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각관계
Translated by bluewing
(7) 나랑 사귀어 줘
전세계가 회색이었다.
유이치가 아마노 츠카사에 차인 다음날…….
아키와 러브호텔에서 섹스를 한 다음날이기도 하지만.
눈을 뜬 유이치의 세계는 색이 없는, 문자 그대로 흑백의 세계였다.
뭐 심정적으로지만.
그런데도
(하야카하고 만나지 못했으면 완전히 새까맣게 됐을까?)
그렇게 생각하고서 유이치는 평소와 마찬가지의 시간에 등교했다.
교사 입구에서 멀리 있는 아키를 찾았지만 말을 걸지는 않았다.
아키도 유이치를 봤을테지만 새삼스럽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바라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 정도의 관계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자 바늘로 쿡쿡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다.
어제의 섹스는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의 상처를 핥아 준, 그저 그뿐인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할 수 있었다.
채인 그대로였다면 실연의 타격으로 등교를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아도, 바로 옆에 자기를 찬 사람이 있는 자기 자리로 가기란, 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느낄 것임이 틀림없다.
그것이…… 괴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뭐, 생각한 만큼은 아니다.
『그게~ 나 차여 버렸거든』 하고 커밍 아웃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하고 있다.
(조만간에 하야카와한테는 따로 인사를 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실내화로 바꿔 신고 있는데
「야마다군……」
갑작스럽게 뒤에서 누가 불렀다.
(이 목소리는)
어딘지 가라앉은 것 같지만, 애니메이션의 히로인처럼 인상에 남는 높고 청명한 목소리.
유이치의 뺨이 자연스럽게 긴장되면서 붉어졌고, 조심스럽게 되돌아 보았을 때에는 눈도 점이 되어 있었다.
「아마노……」
아이들로 웅성거리는 복도로 이어지는 입구 근처에, 『야마다 유이치 17세 차인 남자』 의 제작자, 아마노 츠카사가 서있었다.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유이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중학생,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 같은 신장.
풀면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흑발을 좌우로 땋아서 늘어뜨린 머리, 문학소녀풍의 짙은 녹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
하지만 그 안경 안쪽의 눈동자는 이쪽을 보지 않았다.
몸은 확실히 유이치를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다른 쪽, 대각선 아래로 향하고 있다.
딱히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찾는다거가, 그녀가 영능력자라서 『그곳에 원한을 품고서 죽은 악령이!』 같은 말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난처할 뿐이다.
뭐, 당연하다.
어제, 자신에게 고백했고 자기가 차버린 상대다. 『안녀~엉.
좋은 날씨야∼』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저…… 어젠」
(켁.
갑자기 어제의 화제인가)
할 수만 있으면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 괜찮아.
어제 일은.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내 조사가 부족했었어.
확실하게 말해 줘서 오히려 다행이야……」
「아냐.
야마다군」
「뭐, 이 다음부터는 힘들겠지만, 서로 『노력해서 친구로 지내자』는 걸로……」
「저기, 부탁이니까」
「일본의 경제라거나 소자녀화 문제 같은 산적한 문제들을……」
「이야길 좀 들어」
「적극적으로 검토한 다음……」
「저기」
「심기체, 질실강건……」
「차암, 정말!」
내버려두면 영원히 반복될걸로 생각되는 유이치의 헛소리 - 부끄럼 감추기용 - 를 츠카사의 큰소리가 멈추었다.
「네∼?」
한숨으로도 심호흡으로도 보이는 숨을 잔뜩 토해내고, 츠카사는 조용한 웃음을 띄었다.
「여전히 재밌어.
야마다군은」
「난 딱히 재밌게 할 생각은 아닌데……」
「거기가 야마다군의 대단한 점이야.
자연스럽게 주변에 웃음을 줘.
내가 그런 걸」
「사람을 천연 개그맨 같이 말하지 말아 줘」
탁 하고 대화가 중단되었다.
이거 안 좋은데~ 라는 분위기가 둘의 사이에 가득하다.
(뭘까? 무슨 말을 하려는거지? 더이상 따라다니지 마! 식의 말을 들으……)
세계는 먹물의 바다다.
마음을 결정한 것처럼 츠카사는 얼굴을 올려 유이치와 시선을 맞추었다.
「저…… 어제의 이야기 말인데」
유이치의 엔들리스 레코더가 다시 기동할 것 같았지만, 그것을 헤아렸는지 츠카사가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역시, 나 OK 하려고 해.
아직 늦지 않았으면」
「에?」
방금전부터 (정확하게는 어제 저녁 쯤부터) 유이치의 눈은 점이 되어 있을 뿐이다.
(에? 에? 에? OK? 목장의 결투? 캐쉬백? SK? 오크?)
「그……」
경직된 유이치에 츠카사가 주문을 외서 석화 마법은 해제되었다.
「에……그게, 그러니까, 즉」
「야마다군, 나랑 사귀어 줘」
화아악.
아~아~아~아~.
회색의 교사 입구가 순식간으로 햇빛이 흘러넘치는 꽃밭으로 바뀌고, 성가대의 가스펠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세계는 또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자, 잠깐만.
어제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일 말인데……」
모처럼 들어올렸던 츠카사의 얼굴이 다시 어둡게 변하며 숙여졌다.
「자세하게 이야기할 테니까, 점심시간에 체육관 뒤로 나와줘.
여기……」
그렇게만 말하고, 츠카사는 톡톡거리는 특유의 발소리를 내면서 도망치듯이 복도를 달려 가 버렸다.
덧글.
정삼각관계.
모두가 예상하시는 그런 어설픈 삼각관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