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기정무협소설[백상] 소림화상 - 3편 (3/5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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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기정무협소설[백상] 소림화상 - 3편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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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비록 아는체 하지만 어찌 나의 이런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는 처지를 이해 할 수가 있겠는가?) 황종의는 이어 소년의 처지에 대해서도 말해주려고 하려다가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문득 소년이 그를 향해 입을 여는 것이었다.
[그럼 선생께서는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하십시오.] 아마그는 황종의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 했다.
황종의는 문득 이 말을 듣자 내심 생각했다.
(그렇다,그는 원래 그들이 목표로 하는 바가 아니고 또한 부상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살아날 무슨 방도가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황종의는 일시 가슴에 한줄기 훈훈한 느낌이 일었다.
비록 그가 이런 곳에서 허망하게도 죽어가야 하지만 만일 이 소년에 의해 백 팔신마의 일이 소림사에 전해진다면 자신은 사문의 은혜를 갚게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아주 명예롭게 강호인들에게 기억되게 될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죽더라도 이름만은 명예롭게 하고 싶다! 바로 이런 점이야말로 대부분의 강호인들이 바라는 바였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기 때문에,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 며 살아야하는 강호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과연 그가 소년에게 이 사실을 말해준다고 하더라도 이 일이 제대로 소림사에 전해질 수가 있을 것인가? 황종의는 그 점이 의문시 되었지만 일단 희미한 것일지라도 희망이 보이기 시 작하자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황종의는 애써 만면에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내 자네에게 다시 한가지 부탁을 하도록 하지.허나 이 일은 무림의 운명 에 관계되는 중대한 일이라,자네는 내 얘기를 듣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을 해서는 아니되네.오직 하남성 숭산에 있는 소림사로 찾아가서 이 얘기 를 전해야만 하네.] 황종의가 이어 마악 본론을 꺼내려고 하는데 문득 소년이 다소 웃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무림에 관한 얘기였군요? 그럼 저에게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 일단 중원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무림의 일이든 아니든 그게 무 슨 상관이 있겠는가? 황종의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는 듯 물어보려다가 일시 눈을 크게 떴다.
소년이 일시 몸을 돌리더니 빠른 속도로 모옥을 향해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러더니,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년은 양손에 뭔가 물건을 가득 들고 다시 돌아왔 다.
황종의가 의아해서 바라보니 그 물건들은 바로 두루마리 백지와 먹을 가득 묻 힌 한자루의 붓이었다.
소년은 그것들을 그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중대한 내용이라면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것이 아 니겠습니까?] 즉,자신은 무림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황종의는 그 말을 듣고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기실은 소년은 그가 말하기 어려워 하는 것을 생각하고 알아서 편지를 쓸수 있도록 빠르게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사실, 황종의가 편지를 쓰고 그것을 다시 소년이 소림사에 전달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어디에 있을까? 만일 소년이 황종의의 말을 모두 다 빠뜨리지 않고 전한다고해도 소림사의 사 람들 중 그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조차 의심스러운 것이다.
황종의는 소년의 이렇듯 주도면밀한 성의에 재삼 고마움을 느끼며 즉시 붓과 백지를 받아들고 즉석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죽음 목전에 둔 마당에서 은사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자 일순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이 대체 무슨 말부터 써야할지 알수가 없 었다.
다만 그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될 수 있으면 감정을 자제하고 간단 한 용건만을 적어내려가려고 마음먹고 붓을 놀렸다.
그는 먼저 그의 사부와 장문인,그리고 사백 사숙등의 안부를 물었고,이어 금 마옥의 일을 가능한 상세하게 적었다.
뒤이어 자신의 처지를 적었으며,앞으로 자신의 희망과 소림사의 무궁한 번영 을 바란다는 말도 썼다.
그리고 끝으로 이 편지를 가져가는 소년에 대해서 약간 적어놓은 다음에 그는 그것을 남은 백지로 잘 밀봉하여 소년에게 건네 주었다.
