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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1부5장( -대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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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손목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후 두시를 약간 넘어서고 있었다.쇼윈도에 비친 자신의모습이 유독

오늘따라 머쓱해 보이는 지훈이었다.

 

'무슨일일까..먼저 보자고 하다니...데이튼가?'

 

낮에는 따뜻한 봄 날씨인지라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만 입고 나왔지만, 키가 큰 지훈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맵시있

는 모습이었다.미국에서 방탕하게 놀기만 한 지훈이었지만 오늘같은 진지한 성격의 데이트는 해본적이 없었다.
대부

분 연습실에 놀러온 아이들과 술을 먹고 뒹굴거나, 기껏해야 같이 패스트푸드점에 가는정도뿐이였기 때문이었다.

 

"지훈아!"

 

지훈이 뒤를 돌아보자 화사한 차림의 유진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계속되는 야근끝에 친해진 두사람은 단둘이

있을때에는 서로 반말을 하기로 합의된 상태였다.물론 연하인 지훈은 꼬박꼬박 누나라고 호칭을 붙였지만.

 

"뭐야..먼저 데이트 신청해놓고."

 

지훈은 일부로 삐진듯 투덜거렸지만 사실은 가슴이 조금씩 뛰고 있었다.하늘하늘한 얇은 치마, 그리고 파스텔톤의

가디건을 걸친 유진역시 옷맵시가 너무나 뛰어났다.그것은 그녀의 잘 발달된 신체 비율과 맞물려 평범한 옷차림임에

도 불구하고 꽤나 멋진 매치를 이루고 있었다.

 

"원래 여자는 늦는거야.푸힛."

 

"어디 갈꺼야?밥은 먹었어?"

 

"아니?아직.
좀 배고프다.넌...밥먹었니?"

 

"아..아니..나도..아직."

 

방금 밥을 먹고 나온 지훈이었지만 유진이 배고프단 말에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간만에 미선의 음식으로

포식한 지훈인지라 솔직히 어떤 음식도 생각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안먹었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는 유진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누나가 사주려고?"

 

"그럼.니가 무슨 돈이 있겠니.
직장 선배로써 이 누나가 사줘야지 않겠어?"

 

"난 아무거나 좋아.
먹고싶은거 먹어."

 

물론 유진이 지훈의 아버지가 대한호텔의 회장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훈은 미국에

있을때조차도 그런이야기를 아무에게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참동안의 메뉴고민의 시간끝에 두사람이 들어간 곳은 패밀리레스토랑 이었다.

 

"너 뭐 먹을거야?"

 

유진의 말에 지훈이 메뉴판을 쳐다봤지만 당최 알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유학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보니 한국의 외식문화같은 것들은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글쎄..난 한번도 이런데를 와본적이 없어서...누나가 알아서 시켜."

 

"음..그래?알았어."

 

한참 고민을 하더니 유진이 서버에게 몇가지를 지시했다.지훈은 주문을 하는 유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처음봤을때도,야근할때도 느낀거지만...이쁘구나.유진이 누난..'

 

확실히 유진에게는 세련된 미가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의 털털하고 직선적인 성격과 맞물려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

다.
역시나 이쁜여자는 성격이 직선적이던, 부끄러움이 많던 간에 모두 매력으로 다가오는 법인 모양이었다.아직 나

이어린 지훈은 그저 예쁜여자를 밝히는 탓에 그런 유진의 모든것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근데..갑자기 왜 불러낸거야 누나?"

 

"음...왜일거 같아?"

 

"글쎼...밥을 같이 먹으려고?"

 

유진은 지훈의 대화에 고개를 숙여 쿡쿡웃더니 이내 물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컵에 닿은 유진의 촉촉한 입술을 보

자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데이트 신청한 거야.바보."

 

"데..데이트?"

