨 손으로 다니는 것 같아서............
싸구려니까 너무 흉보지 마세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로 선물을 주면서도 어려워 하는 준구였다.
그냥 기쁜 마음에 덥석
받았다가 너무 경박한 듯 해 아차하는 기분이 들어 선물을 받은 채로 인혜는 굳어 버렸다.
그래서 한 템포 늦게 답례의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
이런 선물을 다 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

  어떻게 갚아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하였다.
낯이 너무 간지러워서였다.

"그럼 어서 볼 일 보세요.
저두 이제 일 준비 해야 겠습니다."

"예.
다음에 또 뵐께요."

  대서소로 준구가 완전히 들어간 뒤에 인혜는 역전으로 갔다.
은행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으니 역 뒤의 샛 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 가야만 했다.
아침 바람은 여전히 차가왔지만
가슴에 꼭 끌어 안은 선물 꾸러미 때문에 인혜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준구에게 카드를 한 장 건네려 했지만 지금 받은 선물로 그녀도 답레를
해야 할 구실이 당당하게 생겨 버렸다.
일단은 이 기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 가서 한
잠 푹 자고 일어 난 뒤 경자 언니랑 같이 준구 선물을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면 눈이라도 와서 거리가 하얗게 덮여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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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가된 내아내 혜원이(8)
남자든 여자든 성향이 만들어지기까지 힘들지만, 이미 만들어진 이상 숨기거나, 감출수 없음을 걸레가 된 내아내 혜원이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고처음 이 생활에 발을 드려놓았을때만해도 나와 혜원이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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