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점점 지나고,테이블위에는 추가로 시킨 술병이 늘어만 갔다.처음에 은하가 부킹에 끌려오면 어쩌나 고민 했던 준후도 이제는 한결 마음을 놓을수 있었다.부킹들어온 여자를 구슬리는데에 계속 실패한 성수와 정현은 그 냥 맘편하게 스테이지에서 노는 것을 택했는지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웨이터역시 몇번 들어와 보고는 다시는 여 자들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준후는 계속해서 윤경과 이야기를 했다.그녀역시 준후가 꽤나 마음에 드는지,아까부터 계속 준후와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윤경은 술을 꽤 잘먹는 체질인듯 계속해서 잔을 비웠고,반대로 준후는 그저 건배만 해주고는 많이 마시지 않았다.
"너 여자친구는 없어?"
"응.없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없냐?"
"그러는 댁은?"
"난 눈이 높아서 그래."
둘은 제법 농담을 나눌 정도로 금새 친해졌다.준후는 왠지 요새들어 지루했던 삶이 바뀌고 있다는 착각마져 들 어왔다.물론 그 전환점은 기주가 오피스텔로 데려간 후겠지만,더욱 정확히 말하면 준후가 처음으로 여자경험을 한 시기라고 할수 있었다.
"왜 이런 재밌는걸 몰랐지?"
그는 즐거웠다.여자라는 생물이 이렇게 흥미로운 것일 줄은 정말 상상조차 못했었다.윤경은 술이 꽤 들어갔는지 계속 베시시 웃기도 하고, 은근슬쩍 준후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근데 친구하고 떨어졌는데 괜찮은거야?"
"뭐야...나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 말이 어찌 그렇게 연결돼?그냥 단 둘이 왔다길래."
"말했잖아.그 아이도 신나게 부킹중일 거라고.은근 그런거 좋아하거든."
"그래?"
준후는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의외로 은하가 그런것들을 좋아한다는 말에 살짝 놀라고 있었다.평소에 있는 도도 한 척은 다 하더니,낮선 남자와의 즉석만남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자,준후는 속으로 조소를 흘려버렸다.
"어.그 아이 이쁘게 생겨서 인기가 많아.근데 남자는 안사귀지."
"왜?눈이 높아?"
"그렇지도 않아.그냥 도도한척 하는걸지도 모르지.그렇게 밝히면서..."
"뭘 밝히는데?"
"얌전한척 하지마.나 알면서 무슨."
윤경은 고양이 처럼 눈을 흘겨보았다.준후는 오늘 여러모로 알게되는 은하의 새로운 점에 놀라울 따름이었다.물 론,윤경에게 그것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근데 밝히는건 어떻게 알아?아무리 친구라도 그런말은 안하지 않나?"
"여자들은 가끔해.나랑 은하...아,같이 온친구 이름이 은하거든?암튼 은하랑은 별로 친하진 않지만,그정도 이야 기는 가끔 하곤 하지."
"아하.난 남자들만 하는줄 알았는데."
"여자들도 해.사실 은하처럼 원나잇 좋아하는 여자도 드물걸."
"원나잇?"
준후는 고개를 갸웃해 보이다가 이내 아...하는 탄성을 질렀다.은하가 원나잇을 즐긴다라...가족들은 아마 상상 도 못할 것이다.직접 듣고 있는 준후마저도 거짓말인지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분명,미진은 그때의 긴장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불과 며칠전의 일이긴 하지만,그녀는 그 기억을 사장해 버 리고 싶지 않은것일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녀는 대놓고 유혹하는것이 아닌,이런 심리게임을 하는 것일지도.
준후는 그녀의 방을 지나쳐,주방으로 들어가 주전자에서 물을 따랐다.왠지 모르게 목이 더 마르다.일부러 그녀 의 방을 보지 않고 지나쳤지만,왠지 방안에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훤했다.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속옷만 입고 내려왔으니,번거로울 것도 없다.그리고 건너편에 보이는 은채와 은수,그리고 강회장의 방의 불은 이미 꺼져있었다.
그가 미진의 방까지 가는데는,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가까운 것도 있지만,일부러 성큼성큼 다가갔기 때문 이었다.그것은 미진에게 지금 갈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것과도 같았다.아마 그녀라면,그때의 단 한번의 기억으 로도 준후의 의도를 파악할 터였다.