[이것을 소림사에 전달해 주면 되는 것일세.]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자,황종의는 다소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
[내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별로 보답한 것이 없군 그래.그래서 내 편 지속에 자네의 일에 대해 조금 적었으니,만일 어떤 원하는 바가 있다면 소림 사에서 어느 정도는 들어줄 것일세.] 황종의는 이미 아까 소년이 불경을 읽는 소리를 들었던터라,혹시 이 소년이 불 문에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헌데, 그러자 문득 소년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이것을 전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황종의는 내심 꺼리는 바라 있었던 터라 가볍게 흠칫하며 물었다.
[그게 뭔가?] 소년은 다소 미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선생께서는 지금 선생의 뒤를 쫓고 있는 사람들의 무공이 아주 뛰어나고 심성 이 악독하다고 말씀하셨는데,만일 그렇다면 저역시 그들의 손에 무사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 황종의는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비록 예상은 했지만 이 어린 소년이 이토록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자약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자연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그래도 소년의 어조에는 뭔가 다른 방도가 있음직한 느낌이 엿보였기때문에 또한 묻지않을수가 없었다.
황종의 본인으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그 그래,내가 자네를 어떻게 도우면 되겠는가?] 더듬는 그의 말을 들으며 소년은 잠시 미소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그는 곧장 대답했다.
[그것은 다소 복잡한 듯 해도 사실은 아주 간단합니다.선생께서 만일 도중에 어떤 사람과 만났었다면 그들은 그 사람들을 찾아서 모조리 제거하려고 할 것 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선생께서 알고 계신 비밀이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
이 소년은 문제의 핵심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이미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 었다.
백팔신마가 황종의를 추격하는 이유도 바로 비밀의 유지에 있는 것이며 ,다행 히도 황종의는 아직 도망치는 데만 바빠서 누구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아니 그것을 그저 다행이라고만 말해야 할까? 만일 여기에서 그와 소년이 모조리 죽게 된다면 황종의는 저승에서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어떤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황종의는 소년의 대답을 얼른 듣고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허나 나는 아직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없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일 세.] 헌데, 소년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선생께선 최소한 저를 만나셨으니 그들은 저를 찾아서 끝까지 제거 하려고할 것입니다.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저로 인해 비밀이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하지만 제가 만일 선생의 고의적인 손속에 의해 죽음을 당 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들은 더 이상 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게될 것 입니다.] 황종의는 그 말을 듣고 일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비단 백팔신마 뿐만 아니라 천하의 다시 없을 대악마라고 할지라도 일단 시체 가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분명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죽음을 당하면 그만인데 그 게 무슨 특별한 묘책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다만 헛된......] 황종의는 절로 의아해져서 대꾸했다.
헌데, 불과 말을 절반도 하지 않았는데 문득 그의 뇌리에는 한가지 기이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황종의는 급히 말을 끊고 눈을 휘둥그래 뜬채 다시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자네는 ......?] 그가 미처 말을 맺지도 못하고 소년을 바라보자,소년은 담담하게 웃는 듯 하 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저는 비록 선생의 살수를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소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허 나 그렇다고해서 그들은 그런 제가 선생에게 그런 비밀을 물려받았다고는 생각 하지 않을 것입니다.사람이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 기 때문이죠.] 황종의는 비로소 소년이 의도하고 있는 바를 확연하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즉, 소년의 의도는 인간의 근본심리의 허를 찌르자는 말이었다.
황종의가 다소 손속을 약하게하여 소년을 죽지만 않게 만든다면 백팔신마들은 소년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황종의와 연관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 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것은 병법에서 전하는 살기위해 오히려 죽음 속으로 뛰어든다는 이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은 완전한 방법일까? 황종의는참지 못하고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위험하지 않은가? 백팔신마는 능력이 탁월해서 결코 녹 녹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일세.] 허아, 소년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위험해도 무모하게 죽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게다가 일단은 다른 방법 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 황종의는 내심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으나, 소년의 말대로 더 이상의 다른 방법 은 최소한 그의 생각에는 없었고,그렇다면 소년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 었다.