 

설마설마 하면서 반신반의했던 지훈은 유진의 말에 한순간 기분이 너무나 좋아지는게 느껴졌다.
이런식의 연애전 감

정은 지훈으로써는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사귀었던 윤지는 이런식으로 사귀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반해

어울려 놀다가 서로의 몸만을 탐닉하고 헤어진, 그야말로 어린시절의 불장난 같은 연애였었다. 

 

"왜?기분이 별로야?"

 

유진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정했다.

 

"아냐.그럴리가.나야 영광이지.출근전까지 시간도 있고 말이야."

 

"히히.그래도 호텔사람들 몰래 데이트라니 왠지 설레는데?"

 

둘은 호텔이 있는 명동에서 꽤 떨어진 번화가에서 만났기에,누구에게 발각될 염려는 없었다.하지만 유진의 입에서 

나온 데이트 라는 단어는 지훈의 기분을 순식간에 밝게 만들었다.

둘이 떠드는 사이 음식이 나왔고 천천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넌 여자친구랑 언제 헤어졌어?"

 

"으응?나?"

 

밥을 먹은 직후인지라 지훈은 먹지 않고 스푼으로 셀러드를 휘휘 젓고만 있었던 지훈이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

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유진의 눈은 궁금증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유학시절에.."

 

"오..그럼 얼마 안된거네?"

 

"한달정도 됐어."

 

"왜 헤어진거야?물으면 안되는거야?"

 

"아냐..다 지난일인걸 뭐.
미국최고 제약회사 아들하고 약혼했어."

 

"어머.."

 

"뭐,..괜찮아.가슴은 너무 아프지만 이젠 괜찮아."

 

"미안 괜한걸 물었나봐."

 

"아냐아냐.이젠 다 잊었어."

 

지훈은 정말 괜찮다는 듯 빙긋 웃어보였다.
미안해 하던 유진도 지훈이 밝게 웃자 안심한듯 조금씩 미소를 되찾아

가기시작했다.

 

"그럼..누나는?"

 

"응?뭐가?"

 

"남자친구 없다고 했잖아.
언제 헤어진거야?"

 

"음..."

 

유진은 포크를 입에 대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훈은 조용히 유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래 생각하는거 보니 꽤

오래전의 일인 모양이었다.

 

"딱 3년정도 됐네."

 

"후아...오래됐네.
왜 아무도 안사귀었어?"

 

"못사귄게 아닐까?풉."

 

"그럴리가.누나처럼 이쁜여자가."

 

"말만이라도 고맙다.하하"

 

유진은 털털하게 웃었지만 지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하다못해 호텔에서의 남직원수만 따져도 꽤 되기 때문에 지훈으

로써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근데 ...호텔내에서는?대쉬안받아 봤어?"

 

"우리...호텔?"

 

"응."

 

지훈은 질문을 해놓고는 되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유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왜..왜그래 누나?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동안 우울한 표정이었던 유진이 싱긋웃더니 다시 앞에 놓인 빵을 조금 떼어 입에 집어넣었다.

 

"아냐..아무것도.호텔에선...대쉬한 사람이 없었어."

 

"진짜? 나라면 벌써 대쉬했으..."

 

지훈은 말을 꺼내다 말고 황급히 입을 닫았다.자기도 모르게 프로포즈성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입을 가리고 유

진의 눈치를 보았지만 유진은 이미 다 들은듯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니 누나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지훈아."

 

"응?"

 

"밥 다먹고 술한잔 할래?"

 

'이래도 되는건가 이거...'

 

지훈은 유진과 건배를 하는 그 순간에도 한참을 망설였다.엄밀히 말하면 지금 술을 먹고 나면 음주근무나 다름없었

다.허나 야간당직은 그저 호텔을 지키는 역활뿐이었기에 괜찮다는 유진의 꾀임에 지훈은 홀딱 넘어가 버리고 말았

다.
아니,유진의 부탁이라 더욱 거절 못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맥주정도는 괜찮을거야.
팀장님도 오늘은 일찍 퇴근하니까 근무교대하러 가도 걸리지 않는다구."

