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정치적 파편화의 시대(그들은 악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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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도, 김정은이나 북한 지지도 하지 않지만
전라도 출신,
진보신당, 민주당, 조국혁신당으로 이어지는 지지정당,
꾸준한 진보계열 투표를 하는
누군가에게는 빨갱이로 불리는 정치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큐 pd로써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거의 그 누구보다
많이 만나 깊은 속 이야기까지 듣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요즘 사람들의 정치 파편화에 대해 살짝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미시적이고 개인적 경험과 판단에 치중되어있어 그 가치판단이 미흡한 점에 대해서 미리 사과드립니다
우선 제 직업이 어째서 정치적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지 그 근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다큐 쪽을 하는 방송쟁이라는 직업은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듣는데 최적화되어있는 직업입니다
상담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그 일에 관계된 분들만 만날테고, 아니면 택배나 식당 등의 많은 사람을 만나시는 분들은 가벼운 주제만을,
종교인분들은 특정 종교를 가진 분들만 만나겠지만
다큐 피디는 정말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 때문에 사실 좀 딥한 부분까지 파악을 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능이나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다른 피디분들과도 다른 직업적 특징이죠
또한 보통 최소 인원, 혼자 아니면 끽해야 한 명 더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만나는 분들이 부담을 덜 느끼기도 합니다
장비와 환경의 차이도 크죠 유퀴즈의 세트장에서 연예인과 스텝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와 본인에게 익숙한 집 또는 사무실 등에서 피디와 일대일로 만나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며칠 씩 이야기를 나눌 때
그 두 상황 중 어디에서 더 진짜 본인의 이야기가 나올 확률이 높을지는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기자가 아니다보니 일단 만나는 분들이 부담감을 덜 느끼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분들은 일단 기자라고 하면 뭐 잘못 나갈까 경계하시는 버릇이 있어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을 마치 신념처럼 말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제가 친해지는 기술이 늘어서인가 생각도 해봤는데 그보다는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이 옳다고 확신을 가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봅니다
이게 소위 확증 편향과 프레이밍 이론 때문인 거 같은데 이건 신방과에서 배우는 전문적인 이야기니까 넘어가고
결국은 미디어의 다변화로 인한 지지근거 기반의 확장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각 지지성향 별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 지지자들을 못배운 사람, 독재 추종자 쯤으로 생각하고 보수쪽 사람들은 민주 지지자들을 친중 매국노, 빨갱이 쯤으로 생각하며
최근 만나게 된 이준석 지지자 분들은 타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깨우치지 못한 사람 정도로 보더라고요
그런데 과거에 비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근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미디어가 다변화를 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정치 성향이 ‘정의’이고 반대편은 최소한 못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정치의 신념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게 정치적 성향이 신념의 영역으로 갔다고 보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타인에게 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행위는 사실 매우 꺼려지는 행동이거든요 이건 전세계 어딜 가나 동일합니다 유럽을 가든 미국을 가든 아프리카를 가든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타인에게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아요 괜히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생각에 대해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합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말하는게 꺼려진다는 건 반대로 해당 행위를 했을 때 금기를 범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보통 정치적 표현은 동일성을 가진 집단 속에서 하게 됩니다 가족, 지인, 교회나 절 같은 종교단체, 집회 같은 행사, 회사 등의 조직 등에서 사람들은 집단의 보호와 지지 속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죠 이는 약점이 될 수 있는 정치적 성향을 보호받으며 드러낼 수 있는 해방구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사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을 토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은 정치성향에 대한 근거와 지지를 더욱 얻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6살 잼민이부터 80살 어르신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커뮤니티 사이트부터 단톡방 네트워크까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집단이 생겨났습니다
또한 매스미디어의 약화는 사람들 사이의 지배적 관점이라는 틀을 줄이게 되면서 이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강화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신념이 되어갑니다
“아이를 때리는 건 잘못된 일이야”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돼”
“남녀차별은 하면 안돼”
이정도는 모두가 동의하는 보편적 신념일 것입니다
그런데 특정 집단 속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게 더 심화됩니다
1“애들은 때리는 건 물론이고 혼내서도 안돼”
2“아이를 때리는 x들은 똑같이 패줘야해”
3 “때리는 건 안되지만 적당한 훈육은 필요해”
4“교육적 목적의 체벌은 필요해”
5“원래 애들은 맞으면서 크는 거야”
6“여자와 애는 원래 주기적으로 때려줘야해”
이 6가지 중 일반적으로 지지를 받을 의견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3번과 4번일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와 주류 집단의 영향으로 1,2,5,6번에 대해 지지하는 분들은 자신의 의견이 잘 받아지지 않으리란 사실을 내재화하게 되었기에 그러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미디어의 파편화는 이러한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집단 속에서 옹호받으며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의견은 그 사람의 생각 속에서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1“애들은 때리는 건 물론이고 혼내서도 안돼”
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신분들은 이게 옳다고 여기기에 타인에게도 그 생각을 강요하고 따르게 하려합니다 그게 가끔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와 이를 방치하는 부모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죠
”애 기죽게 왜 화를 내요?“라는 말에는 이와 같은 생각이 정의라는 베이스가 깔려있기에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 그 부모는 의외로 악마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다만 좀 비주류적인 신념을 따르는 것일 뿐이죠
먼 미래에는 아이는 혼내서도 안된다는 신념이 보편화될지도 모릅니다 과거에 ”애는 때려서 교육해야한다“는 신념이 주류였던 것처럼요 그 때는 애를 안때리면 오히려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을 못하는 걸로 봤었잖아요 애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주류였던 시절에는 아이를 부모가 팔기도 했고 그게 잘못되었다고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었죠
다만 과거에는
1“애들은 때리는 건 물론이고 혼내서도 안돼”는 주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단순한 의견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해당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교류를 통해 이를 신념의 영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내가 맞고 내 의견에 대해 다르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틀린 거야 난 올바른 사람이야“
이게 요즘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이유라고 봅니다 내 의견을 지지해주고 공감받을 수 있는 집단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들이 옳다고 보는 거죠
경상도는 죄다 저능아에 독재 따까리들이니 좀 인종 청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20대 명문대 인성 좋은 대학생,
전라도는 사기꾼에 도둑놈들 밖에 없으니 북한에 보내야한다고 말하는 70대 정겨운 할아버지가 생겨나는 겁니다
참고로 20대 학생은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하는 착한 친구였고요
70대 할아버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웃으며 먹을 것을 차려주는 정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의 신념을 당당하게 이야기했죠 이들에게 이는 ”애들을 때려서는 안돼“와 비슷한 수준의 신념으로, 이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근 몇 년 사이 이런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빵 기부를 꾸준히 하시는 40대 빵집 아주머니는
”요즘 여자애들은 창x같이 행동해“
예쁜 20대 의류 모델 친구가
“우리나라 성범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거 아세요?”
멀쩡한 직장 다니는 30대 청년이
”애 안낳는 여자들은 죄다 중절수술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회사에서 인정받는 60대 임원분은
“요즘 애들은 남영동 좀 다녀와야돼 나 때는 말이야”
같은 사회적으로 좀 꺼려질 수 있는 의견을 저같이 처음 본 사람에게 슬쩍 대화 주제로 농담처럼 꺼내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악마는 아닙니디 중국에 나라 팔아먹을 빨갱이도, 쿠테타로 뇌가 절여진 좀비도 아니죠
단지 조금 나와, 혹은 내 주변과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 한 번 아무리 내 생각에 말이 안되는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마음 속 중립기어를 올리고 한 번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하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지지하는 글은 아니지만 정치적 의견이 들어있어 정치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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