끼이익.
이윽고 미진의 방문이 열렸다.오늘도 모니터만 켜져 있을 뿐이었고,그리고 오늘도 모니터 쪽만 바라보고 있었 지만,저번처럼 야한 영상이 틀어져 있지는 않았다.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의자에 앉아있던 미진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준후쪽으로 돌아보지는 않았다.
준후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어색하다고 해서 말을 꺼내면,왠지 모를 짜릿한 지금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을 것만 같다. 나이트에서 보았던 윤경보다도 나이도 많고,그녀보다 덜 미인일수도 있지만,절대로 미진은 "꿩 대 신 닭"격으로 준후를 잡아끄는것이 아니었다.특유의 성숙미와 노련함.그것이 10살 이상의 나이차를 뛰어넘고 있 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녀의 뒤로 다가간 준후는 뒤에서 미진을 끌어 안았다.자연스레 한손은 그녀의 원피스를 위로 올렸고,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물렀다.
"하아..."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음을 했다.준후는 문득 미진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다리고 있었나?이 여자..."
하지만 준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원피스를 허리까지 위로 올리니,그녀의 뽀얀 엉덩이가 훤히 보인다.
스걱...스걱...
준후의 손에 의해,그녀는 벌써부터 애액을 흘렸고 본이 아니게 애무를 하는 소리는 방안에 묘하게 울려 퍼졌다. 아직 은채가 잠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부담때문인지,아니면 그때와는 달리 강회장이 있다는 알수없는 압박 때문인지 미진은 그때와는 달리 신음을 참고 또 참았다.
"하아...하아..."
그녀는 마음껏 자신을 만지는 준후의 손길에,점점 더 호흡이 거칠어 졌다.자연스레 다리는 더더욱 벌어졌고,본 능적으로 뒤에 서있는 준후를 위해 엉덩이로 그의 팬티위를 살살 문질렀다.
준후역시 아까 윤경과 있을때의 아련한 흥분이 다시금 들어왔다.어쩌면 그 이상 흥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 다.그 증거로 미진의 가슴을 계속해서 거칠게 주무르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가슴감촉은 부드러웠다.볼륨이 워낙있어 촉감도 좋지만,왠지 빳빳해져 있는 젖꼭지의 감촉이 준후를 더 욱 설레게 만들었다.그는 한창때의 청춘이 아닌가.욕구란 것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욕구라는 샘은,처음 한번 물을 퍼낼때는 어렵지만,한번 퍼내면 절대 자제할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흑..."
미진의 외마디 흐느낌이 준후를 자극했다.그녀의 등을 살짝 밀자,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눈앞에 놓인 책 상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준후는 마치 속박처럼 느껴지는 하나뿐인 천조가리를 벗어버렸다.앞에는 원피스 자락 을 허리위까지 올린채로,자신의 입구를 훤히 들어내고 고개를 숙인 미진이 있을 뿐이었다. 더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준후는 거대하게 발기된 자지를 미진의 계곡사이로 밀어넣었다.
"흐응!"
그녀의 신음은 짧고 간절했다.준후는 그녀가 흘려대는 애액만으로도,얼마나 그녀가 흥분했는지 짐작할수 있었 다.물이 많으니 당연히 그녀의 몸은 부드럽다.마치 연체동물이 자신의 물건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것만 같은 착각에 준후는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린여자들 못지 않은 몸매야.."
준후는 적잖이 감탄을했다.물론 그는 많은 여자를 안아보지 못했지만,정아와 비교해도 미진은 손색이 없어 보였 다.어째서 이런 여자가 가정부나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아무래도 좋았다.어차피 준 후에게 있어서 나쁠것은 없으니.
"하아..하아..."
왠지 모르게,신음소리보다는 그녀의 호흡이 더더욱 흥분이 된다.준후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미진은 알아서 한 쪽 다리를 침대위에 올려 준후의 허리움직임이 용이하도록 도와주었다.마치 준후의 미숙함을 자신이 커버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다.덕분에 둘의 섹스는 상당히 리드미컬했다.
찰싹.찰싹.