 

"그...그래도.."

 

"자자..이 누나만 믿고 마시래두?"

 

원체 술을 잘 마시는 지훈인지라 취할 염려는 없었지만 신입인 탓에 모든것이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유진이 시원하

게 맥주를 들이키는 것을 보고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늘만 야근하면 다시 주간으로 넘어가네.
지훈이랑 야근 재밌었는데 아쉽다.그치?"

 

"하하..그렇네.그래도 주간에도 같이 일하는거니까 상관없지 않나?"

 

"바보.주간엔 바쁘잖아.얼굴도 보기 힘들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유진의 대답에 지훈의 가슴이 또 한번 두근거렸다.
얼굴도 보기 힘들다는 말에서 지훈은 뭔가

묘한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걸까?....유진누나를.'

 

유진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었다.하지만 지훈은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좋아질리 없

다고 스스로 계속 부정해오고 있었다.

 

'하지만...윤지는 처음만났을때부터 좋아했었는걸..'

 

지훈의 복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진은 지훈의 앞에서 게속 재잘재잘 말을 하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많이

본 사람은 아니지만 지훈은 그녀와 있을때 너무나 편안해 짐을 느끼고 있었다.

 

"근데..미국에서는 뭘 전공했었어?"

 

"응?아...경영학..."

 

"오우~멋있네?미래의 사장님인거야?"

 

"하하..사실 학교도 제대로 나간적 없어.
연습실에만 있었는걸."

 

"연습실?무슨?"

 

"아...사실 나 밴드활동을 했었어."

 

"정..말?"

 

"응..왜?"

 

유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시선을 한몸에 받는 지훈은 영문도 모르고 멀뚱히 유진을 바라보았다.

 

"포지션은?보컬?"

 

"아..응."

 

"우와아..."

 

유진은 완전히 지훈을 다시 봤다는 듯 신기해 했다.
무의식중에 던진 말이었지만 유진의 반응에 지훈의 기분도 덩달

아 좋아지고 있었다.

 

"왜그래 누나 부담스럽게..하하."

 

"진짜 멋있다.너?"

 

"뭐가?"

 

"노래 잘하는사람 너무 멋있어.지금 한번 불러줄수 있어?"

 

"지금???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불러.들리지도 않을거고 들리면 챙피하잖아."

 

"내옆에 앉아서 조용히 불러주면 되잖아.
나만들을수 있게...응?불러줄거지?응?지훈아아~~"

 

유진의 말에 지훈은 움찔했다.
기대에 찬 저 표정..결코 낯설지 않았다.
유학시절에 윤지가 자기를 위해 노래 불러

달라고 했을때의 표정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느낌의 설레임이 전달되어 왔다.

 

'이상해...어째서..가슴이 아프지 않은거지?'

 

윤지를 회상했는데도 예전같은 느낌이 없었다.
윤지의 사진을 볼떼,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을 상기했을때엔 항상 왼

쪽 가슴이 불로 지진듯 아팠다.
지훈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윤지라는 이름은 항상 상처만을 남기는 불화살일 뿐이었

다.
허나 지금은 전혀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유진을 바라보는 동안에 가슴은 오히려 더욱더 두근거리

고 있었다.

 

"알았어.불러줄게."

 

"정말?와아아~~"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유진을 보며 지훈은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았다.평일 저녁이라 붐비진 않았지만 호프집의 음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잡담소리가 어우러져 주변은 꽤 시끄러웠다.지훈은 약간은 뻘쭘해 하면서도 유진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아무거나 해?"

 

"음..감미로운 걸로.히히 기대된다."

 

야근할때 처럼 지훈과 유진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바로 옆으로 옮겨가자 지훈의 가슴이 또 살짝 두근거렸다.

지훈은 헛기침을 몇번하고는 또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한다."