황종의는 잠시 터질듯한 머리를 감싸쥐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더 이상의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만 깊은 탄식을 터뜨렸다.
[내가 자네에게 죄룰 짓는구만!] 소년은 이에 그저 담담하게 웃어보였다.
[이것은 단지 인연일 뿐입니다.선생께서 저를 찾으신 것도 인연이요, 제가 이 러한 환난을 당하는 것도 모두 인연의 소산이죠.] 황종의는 담담한 듯한 소년의 음성을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그럼 내가 그 금마옥의 일을 목격한 것도 역시 인연의 소산이었을까?) 황종의는 내심 매우 처연한 심사가 되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소년이 그를 향해 정색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선생께서 이곳에 숨으시고 그 은신처를 숨기기 위해 저를 죽이신다면 아무래 도 이곳 보다는 저의 집이 합당할 것입니다.그럼 저는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 을 테니 곧 저희집으로 오십시오.] 말을 끝내자, 소년은 편지봉투를 든채 곧장 모옥으로 걸어가 버렸다.
[......] 황종의는 그것을 바라보며 내심으로는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인연이라......) * * * 소년은 모옥으로 돌아온 다음 바삐 황종의가 준 편지를 은밀한 곳에 숨기고 그 가 살던 모옥을 한차례 돌아본 연후에 방문앞 마루에 걸터 앉아서 황종의를 기 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종의는 나타났다.
그는 마치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는데, 소년이 태연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 는 것을 보자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은가?] 그렇다.
비록 묘책을 쓴다고는 하나 이 방법은 성공하기가 어려워서 살아날 확률보다는 죽을 확률이 더욱 높은 것이다.
이에, 소년은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즉음은 누구에게도 닥치는 것이니,만일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어찌 구차하게 미련을 두겠습니까?] 황종의는 그 말을 듣자 소년처럼 생사에 초연하지 못한 자신을 내심 한탄했다.
이것을 보고 소년은 몸을 일으키며 황종의를 향해 재촉했다.
[아마 이제는 거의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
어서 주저말고 손을 쓰십시오.] [알겠네.] 황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신의 공력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헌데 그가 마악 손을 쓰려고 하자 문득 소년이 그를 향해 정색을 하고 다시 말하는 것이었다.
[한가지 명심하실 일은, 선생께서 저를 향해 추호도 사정을 두지 말아야 한다 는 것입니다.만일 선생께서 사정을 두신다면 쉽게 알게될 것이고,그렇게 된다 면 우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제가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모든 힘을 다하셔야 합니다.] 그렇다.
실로 소년의 상세는 죽음에 가까울수록 그들을 속이는데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거의 죽음을 앞둔 상처를 입었을 때 ,설령 그것으로 백팔신 마의 눈을 속일수가 있다고 해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까? 이것은 오직 실오라기와 희망에 목숨을 거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 선선히 목숨을 맡길수가 있다는 것은 실로 거대한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노릇인 것이다.
황종의는 따라서 재삼 그의 인간됨에 탄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소년은 비단 그 인품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용기와 지혜를 겸비하고 있다.
비록 겉모습이 이토록 추악하다고는 하나,참다운 인간은 외양을 따지지 않는 것이니 그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실로 이 소년은 어린 나이에도 이런 고통스 런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듯 훌륭한 심성을 갖추었으니 그야말로 보기드문 일 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문득 황종의는 아직 자신이 소년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급히 물었다.
[참,자네의 이름은 뭔가?이런 마당에 다른 것은 접어두더라도 이름까지 몰라서 야 말이 되겠는가?] 소년은 그 말에 잠시 말을 할 듯 주저하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저는......백리운입니다] [백리운?] 황종의는 강호에 백리라는 복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소년의 대답하는 느낌은 그보다는 뭔가 그 이름에 다른 의미가 있는것 같은 여운을 주는 것이었다.