고요한 집안.그것도 다른 식구가 셋이나 자고 있는 적막한 집안에서, 두명의 육체가 결합하는 소리는 기이하면 서도 아찔했다.준후역시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다는,스릴이 불러오는 쾌감이 앞선다.자신의 방이야 화장 실이 있고,안방을 쓰는 강회장도 그렇지만,그렇지 않은 은수나 은채는 밤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때에 거실로 나와야만 했다.그리고 거실로 나오게 되면 귀가 안들리지 않는 이상 미진의 방에서 들려오는 육체의 결합소리를 들을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것이 불러주는 묘한 긴장감은 준후,그리고 미진을 더욱더 흥분시켰다.
"하아!흐응!"
참을수 없었는지,미진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왔다.준후의 자지는 미진의 꽃잎을 해집듯이 들락날락 했고, 다리와 팔은 부들부들 떨려왔다.체위는 단 한번도 바꾸지 않았고,행위도중 준후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지만, 미진은 점점 절정으로 차오르는것이 느껴졌다.
"으응...하앙...아앙.."
준후는 직감적으로 곧 절정이 올것을 예감했다.저번에는 미진의 안에 잔뜩 싸기도 했었지만,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조금더 시각적으로 그것을 보는것이 즐거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앙...하아..."
준후는 사정 직전에 그녀의 안에서 꿈틀대던 자지를 꺼내었고,그와 동시에 정액이 미진의 매끄러운 등위로 흩뿌 려졌다.그녀는 그때처럼 또다시 허물어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원피스 자락에도 잔뜩 묻었지만 대수로울거 없 었다.어차피 세탁은 그녀의 몫이니까.
"후우...."
준후는 잔뜩 젖은채로,축 늘어진 자신의 물건을 바라보았다.동시에 허무함이 아닌 만족감이 밀려왔다.완벽하게, 아까의 욕구불만은 또다시 미진을 통해 해결이 된것이다.
"너무...오랜만이야...절정을 느껴보는거.."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미진의 입술이 열렸다.그녀는 그렇게 온몸이 젖은채로,준후를 올려다보며 살짝 웃고 있었다.
- "괜찮은거냐?너?"
아침은 찾아왔고,달콤했던 어젯밤과는 달리 강회장이 있는 무거운 분위기의 아침식사시간이 돌아왔다.
준후는 예상했던 상황이 오자 속으로 투덜거렸지만,그것을 절대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성적도 그렇고...경영대에 갈수있는거냐고 너."
그 앞에다가 대고 음악이 꿈이며,경영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말은 준후는 쉽사리 하지 못했다.전날밤에는 즐거웠지만,이렇게 아침이 되면 어쩔수 없이 강회장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올수밖에 없는것이다.
준후가 아무말을 하지 않으니,은채도,은수도 조용해져서는 준후의 눈치를 보았다.미진은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 라고 생각했는지,상을 차리고는 주방밖으로 자리를 피해주었다.
"저는...별로...경영에 관심이 없습니다."
"뭐?"
강회장의 동공이 커졌고,은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했다.막내딸로 강회장의 귀여움을 받고 자란 은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화가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정말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준후를 보니,은수는 괜시리 본인이 더 조마조마 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게 무슨소린지 말해봐라."
"아직...그쪽으로는 꿈을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강회장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은채는 조용히 은수에게 눈짓을 보냈고,은수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먼저 일어날게요."
은채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강회장을 뒤로하고,은수를 데리고는 총총히 주방을 나서버렸다.은채로써는 준후에 대한 배려 일지도 모르지만,그에게는 오히려 지원군이 없어지는 형상이 될 뿐이었다.
"넌...선택된 아이다.경영인이 되고 싶어도...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준후는 수긍하기 싫었다.어떻게 보면 자신은 강회장의 말대로 선택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어찌 보면 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 축에도 속했기 때문이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건가.."
강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준후는 "아들"이기 이전에 경영세습을 위한 "도구"로써 선택된 것이다.지금까지는 그를 관찰하기만 한 강회장이었지만,이젠 더이상 그것을 봐줄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회장에게 있어서도,준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 다는 대안을 할수 없었다.이미 늦었을뿐더러,준후를 내치고 다른 양자를 들인다는 것은 집안의 세 딸들에 대한 다분한 모욕이자 무시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자."