 

"잘 들리게 귀에다가 대고 해."

 

유진은 친절하게도 귀로 머리카락을 걸어 올리고는 지훈쪽으로 살짝 내밀었다.
하얀 볼과 목선이 지훈을 아찔하게 

만들었지만 유진은 눈까지 감고는 지훈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지훈은 곧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다.

 

"Whenever I'm weary from the battles that rage in my head..You make sense of madness when my sanity hangs by a thread..I lose my way but still you seem to understand..
Now and forever..
I will be your man"

 

지훈이 선택한 노래는 남자가 사랑고백으로 많이 쓰는 now and forever라는 약간은 오래된 팝송이었다.
약간은 허스

키한 보이스의 지훈이었기에 이 프로포즈 송은 너무도 감미롭게 유진의 귓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여..여기까지만 하자.부끄럽다 하하."

 

지훈은 멋적은듯 웃으며 노래를 멈췄다.
눈을뜬 유진은 완전히 음악에 젖은듯 황홀한 표정이었다.게다가 호텔리어로

써 영어에 능통한 유진이었기에 가사의 내용역시 100퍼센트 전달되고 있었다.

유진과 지훈은 서로 얼굴을 마주친채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유진의 경우엔 지훈의 노래실력에 그리고 분위기

에 취해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훈역시 유진의 시선에 취해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설마..이 분위기는..'

 

자신도 모르게 유진쪽으로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유진의 눈망울이 약간은 커지나 싶더니 스르르 감겨왔다.지훈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훈의 시야에 촉촉하게 자신을 기다리는 유진의 입술이 보였다.
너무나 매혹

적인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지훈도 눈을 질끈 감았다.

 

쪼옥.

약간은 조심스런 소리가 나며 둘의 키스는 시작되었다.유진은 남자경험이 없지 않은 듯, 노련하게 지훈의 혀를 받아

주고 있었다.아니,오히려 지훈을 리드하고 있다고 봐도 옳았다.지훈은 바쁘게 유진의 입술을 빨아대며 키스에 심취

하기 시작했다.자연스레 지훈의 팔은 유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고개가 연신 교차되며 꽤 오랜시간동안 키스

가 이어졌다.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금 둘의 머릿속에 없었다.
게다가 유진은 허리에서 가슴으로 손이 올

라감에도 불구하고 전혀 제약없이 지훈을 받아들였다.

 

"해...버렸네."

 

한참뒤에 입술을 때자 민망한듯 유진이 속삭였다.
술냄새와 함께 묘하게 자신을 자극하는 유진의 향기에 지훈은 순

간 아찔해 짐이 느껴졌다.

 

"누나..나는.."

 

"괜찮아...지훈이 너라면..정말 괜찮아."

 

아까부터 생각하던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는 사실에 지훈은 용기가 났다.
유진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지도 모른다

는 지훈의 생각은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이런 정열적인 키스가 순간 분위기에 취해서 나올리가 없었다.

 

"사실....사실은 말이야."

 

"응?"

 

"누나를..좋아하는거 같아."

 

"..."

 

"아까 생각했어.왜 윤지 이야기를 해도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평소엔 생각하지 않기위해 별짓을 다하고,어쩌다 생

각나면 가슴이 너무아파서 견딜수가 없었어.
새로 만나는 그 애인놈하고는 무슨짓을 할까.
그런생각할때마다...너무

힘들었어.근데 아까 말하는 동안은 가슴아프지 않았어.
누나가 그 애를 잊게 해줄만큼 좋은거 같아."

 

"지훈아."

 

유진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백을 해놓고 유진을바라보던 지훈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

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와줄게.
그애를 잊을수 있도록.
좋은 여자친구 되어줄게."

 

유진의 대답에 지훈은 입이 귀에 걸릴듯 싱긋 웃었다.
벅찬 기쁨이 차올랐다.
이렇게 빨리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치료해줄 누군가가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에 더욱 기쁨이 컸다.