소년은 대답을 하면서 흡사 시를 짓는듯한 망연한 표정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허나, 황종의는 미처 그러한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때문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음,좋은 이름이군! 그럼 내 이름을 밝히지,나는 성은 황씨요 이름은 종의인데 강호의 친구들은 나를 또한 만리추풍무영이라고 부르기도 하지.그리고,내가 강 호에서 주유하는동안 사귄 여섯명의 친구가 있는데,사람들은 우리를 가리켜 중 주칠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우리 일곱명은 원래 하늘에 맹세하고 맺어진 결의 형제들로,나는 그 가운데 맏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마 차후에 자네가 그들을 만나서 나의 일을 설명해 주면 그들은 자네의 일을 잘 보살펴 주리라고 생각하네.] [백상] 소림화상 제1권 제3장 제 3 장.
기사회생.
황종의의 이 말은 거의 유언이나 같은 것이었다.
[......] 소년 백리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를 보며,황종의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게는 원래 제법 예쁜 아내가 있었는데 이미 십년전에 먼저 훌쩍 떠나보내 고 말았지.지금은 단지 말만한 딸이 하나 있을 뿐인데,아! 자네 나이와도 비슷 하겠군? 내 기왕에 죽는 마당에 다른 것은 상관하지 않는데 그 딸아이 하나가 마음에 걸리는군.
그래서 말인데......] 황종의는 이어 품속을 뒤져서 작은 옥패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일견하기로도 귀한 청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모양이 기이해서 바라보니 의외에도 그것은 반쪽이 부러져 나간 것이었다.
백리운은 그 반쪽뿐인 옥패의 정교한 조각을 바라보며 만일 그것이 부러진 것 이 아니었다면 아주 아름다운 물건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황종의는 그것을 백리운에게 건네며 말을 잇는 것이었다.
[그것을 넣어 두었다가 내 딸아이를 만나게 되면 애비의 마지막 유품이라고 전해주게.그리고 아울러,내 이것을 돌려 주었으니 아비로서의 약속을 다한 것 이라고 말해주면 고맙겠네.이것은 천하에 오직 하나뿐인 약속이라고 ......그 렇게 그대로 전해주게!] [......] 백리운은 반쪽뿐인 옥패를 받아서 품속에 잘 갈무리하여 묵묵히 고개를 끄덕 였다.
그는 황종의가 이 옥패에 대해서 다소 기이할 정도로 집착을 하는 것을 보고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물어보 지는 않았다.
황종의는 이렇게 자신이 해야할 말을 마치자 다소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애써 웃으며 백리운을 향해 물었다.
[자네는 내게 더 할 말은 없는가?] 백리운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이어, 그는 서서히 황종의를 향해 등을 돌렸다.
이것은 황종의가 전면이 아닌 등뒤에서 암격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세심한 마무리 배려였다.
황종의는 끝까지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이지를 잃지않는 백리운 의 굳건한 심성에 놀라와하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그럼 행운을 비네!] 그말에, 문득 황종의에게 등을 보이고 선 백리운은 두 눈에 마치 안개와도 같은 뿌연 기운이 아스라하니 피어올랐다.
그것은 미세하지만 아픔의 기운이었다.
(행운이라......나에게도 그러한 것이 있었던가?) 순간, 쾅 하는 거대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굉렬한 음향과 함께, 백리운은 등짝으로 부터 어마어마한 충격이 불길처럼 영혼을 휩쓰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콰당, 백리운의 육신은 휴지조각처럼 허공을 날다가 맥없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의 두 눈은 굳게 감기고,입을 비롯한 안면의 일곱구멍에서는 검은 피가 줄 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죽은 것일까,아니면 그저 혼절한 것일까? 황종의는 방금전에 그 무영금강장의 한수에 자신의 남은 전력을 다했다.