수저를 내린 강회장의 말에 준후는 밥알들을 뒤적거리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너를 고아원에 다시 돌려보내 버리겠다는 시시한 협박따윈 하지 않겠다.다만,경영대에 진학하지 않으면,지금보 다 두배로 너는 구속되는 생활을 하게 될거야.지금까지는 네 책임과 자유에 맡겼지만,애비도 더이상 계속 지켜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거다."
준후와 강회장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었다.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고,그것은 오히려 묘한 긴장감 마져 불러 일으켰다.구속하려는 자와,일탈하려는 자의 기싸움은 그렇게 한동안 계속되었다.
"인생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다."
무거운 긴장감속에 강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준후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얻는 것이 있으면,그것에 따라 포기해야 하거나 잃는것도 있다는 뜻이지."
준후는 강회장의 의도를 모를리가 없었다.고아를 데려다가 CEO 2세를 만들어 주었으니,그것에 대한 댓가를 치 르라는 의미였다.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지기 싫어하는 준후지만,지금은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그가 강회장에게 선 택되고,또 이곳으로 들어온 이상 자신은 약자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리고 그가 고아원 생활을 그리워 하지 않 는 이상은, 계속해서 약자의 입장을 유지하는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뜻도 되었다.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강회장의 미간이 꿈틀했다.이제까지 자신에게 조건따윌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그것도 자신과 준후처럼,절대적 우세의 입장에서 조건을 수용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왠지 준후의 눈빛이 마음에 든 강회장은 살짝 고개 를 끄덕였다.
"경영학과에 입학을 하면,제가 하고 싶은것을 하게 해주십시오."
"뭐?"
"물론 학업에 대한것은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겠습니다.성적이든,졸업이든.낙제하는 일은 없도록 할겁니다.다만, 대학 생활중에 제가 다른 공부를 개인적으로 하는것을 허락해 주세요."
강회장은 깊게 생각할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경영,메니지먼트를 준후는 우습게 보고 있는 듯했다.경제학은 물론, 기본적으로 어학을 필요로 하는것이 경영학이다.더불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된다는것은,그리 쉬운 일이 아 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공부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는것을 알고 있는 강 회장은 손쉽게 오케이했다.
"어떻게 된거야?"
대화를 마치고 강회장보다 먼저 주방을 나온 준후는,미진이며 은채,그리고 은수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별거 없어.그냥 결론은 공부 열심히해야지...그것뿐이지."
다행이라는 듯이 은채는 웃었고,준후는 그녀들을 지나쳐 계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적당히....욕구를 만족시켜 준다면."
준후역시 생각이 있었다.공부...까짓거 못할거 없었다.지금처럼 어쩌다 한번의 일탈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는 약간의 댓가를 치르고 보장받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언니언니! 이거 큰언니네 갖다주러 언제 갈거야?"
문득 은수의 쫑알거림이 들려오자,준후는 계단을 올라가려던 발걸음을 우뚝 하고 멈춰섰다.
은채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수 너는 오늘 시간안되니? 언니는 오늘 레포트때문에 바쁠거 같은데..."
"나두 약속있단 말이야..."
준후가 뒤를 돌아보니,은수가 말한 "이것"이라는 것은 미진과 은채가 만든 반찬들이었다.혼자 사느라 부실하게 먹을까봐,은채는 늘 이런 배려를 하곤 했다.물론 그것을 은하의 집까지 갖다주는것도 늘 은채의 몫이었다.
"내가 갈게."
"응?"
"에?"
준후의 한마디에 은채와 은수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은하와 준후.견원지간이라 불려도 전혀 이상스럽지 않은 사이가 아닌가.그런데 은하의 집에 준후가 직접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너...정말 괜찮아?"
늘상 무뚝뚝했던 준후는 피식 웃어보였다.그의 미소를 오랜만에 보는 은채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는 표정을 짓 고 있었다.
"내가 가지뭐.뭐 어려운 거라고.난 오늘 한가하니까 내가 갈게."
"으..응."
"와와!오빠최고!"
"옷입고 내려올게."
준후는 모두의 시선을 뒤로하고는 성큼성큼 층계를 올라갔다.불현듯,은하의 친구 윤경이 해줬던 말들이 떠올리니 미소가 나왔다.
"자자.큰누나와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러...어디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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