 

호프집을 나온 둘은 천천히 전철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훈이 조심스레 유진의 손을 살짝 잡자 유진이 싱긋 웃

으며 지훈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아니,한술 더떠서 유진이 지훈의 옆에 바싹 붙어 걸었다.

 

"모두에겐..비밀로 하자 지훈아."

 

"호..호텔에?"

 

"응.소문나서 좋을건 없어."

 

"왜?어째서? 난 이야기하고 다니고 싶은데."

 

"바보..너 회사생활 안해봤지?"

 

"으..응."

 

"회사란게 그런거야.위에서는 나쁘게 볼수 밖에 없는거고.당당한 경우보다는 몰래하는경우가 더 많은게 바로 사내

연애야."

 

"흠...알았어.그럼."

 

"으이구 말도 잘듣네."

 

유진은 싱긋웃으며 지훈을 꼬집었다.
갑작스런 연애의 시작이었지만 지훈은 너무나 즐거웠다.
게다가 사귄첫날부터

키스를 하다니...사실 지훈은 하늘위로 크게 점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아까는 왜 누나 표정이 어두웠을까."

 

호텔내에서 고백받은 경험이 있냐고 물었을때 순간 어두워졌던 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그 모습을 또 보기 싫었기에

지훈은 궁금함을 꾹 참아내고는 질문하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서 신나게 재잘대는 유진의 모습에 지훈의 의아함은

곧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뭐....설마 대단한거겠어? 이렇게 귀엽고 성격좋고 이쁜 여자인데...'

 

 

 

 

 

"룰룰루루..."

 

지훈의 입에서는 연신 콧노래가 흥얼거렸다.
복도와 객실을 체크하느라 벌써 여러번 같은 장소를 왕복해서 걸었지만

하나도 힘이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하고 있는 야근이 데이트 같이 느껴지기 까지 했다.

 

'빨리하고 가야하는데.'

 

아직 체크리스트 항목이 꽤 남아 있었기에 지훈의 발길이 바빠졌다.
빨리가서 유진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

 

'이제 저 끝 객실만 파악하면...'

 

아무도 묵지 않는 객실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체크해둬야하는 항목이었다.대충했다치고 가도 되지만 체크리스트 항목

이 워낙 정교했기에 모두 눈으로 확인하고 작성해야 하는 것들 뿐이었다.물론 노련한 호텔리어들은 다 돌지 않지만

초짜 신입인 지훈에게 그런 요령이 몸에 베어있을리 만무했다.

 

"음..일단...객실안을 확인하고..."

 

"우왁!"

 

"으아아악!"

 

갑작스레 뒤에서 누가 확 잡아끌며 외치자 지훈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풉...킥킥킥.."

 

"이씨...뭐하는거야..."

 

물론 뒤에서 놀래킨 사람은 유진이었다.
유진말고는 지금 1층홀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서 쓰겠어?"

 

"이건 겁과 상관없다고..누가 안놀라겠어?"

 

정색하는 지훈이었지만 유진이 놀래킨것이 싫진 않았다.
그녀가 너무도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만 체크하고 가려던 참이었어."

 

"안에 들어가서 볼래? 너 객실본적있어?"

 

"아..아니.한번도."

 

"들어가봐."

 

사실 지훈은 객실에 들어간 적이 단한차례도 없었다.그도 그럴것이 보조업무를 맡은 사람들이 청소를 하기 때문이었

다.아무리 신입이지만 호텔리어가 그런 부분까지 다 하지는 않았다.

 

"우와..넓다."

 

객실체크를 위해 가지고 있는 야근직원용 카드를 꽃자 환하게 조명이 들어왔다.
2인용은 아닌듯 객실은 엄청나게 넓

었다.

 

"사실 1층에 객실은 잘 안묵어.
그래서 1층에 객실이 없는 호텔도 많지.
여긴 워크샵온 직원들이 주로 묵는 방이야.