그것은 백리운 본인의 요구도 있었거니와,자신도 그러지 않는다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기왕에 모험을 하려면 가장 모험답게 하라.
그것이야말로 삶의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황종의 자신도 순간 이 백리운이 정말로 죽은 것인지,아니면 다만 혼절한 것 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때문에 황종의는 즉시 이를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허나, 마악 그를 향해 발길을 옮기려다가 그는 문득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가 만일 죽지 않았다면 이는 다행한 일이다.허나 설령 죽었다고 해도 이를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죽었든 죽지 않았든,나는 그저 일말의 희망을 안 고 죽어가는 것이 보다 좋지 않겠는가?] 황종의는 문득 짧고 처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즉시 아까 백리운이 마련해 주었던 그 은신처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 다. * * * 황종의가 사라진지 불과 일각이나 흘렀을까? 그의 육감은 실로 귀신같이 맞아떨어졌다.
일순, 사방에서 마치 안개와 같은 으시시한 음산한 기운이 먹장구름처럼 삽시간에 몰려들더니,어느새 모옥의 주위에는 수십명의 흑의복면인들이 유령같이 나타 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그 나타나는 광경 만큼이나 으시시하고 공포스럽게 보였는데, 한결같이 그들의 두 눈에서는 여러 가지 색깔의 마기가 줄기줄기 내뿜어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뿜어나오는 마기는 얼마나 가공한 것인지, 일시 이 모옥 주변의 칠흑같은 어둠조차도 일시 주춤 물러가는 듯 했다.
바로 그들은 말할 것도 없이 백팔신마의 일부인 것이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즉시 사방으로 안개처럼 흩어져서 황종의의 종적을 찾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중 일부인 십여명만이 아직모옥의 앞마당에 남았는데,그들의 시선 은 한결같이 마당에 쓰러져 누워있는 백리운의 육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음산하기 이를데 없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형제들! 저 아이의 죽음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 시오?] 이때 백리운의 육신은 비단 호흡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장의 박동마저 움직임 을 멈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죽은 것이란 말인가? 그 흑의복면인의 질문에 다른 흑의복면인이 쇠가 부딪치는 듯한 거센 음성으 로 대꾸했다.
[그렇소! 저 녀석의 시체는 정말 이상하오!] 이 백팔신마의 무공은 놀라운 것인데 그중 두명이 벌써 백리운을 시체로 규정 하고 있었다.
다른 흑의복면인이 다시 그 말을 받았다.
[그래 그래, 그 황가녀석이 죽을 힘을 다해서 해치운 것이라면 여기에는 뭔가 냄새가 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지!] 처음의 흑의복면인이 조금전에 말한 그 흑의복면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냄새라면 어떠한 것을 말하는 것이요,형제여!] 질문을 받은 흑의복면인은 즉시 머리를 다소 수그렸다.
아마도 처음 입을 열었던 그 흑의복면인이야말로은연중에 이 모든 흑의복면 인들을 통솔하는 통솔자인 것 같았다.
그 흑의복면인은 다소 고개를 수그린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원래 그 황가녀석은 자칭 정파의 인물이기 때문에 아무일 없이 사람을 죽이 지 않는 편이오.따라서,그 녀석이 저 아이를 죽였다고 하는 것은 저 아이가 살 아있는 것이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불리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을 것이오.게 다가, 놈은 저 아이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남은 전력을 다 사용하였고 또한 뒤에서 암습을 하였으니,이는 그런 점을 뒷받침하는 셈이오.즉,놈은 지금 이 부근에 숨어있을 것이며,그런 사실을 입막음하기위해 저 아이를 죽인 것이오.] 이때, 다른 흑의복면인 하나가 즉시 그 말에 반박하고 나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그는 멍청이가 아닌 바에야 저 녀석을 죽인다는 것은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인데 일부러 그렇게할리가 있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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