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브래지어가 순식간에 뜯어져 나가고 있었다. 이럼 안돼요, 오빠, 오빠! 그 때였다. 그의 손길이 잠시 느슨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녀를 놓아준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반대쪽 뺨에 뜨거운 불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 구타와 함께, 숙은 정신을 잃었다. -아아... 안돼요... 석이 오빠... 제발... 그녀는 비몽사몽 간에 헛소리마저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악몽인지 아닌지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다만 시커먼 그림자 만이 어렴풋이 그녀의 몸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앗! 아악! 그 때였다. 기절했던 그녀를 깨어나게 한 것은, 그녀를 기덜 속으로 몰아넣은 것 과 마찬가지의 고통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 그것은 훨씬 아래쪽에서 일 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 고통은, 아까 따귀 맞은 것을 몽둥이에 비교한다면, 이번엔 분명 칼로 쑤시는 종류의 고통이었다. 숙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온몸을 버둥거리며 뒤척였다. 그 모든 상황을 느낀 것 은 그 때였다. 앞가슴은 이미 무언가 육중한 물건에 짓눌려져 있는 상태였고, 다 리 -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선뜻한 공기가 맨살에 닿고 있었다. 쉽게 말해 그녀 는, 이미 남김없이 거의 발가벗기워져 있는 것이다! 말도 안돼! 그럼, 그럼 이 아래쪽의 고통은 - 지금 막 굵은 막대기같은 무엇이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찢어지는 고통,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그녀 의 허전한 가랑이 사이 국부로 침입하고 있었다. -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최소한 소리없는 비명이었을 것이다. 안돼! 다음 상황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기억되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 숙의 몸 전체가 자기 위의 몸뚱아리를 밀어내고 있었다. 무언가가 들어서다 말고 황급히 그녀의 몸 속에서 빠져 나갔다. 두가지 액체가 그녀 몸 위에 흘렀다. 한 곳은 그녀의 사타구니, 그리고 다른 한 곳은 그녀의 하복부와 허벅지 사이에 걸쳐 길게. 나동그라진 그림자가 보였다. 그 그림자는 욱, 하는 소리와 함께 방바닥에 구토 를 시작했다. 숙은 서둘러 방을 빠져 나가야 했지만, 그 전에 필사적인 노력으로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기가 해야할 일을 완수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렸을 때엔, 아니 정지화면이 다시 연속화면으로 돌아왔을 때 - 숙은 민 박집의 화장실 안에 주저앉아 있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자기가 울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더러운 화장 실의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는 사실도 그녀의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찢어진 윗도리와, 핏자국 - 그녀의 증거 - 가 얼룩진 팬티만을 입고 있었 다. 청바지는 어느샌가 구겨진 채로 한손에 꼭 쥐어 들려 있었다. 그것이 도망쳐 나오기 전에 숙이 해야할 일을 완수한 셈이었다. 미끌거리는 액체가 하복부와 허벅지 사이에 튀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그녀의 몸에 묻어난 정액이었다. 아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 았다. 어차피 간밤의 일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 겪은 것이니까. 다시 멍한 기억의 끊김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돌아온 그녀의 기억은 돌아오는 열차 안이었다. 그녀의 뒷자리에서 수군거리는 대화가 들려왔다. -어머, 그래서? -그래서는 뭘... 대판 란이랑 그 석이란 사람이랑 싸운 거지 뭐. -그래서 그렇게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술을 퍼마신 거야? -그런가봐. 남자애들이 짐있던 방으로 업어다 놨는데, 아침에 보니까 장난이 아 니었대. 푸훗... 숙은 두 눈이 질끈 감겨졌다. 귀를 막고 싶었다. -근데 왜 웃어? -글쎄, 아침에 보니까, 혼자서 얼마나 난리를 쳤던지, 옷도 다 벗고 활개치고 자 더래...! -어멋, 왠 일이니, 호홋! 어찌어찌해서 숙은 옷을 입고 바깥으로 나왔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 아무도 그 녀에게 벌어진 사건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옷솔기가 뜯겨져 있던 것도, 심지어 는 그녀가 그 방에 있었다는 사실도. -그럼 왜 병원에 데리고 간 거야? 남자들 술 먹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아닌가봐... 방에다 오바이트 해놓구, 피도 흘렸더래... -피? 무슨 피...? -몰라, 뭐 하도 오바이트하니까 목구멍에서 나온 거겠지, 뭐...! 숙은 다시는 석을 보지 못했다. 그 날 밤이 되서야 응급실에서 나온 그는, 후배 들의 부축을 받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그 학기가 채 끝나지도 않아 영장을 내고 입대를 했다. 그리고 그가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숙 역시 다시는 그 OO대학과의 조인트 자리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