특정시즌이 아니고는 거의 찰 일이 없어."

 

유진의 설명을 들은 지훈은 객실내에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최고급침대도 무려 세개나 놓인 넓은 공간이었다.

옆으로는 작은 바(bar)가 있어 간단하게 양주를 즐길수 있도록 되어있었다.스위트룸의 화려함 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성격이 강한 방이었다.

 

"으와아아 편하다."

 

지훈은 가운데에 있는 침대에 앉아 몸을 들썩여 보였다.
유진은 지훈의 그런모습이 귀여운듯 싱긋 웃더니 자신도 지

훈의 옆에 앉았다.

 

"호텔리어가 된다는거 참 힘든거구나.이렇게 낮과밤도 수시로 바뀌고..."

 

"그래도 나랑 있으니까 좋지?"

 

지훈의 중얼거림에 유진이 살짝 웃으며 팔짱을 꼈다.
둘만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에 지훈도 미소를 지으며 유

진을 바라보았다.

 

'키스..하고싶다..'

 

유진의 입술을 보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드는 생각이었다.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지훈을 보며 유진도 눈치를 챈

듯 살짝 눈을 감아주었다.

 

"음..."

 

유진의 입에서 나즈막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둘만 있고 너무도 조용한 아까와는 정반대의 공간이었다.지훈은 천

천히 허리를 감싸쥐며 유진의 부드러운 입술로 혀를 밀어넣었다.
유진도 천천히 지훈의 목을 끌어 안으며 키스를 음

미하기 시작했다.
지훈의 손이 유진의 유니폼 브라우스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으음.."

 

유진역시 지훈을 거부하지 않았다.손이 유진의 부드러운 가슴위에 닿자 지훈은 참을수 없는 부드러움에 엄청나게 흥

분하고 있었다.조금씩 지훈의 바지부분이 불룩해 지고 있었다.

 

'너무 부드럽다...좋아..이대로...'

 

오늘부터 시작한거 치곤 너무빠른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1분1초가 지날수록 더욱더 빠져드는 유진의

매력에 지훈은 어느순간부터 반은 미쳐있는거나 다름없었다.

 

딸칵.

 

유진의 브라우스 단추가 벗겨지는소리가 조용한 방안이라 그런지 더욱더 크게 들렸다.입술끼리 비벼대는 마찰음과

깊은 숨소리만이 객실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이쁘다..'

 

브라위에 감춰진 유진의 가슴은 너무나 하얗고 아름다웠다.지훈은 키스를 계속하며 유진의 몸을 뒤로 눕히고는 가슴

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아앙..."

 

유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지훈은 그 소리를 듣고는 더욱 참을수 없는 쾌감에 젖어 유진의 가슴뒤로 손을 둘

렀다.

 

"자...잠깐만.."

 

유진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와 동시에 브라후크를 끌어 내리려는 지훈의 팔을 제지하듯 잡아챘다.

 

"아...미안..."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사과를 하고 말았다.유진의 표정은 내숭이나 튕기는 것이 아니었다.진심으로 지금 끝까지 가

길 원하지 않는 간절한 눈빛에 지훈은 얼굴이 빨개지는것이 느껴졌다.

 

"우리..조금만 참자...이제 막 시작했는데..이러면 우리 좋아하는 감정도 오래 못갈지 모르잖아..응?"

 

유진은 지훈을 타일르듯 조용히 말하며 지훈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내 브라우스 단추를 여미기 시작했다.

 

"알았어.내가 너무 흥분했었나봐.미안해 누나."

 

유진은 괜찮다는 듯 이내 싱긋 웃어보였다. 

 

"자자...얼른 프론트가서 쉬자.객실체크는 끝났으니까.알았지?"

 

"응."

 

지훈도 밝게 웃고는 먼저 나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누나가 너무 좋아졌어....어제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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